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1. 1095년부터 1291년까지 총 9차례 일어났던 십자군 전쟁은 당시 중세 권력자, 교황 등 로마가톨릭과 봉건 영주, 기사 세력이 이스라엘 '성지 탈환'이라는 명분으로 벌인 역대 최대 종교전쟁이다. '성스러운 교회를 수호하고 이교도를 무찌르자'는 종교적 맹신, 즉 교황과 성주, 기사들의 '이교도 프레임'으로 200여 년간 벌어진 전쟁은 수많은 인명 살상을 낳고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중세 봉건세력의 몰락을 재촉했다.

#2. 우리가 중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마녀를 화형시켜 처벌하는 마녀사냥이다. 그러나 실제 마녀사냥, 마녀재판이 가장 극성을 부렸던 시기는 근세 이후다. 1570~1630년은 신교 국가들과 가톨릭 국가들의 이데올로기 전쟁으로 만들어진 '마녀 프레임'으로 대략 4만여 명이 화형당했다.

#. 조선 말 1866년 고종의 아버지 흥선 대원군이 주도, 천주교인들을 ‘사학(邪學) 프레임’에 걸어 대략 8,000명가량 죽인 병인박해는 흥선대원군의 정치적 위기가 원인이 됐다.  흥선 대원군은 외척 일소와 서원 철폐 등 과감한 개혁으로 기존 주류세력인 안동 김씨와 유림세력과 대립하던 중 "운현궁(대원군 사가)에 천주교인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퍼져 대원군 입장이 곤란해지자 희생양으로 천주교 박해를 시작한 것이다. 결국 병인박해는 프랑스와의 병인양요를 일으키고 이는 천신만고 끝에 프랑스 함대를 물리친 흥선대원군과 유림이 '척화비'를 세우고 쇄국정책을 감행, 결국 조선 망국으로 이어진다. 합리적인 이성과 과학, 경제발전 대신에 정치적, 경제적 목적으로 종교와 미신, 맹신을 앞세운 역사는 결국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0여 명이 연속해서 발생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실시가 검토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의 8.15광화문집회가 '코로나 2차 집단확산지'로 지목되면서 국민적 비난이 어느 때보다도 거셌다. 당일 민주노총 집회도 있었고, 이번 2차 감염 확산은 정부의 안일한 조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정책'이 근본 원인이지만 전광훈 목사가 무리한 광화문집회 강행으로 시빗거리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더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 그리고 그를 옹호하는 극우파 인사들의 억지스러운 항변 그리고 우파 성향 유튜버들의 가짜뉴스와 SNS 퍼 나르기다. 국민 대부분은 정부가 초기에 중국 등 해외 유입 차단을 못해 확산이 증폭됐던 것이나 K-방역으로 불릴만큼 세계가 인정한 성공적인 방역은 정부가 아니라 의료인의 희생과 민간기업의 기술, 국민들의 협조로 가능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대미문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있고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방법은 거리두기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 또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경제와 사회가 망가지고 있어 세계적. 국가적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고 사실이다. 아무리 정부가 방역실패 책임을 야권에게 떠넘기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해도 객관적이고 과학적 사실을 벗어난 주장은 힘을 얻지 못한다. 도리어 민심은 등을 돌린다.  

지난달 31일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연세대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KAIST 이병태 교수, 미디어연대 이석우 공동대표 등으로 구성된 '서민경제 초토화하는 코로나계엄 반대 시민비대위'의 기자회견은 막연한 음모론과 비과학적인 주장으로 전광훈 목사를 잇는 '문재인 X맨'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이들도 진정한 X맨 차명진 전 의원을 따라잡긴 힘들 것이다. 차 전 의원은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격리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서 질병관리본부를 세월호 사고 당시 구조일지 등을 조작한 해경과 비교하면서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아버지가 아니라는 양심선언을 하라'고 촉구했다. 더구나 차 전 의원은 질본을 조사하겠단다.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정말 웃기는 X맨이다.

문재인 정권과 조국 전 장관이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는 식의 진실 호도를 보면서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전광훈 목사와 그 친위대, 김대호 소장, 차명진 전 의원 등도 똑같이 ‘거짓말도 계속하면 진실이 된다’고 외치고 있다.

황당한 X맨들에게 묻고 싶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더 높아지고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추월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믿는가. 조작된 것 아닌가. X맨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부터 4.15총선 직전까지 '리얼미터' 등 유수의 여론조사 기관의 여론조사를 '조작이고 거짓말'이라며 음모설을 주장했다. 

박근혜 탄핵 지지, 대선 전의 홍준표 후보 지지율, 바닥을 벗어나지 못한 통합당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이면 지금 문재인 국정신뢰도 저하와 국민의힘 지지율 추월, 야권 차기 서울시장 당선 가능성 조사 결과도 조작이고 거짓말이라고 떠들어야 맞는 것 아닐까.

주호영 원내대표는 “극우라고 하는 분들이나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소위 태극기파와 선 긋기에 나섰고 의원들은 이번 기회에 극우 세력과 손잡았던 과거와 단절하고 중도까지 포용하는 온건보수 정당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공 프레임, 적폐 프레임, 꼴통 프레임, 친일 프레임에 이어 극우프레임이 정치 전면에 나선 것이다. 정치적 프레임은 한 번 찍히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X맨들은 상가 앞에 '8.15집회 참가자 출입금지' 팻말이 왜 붙어 있는지, 자신들이 '나치 유대인'이 되었는지 절대 깨닫지 못할 것이다. 순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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