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최근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의 지지율 흐름을 보면 반짝 천하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후폭풍으로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을 추월하면서 한껏 고무돼 있었다. 당 내에서는 내년 4월 재보궐선거와 2022년 차기 대선도 해볼만 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퍼졌다. 이 때문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외연 확장 행보에 비판을 가하던 목소리도 잠잠해졌고 김종인 임기 연장론까지 솔솔 제기됐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터지면서 지지율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의 지지율 상승이 반짝 천하로 끝난 이유는 무엇일까.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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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반짝 천하누리고 다시 지지율 하락
- 우호보수와 50대 이상 20대와 중도층 다시 이탈

지난 8월은 국민의힘에게는 스펙터클한 한 달이었다. 정당 지지율 등락 현상으로 기쁨과 슬픔의 쌍곡선이 그려졌다. 최근 부동산 정책 후폭풍으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3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추월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실시한 82주차(1012)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3.4%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1.9%포인트 오른 36.5%로 집계됐다. 두 정당의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1%포인트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재역전을 허용해야만 했다.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83주차(1821)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39.7%, 통합당은 35.1%를 기록하며 다시 역전됐다.

꿈 같던지지율 역전후 여당 지지율 재역전 끝?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91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에서는 다시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주보다 2.8%포인트 내려 37.6%를 기록했고, 국민의힘은 1.8%포인트 상승해 31.9%였다. 직전 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던 두 당의 지지도 격차는 5.7%포인트로 좁혀졌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시 추월하진 못했다.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국민의힘은 공정성 이슈’ ‘젠더 이슈와 연계된 조국·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박원순 사태등과 관련 진보 진영에 실망한 20대와 부동산 정책에 민감한 보수성향의 50대 이상 장년층의 지지도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주당에 실망한 중도층 흡수는 물론이고 보수 진영의 지지도 유지시키지 못했다.

TBS 의뢰로 실시된 리얼미터의 82주차 조사, YTN 의뢰로 실시한 83주차 조사와 TBS 의뢰 91주차 조사에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1829세에서 82주차 민주당 28.6%, 국민의힘 34.7%, 3주차 민주당 31.3% 국민의힘 32.4%, 91주차 민주당 28.5%, 국민의힘 28.3%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역전했던 82주차에서는 1829세에서 30%대를 넘기며 민주당을 앞섰지만 계속 하락 흐름을 보이다 91주차에서는 20%대로 떨어지면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50대는 82주차 민주당 34.7% 국민의힘 41.1%, 3주차 민주당 41.5% 국민의힘 36.2%, 91주차 민주당 38.0% 국민의힘 32.4%였다. 60대는 82주차에서 국민의힘에 45.7%, 3주차에서는 46.7%의 지지를 보냈으나 91주차에서는 38.7%로 지지가 빠졌다. 70세 이상은 82주차에는 국민의힘에 49.4%, 3주차 50.2%의 지지를 보냈지만 91주차에서는 36.1%만이 지지를 보냈다.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50대 이상에서도 국민의힘은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하고 40%대에서 30%대로 지지율이 하락했다.

보수층에서는 82주차 민주당 14.9% 국민의힘 59.7%, 3주차 민주당 20.4% 국민의힘 63.5%, 91주차 민주당 19.5% 국민의힘 58.3%였다. 중도층에서는 82주차 민주당 30.8% 국민의힘 39.6%, 3주차 민주당 36.7% 국민의힘 38.0%, 91주차 민주당 33.0% 국민의힘 37.7%로 집계됐다. 보수층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견고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등락 현상을 보였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추월했던 82주차에서는 중도층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8.8%포인트 격차로 앞섰지만 91주차에 와서는 4.7%포인트로 격차가 줄었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극우일치화 젊은층·중도층 이탈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식 및 8.15 국가해체세력 규탄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두 당의 지지율이 2주만에 다시 재역전된 것은 기본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로 국민적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보수 단체들이 주도한 8·15 광화문 집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차명진 전 국민의힘 의원 등 극우적 행보를 보여온 보수 진영 인사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극우 세력의 일치화가 다시 부각되면서 진보 진영에 실망해 국민의힘으로 이탈했던 20대와 중도층, 일부 샤이 진보층이 다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상 보수층과 50대 이상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흔들린 현상의 원인을 극우 손절행보에서 찾기도 한다. 극민의힘은 지지율이 하락하자 태극기부대 세력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과 선긋기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가 강경 보수파를 국민의힘에서 떠나게 하고 50대 이상과 샤이 보수층이 국민의힘 지지를 머뭇거리게 했다는 주장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4일 이와 관련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됐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권 세력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다시 올랐다이 같은 상황과 함께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광화문 집회 이후에 극우 세력과 손절하면서 극우 세력들이 배신감을 느낀 측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국민의힘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경우 이에 대해 중도층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이탈한 극우 세력을 중도가 메워주면 지지율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그렇게 되면 상황을 지켜보던 극우 세력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으로 한번 해볼만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다시 국민의힘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재벌과 검찰 등 기득권 옹호 이미지를 벗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코로나19 재확산 사태 속에서 비판을 받은 의료계 파업을 옹호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한 것도 기득권 옹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 시절 보여줬던 보수 기독교계 편향 행보를 벗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허약한 지지율원인은 당내 대선주자 인물난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정책적 대안 제시보다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내년 4월 재보궐선거나 차기 대선에 내세울만한 주자가 없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도 대안정당의 믿음을 주지 못해 상승된 지지율을 유지시키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지지율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차기 주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국민의힘 지지율 정체나 하락은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대선주자가 없어서 그렇다고 본다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있어야 저 사람을 통해 한번 정권을 바꿔보자, 정부에 반대되는 정책으로 바꿔보자, 하고 모일 수 있는 것인데 대선주자가 없어서 저 당은 다음 대선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 인물을 키우지 못하고 오히려 죽이기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김종인 위원장이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고 본다대선이 2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야당이 대선후보를 띄우기에는 상당히 촉박한 상황인데도 김 위원장은 누구는 이래서 안되고, 누구는 저래서 안되고, 이런 식으로 야권 후보군을 폄훼하는 말과 행동을 계속 하고 있어 다른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기본적으로 대선후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과거에는 대선후보들에게 당의 고문을 맡게 해서 고문단 회의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언할 기회를 줬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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