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유명희, 정은경...국제기구 수장 가능할까?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국제기구에 한국인 출신 수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바로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때문이다. 앞서 세계적으로 국가 간 무역전쟁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국제환경 속에서 한국인 출신의 국제기구 진출 문제가 국익 문제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국회도 유 본부장과 정 본부장의 국제기구 수장 당선을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이에 일요서울이 두 사람의 국제기구 수장 당선 가능성을 전망해봤다.

태극기와 UN기 [뉴시스]
태극기와 UN기 [뉴시스]

 

-전문가 “선택과 집중 통해 국익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국제기구 진출에 대해 많은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 본부장은 지난 6월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현재 공석인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유 본부장은 “분쟁 해결 기능 상실과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 변화 등 WTO는 1995년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모든 역량과 경험을 다해 WTO회원국들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의 발언은 미·중 무역 갈등과 리더십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WTO의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 본부장에 대한 해외 언론의 관심도 지대하다.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거론은 일본 언론이 경계하는 모양새다. 일본의 산케이신문은 지난 5월18일 ‘일본에서 WHO 사무총장 탄생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이미 차기 (WHO)사무총장 선거에 한국이 ‘코로나19 대책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얻었다’며 후보자를 내려는 움직임이 전해지고 있다”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정 본부장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처가 세계 각국의 호평으로 이어지자 일본 언론이 견제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대체 왜 세계기구 수장 교체 및 후보론이 자꾸 거론되는 것일까.

앞서 유 본부장이 지적했던 것처럼 WTO는 위기에 빠져있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WTO 사무총장이 지난 5월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며 지난달 3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기를 1년이나 남겨놓은 상황이었다. 아제베두 전 총장의 중도 사퇴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WTO가 중국에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 미국은 지난해 12월부터 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의 위원 선임을 반대해 무역분쟁 심의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WHO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시작해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의 계속된 중국 감싸기 발언으로 세계적인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은 WHO의 중국 편향을 비판하며 탈퇴를 통보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당선됐다. 

미·중간의 갈등이 WTO와 WHO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명희 [뉴시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뉴시스]

 

강인수 교수 “WTO 각 선거 단계 넘기 위해 많은 노력 필요”

WTO 사무총장직에 대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의지는 확고한 모양새다. 정부 또한 긍정적으로 보인다.

유 본부장은 지난달 31일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1차 선거 운동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했다.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를 적극 지원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시로 WTO 사무총장 선거를 위해 재외공관을 통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며 “최석영 전 제네바 대사를 경제통상대사로 임명, WTO 사무총장 지원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3일 일요서울과 접촉한 산업부 관계자도 “일이 진행되고 있어 모든 사항을 밝힐 순 없지만 TF를 구성해 유 본부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유 본부장의 지원에 나섰다.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송영길 의원도 지난 6일 국회에서 예방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같은 날 전화로 회담을 가진 러시아 레오니드 슬루츠키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WTO 사무총장에 출마한 유 본장의 지지를 요청했다. 

송 위원장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일요서울과의 전화에서 “송 위원장은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선거 지원을 위해 국외 주요 인사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고 해외 언론에 유 본부장을 알리는 기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가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당선을 위해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낙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보팅 파워를 가진 미국, 유럽의 지지와 일본의 견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가 관건이다”라며 “1단계의 진출 가능성은 있지만 다음 단계를 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WTO 사무총장 선거는 단계별로 일정 수의 후보자를 탈락시키고 최종 단계에서 남은 단일 후보자를 전원 합의방식으로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총 3단계로 구성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뉴시스]

 

코로나 재확산에...“WHO 사무총장보다 방역 시급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가능성은 역설적이게도 일본 언론의 ‘경계성 보도’를 통해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 5월18일 정 본부장이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처로 세계적 호평을 얻는 상황에서 미리 WHO 사무총장 직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방역에 대한 그동안의 평가가 무색하게 지난 8월15일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다시 코로나19 사태가 재 확산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 2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은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만약 진출을 계획하더라도 정 본부장이 아닌 국제보건 분야에서 활동한 다른 인물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일요서울은 앞서 언급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정부와 국회가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알아봤다. 최근까지 보건복지위원장을 맡았던 한정애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서울 과의 통화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달 31일)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발탁되어 사임했기 때문에 더 이상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은 전 UN 관계자에게도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가능성에 관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이와 관련해 답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정 본부장의 WHO 사무총장 진출 가능성이 일본 언론의 억측과 견제가 만들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가 간 무역전쟁과 방역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 국내에서 무역과 방역으로 대표되는 자리의 수장을 맡고 있는 유 본부장과 정 본부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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