‘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비대면 예배’...현장 외면한 일방정책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의료계, 개신교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바로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강행 추진과 개신교계에 대한 ‘비대면 예배’ 지침 때문이다.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로 돌아선 가운데 의료계, 개신교계와의 마찰은 정부에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의료계와 개신교계는 정부가 의료개혁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추진 중인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와 ‘비대면 예배’ 지침이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정부 정책과 지침에 대한 의료계와 개신교계의 입장을 알아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알아봤다. 

청와대 본관 전경 [뉴시스]
청와대 본관 전경 [뉴시스]

 

-“정부 열린 자세 갖고 단계적 접근 필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여의도에서 지난달 14일 문재인 정부의 ‘4대악(惡)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2차로 열었다. 의협에 따르면 정부의 ‘비현실적 정책 강행 처사’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도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 지난달 21일부터 연차별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19일 의협에서 지정한 ‘4대악 의료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가졌으나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났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달 23, 24일 연달아 대전협, 의협과 면담을 가졌으나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하고 의료계와 갈등만 커졌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부는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며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보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할 것 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용·성형·건강검진을 제외한 치료에 관계된 비급여 항목들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며 같은 해 12월 ‘문재인 케어 반대 및 한의사의료기기 사용 반대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투쟁을 이어왔다. 지난 4일 정부 여당과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한 점에서 앞으로의 협의과정 가운데 갈등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셈이다.

개신교계는 지난 2월과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자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개신교계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자 지난 4월부터 현장예배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코로나19가 확산세로 돌아서자 지난달 19일부터 수도권에서는 모든 현장예배가 금지됐다. 정부가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방침을 발표하며, 수도권 소재 교회에 대해 ‘비대면 예배’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연합 관계자는 지난 3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방역 지침에는 당연히 동의하고 교회들이 적극 동참할 것이다”라며 “하지만 온라인 예배가 여의치 않거나 방역이 명확히 지켜지고 있는 교회에 대해 정부가 유연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를 볼모로 부당 정책 강요하지 마라 [뉴시스]
복지부는 환자를 볼모로 부당 정책 강요하지 마라 [뉴시스]

 

최재욱 “의료계와 협의 없는 일방적 정책 강행은 무리”

의료계가 반발하는 정부의 의료정책은 크게 4가지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이다. 특히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명분으로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23일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000명은 지역의사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해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지역의사로 키운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의사들이 부족한 만큼 지역에서 10년 정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의사들을 1년에 300명씩 매년 배출하여 이렇게 10년 동안 3000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역 의사는 지역 의료기관 분야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장학금 환수와 면허 취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 4월 이슈브리핑을 통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관해 의사의 숫자 부족 근거로 정부가 내세우는 ‘OECE 국가 간 의사 수 비교’는 산술에 불과하다”며 “의사 근무시간·의사 밀도·인구감소·활동 의사 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의사 숫자 부족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근거로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에 달한다”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코로나19가 위중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의료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국가의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정책인지 정치적 의도와 부처 간의 이해관계로 의료정책이 추진되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지도자와 간담회하는 문 대통령 [뉴시스]
한국 교회 지도자와 간담회하는 문 대통령 [뉴시스]

 

탁지일 “개신교는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개신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역에 모범이 되어 달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바이러스는 종교나 신앙을 가리지 않는다. 밀접하게 접촉하면 감염되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감염되는 그 이치에 아무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은 신안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에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김태영 목사는 “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와 표현의 자유도 지금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 크게 놀랐다”며 “기독교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개신교계는 코로나19 방역과 종교의 자유를 두고 미묘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교수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개신교는 가톨릭이나 불교에 비교해서 교파주의가 강해 중앙집권적 통제 시스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정책이나 지침을 추진하거나 발표하는 과정에서 대화와 소통이 부족하다”며 “추진하는 과정에서 열린 자세를 갖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정부의 조속한 태도 변화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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