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뉴시스
국회의사당, 뉴시스

큰딸 아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6년 다닌 초등학교 졸업식도 못했고, 당연히 중학교 입학식도 없었다. 입학을 하고 반 배정도 받고 교과서도 받았지만 지금까지 학교에 등교한 건 12일에 불과하다. 선생님 얼굴도, 같은 반 친구들 얼굴도 마스크 때문에 반쪽만 안다. 같은 반 친구들 이름을 애써 다 외웠지만 올해 안에 맨 얼굴을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를 켜고 출석 체크를 한다. 아빠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은 아빠 몫이다. 자가진단을 하고 선생님께 전송해야 하는데, 이건 엄마 몫이다. 애는 9시에 눈 부비고 일어나 동영상 강의를 켠다. 소파에 누워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부스스 일어나 주어진 숙제를 해서 선생님께 전송하면 점심 무렵에 학교 공부가 끝난다.

차려 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면 진짜 공부를 시작한다. 수학 학원 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하고, 영어 과외를 위한 예습을 해야 한다. 그나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학원도 과외도 당분간 못 가게 되었다. 수학은 학원에서 열어 준 동영상 강의를 듣고, 영어는 한두 주일 쉬면서 추이를 보고 재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은 일단 포동포동하다. 확진자 아닌 ‘확찐자’가 되었다. 밖에 나가 뛰어놀 일이 없으니 살이 오르고 까무잡잡하던 얼굴색도 하얘졌다. 집에서 해 주는 밥만 먹이다 보니 솜씨 있는 엄마들도 삼시세끼를 감당하기 어려워 한다. 온라인으로 매일 밀키트가 배달 오고 가끔은 짜장면, 치킨도 죄책감 속에 시켜 먹인다.

코로나19 감염병은 아이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아이들은 학교와 친구와 세상과 멀어지고 집에 고립되어 버렸다. 가뜩이나 온라인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한 아이들에게 이제 온라인은 세상으로 연결된 유일한 통로가 되어 버렸다. 외식하러, 산책하러 나가려면 마스크부터 챙기고, 손소독제를 챙기는 아이들에게 집 밖은 너무 위험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학생들이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네스코는 전 세계 190개국의 약 16억 명의 아이들이 코로나19로 교육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유아 70만 명, 초등학생 270만 명, 중학생 130만 명, 고등학생 160만 명, 대학생은 270만 명이 학교를 잃어버렸다.

문제는 이런 상실의 고통이 없는 집 아이들, 못 사는 나라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수업 결석률이 1%이고 영국은 30%, 미국은 50%에 달한다면서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상찬한다. 결석률 1% 안에 숨어 있는 지역 간, 계층 간 편차를 보지 못하고 하는 말일 뿐이다.

강남지역 학교 출석률과 구로, 관악지역 출석률이 같을 수 없고, 서울과 시골 학교 출석률이 같을 수 없다는 현실을 봐야 한다. 코로나 19 팬데믹은 우리 사회에서 취약 계층에 속한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이런 종류의 상처는 일생을 두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를 것이고 세상의 간격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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