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의 쟁점...“노사 양측에 매우 중요한 사안”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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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이뤄진 대법원의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 판결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설‧추석 및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와 함께 몇 가지 노동법상 쟁점 사안에 관해 판단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해도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대법원 2020. 08. 20. 선고 2019다14110 등)이었다. 

2013년 12월,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도 통상임금에 대한 소송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여전히 어떠한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노사 양측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특히 이번 통상임금 사건은 최초 참여자가 2만7000여명, 청구금액이 1조원에 가까워 통상임금 분쟁 중인 노사 양측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이번 주에는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의 쟁점이 무엇이었는지와 대법원에서 어떠한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다. 

- 통상임금 재산정 따른 법정수당 청구...신의칙 위반 여부 판단 ‘주목’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등으로 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통상임금은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에 따른 수당(연차수당), 해고예고수당과 출산휴가 급여 등 노동법상 각종 수당의 산정 기준이 되고, 특히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른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과 이에 따른 평균임금 산정은 근로자의 월임금과 퇴직금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므로 어떤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정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노사간 분쟁이 많고, 특히 고용노동부와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달라 혼란이 발생하자,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등)을 하게 됐고,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그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이 아니며, 일정한 대상기간에 제공되는 근로에 대응해 1개월을 초과하는 일정기간마다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한편,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임을 확인하되,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로 인해 예상외의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된 기업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는 것은,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바, 이러한 경우에 한해서는 근로자의 추가임금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허용될 수 없다. 

사건의 5가지 쟁점 

이번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사건에서 쟁점이 되는 사항은 ① 설날‧추석, 하기휴가 상여금과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② 생산직 교대제 근무자에게 부여하는 2시간당 10~15분의 휴게시간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휴게시간인지, ③ 유급휴무일로 정해진 토요일 근무시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하는지, ④ 소송 제기 당시 주장하지 않았던 상여금에 대한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는지, ⑤ 근로자들의 추가 수당 청구가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등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다. 

대법원의 판단

첫째, 설날, 추석, 하기휴가와 매 짝수달마다 지급한 상여금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단체협약 등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서 연간 750%를 지급하고, ‘약정 통상임금 + 30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지급됐으며, 상여금 지급 시 실제 근무일에 비례해 지급되고, 지급일 이전 결근, 휴직, 퇴직한 근로자에게 근무일만큼 일할 계산해 지급 됐다는 점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둘째, 생산지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휴게시간(10~15분)은 단체협약과 근태관리 규정에서 휴게시간으로 분류된 생산직 근로자의 정규 근무시간 및 연장근무시간 내 각 10분 또는 15분을 근로시간으로 보았고,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① 단체협약과 근태관리 규정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중식시간 제외 8시간으로 정하고 있다는 점, ②회사는 오랫동안 실제로 생산직 근로자가 시업시각 이전에 출근해 종업시각까지 근무한 경우 정규 근무시간 내 휴게시간의 이용과 관계없이 1일 8시간 근무한 것(정상)으로 근태 처리해 왔다는 점, ③ 노사 양측은 명시적, 묵시적 합의 하에 생산지 근로자의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서 이를 공제하지 않았던 점

④ 생산직 근로자에게 10분 또는 15분의 짧은 휴게시간은 공장규모, 작업특성, 한꺼번에 부여받는 근로자의 인원수 등을 고려할 때 자유롭게 이용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점, ⑤ 이러한 휴게시간은 생산직 근로자가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거나 사업장 내 안전보건 및 효율적 생산을 위해 작업중단 및 생산장비의 운행 중지와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시간 또는 준비시간으로 보아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셋째, 회사의 단체협약 상 노동시간 조항에서 휴무하는 매주 토요일은 유급으로 정하고 있고, 임금규정에서도 토요일 근로에 대해 다른 휴일근로와 같은 내용의 휴일근로수당을 지급(150%)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근로자의 토요일 근로에 대해 다른 휴일근로와 같이 통상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수당을 산정해 휴일근로수당이라는 항목으로 지급했다는 점에서 유급휴무일로 정한 토요일 근로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넷째, 근로자들이 소제기 당시 통상임금이 잘못 산정됐음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법정수당의 일부를 청구하면서 장차 청구금액을 확장할 뜻을 표시했고, 이후 소송의 진행 경과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을 변경 또는 추가해 법정수당 청구금액을 확장할 경우, 소제기 당시부터 청구한 법정수당 전부에 관해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아 이번 사건에서 최초 단체상해 보험비와 명절선물비 등이 통상임금인지 판단해달라고 했더라도 이후 소송 중간에 정기 상여금을 추가해 청구금액을 확장했다면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는 미지급 법정수당 전부에 미친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근로자들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회사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회사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을 고려할 때,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사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들의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법정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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