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판매사 하나은행‧우리은행 피해자 원금 100% 반환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사태 이후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사모펀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창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펀드 사태 이후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 등 사모펀드 피해자 구제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각 금융기관들을 향한 칼을 빼들었다. 국내 사모펀드 피해 발생 사례에 대해서는 판매사를 비롯한 금융사들의 전수조사 등을 진행하고 문제점 발견 시 철저하게 책임을 따지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은행권이 사모펀드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서 한 발 물러나고, 증권사 등 공격적인 사모펀드 판매를 이어온 금융사들은 감독당국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라임펀드 판매의 중심에 있던 것으로 밝혀진 당시 신한금융투자 본부장 임 모씨에 대해 검찰이 징역 12년, 벌금 3억 원을 구형하면서 금감원의 관리‧감독 역할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모펀드 피해액 2조 원, 금융감독원 “반드시 근거 찾겠다” 
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모펀드 판매사, 서둘러 선지급‧가지급 결정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이 설계했던 무역금융펀드 사태와 관련 판매사들에게 투자 피해자들의 원금 전액반환 권고를 내렸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등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의 권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판매사 등의 원금 100% 반환으로 겉으로는 라임펀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시작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이미 국내 판매 후 수많은 피해자들을 발생시킨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들이 각각의 이름 뒤에 ‘사태’를 붙이며 언론을 장식했다. 

이들 사모펀드 피해액은 알려진 것만 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일손이 부족할 만큼 조사 대상도 많고, 조사할 내용도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 피해액만 5000~6000억 원 규모. 애초에 국공채 등의 안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정체도 불명확한 곳에 사기성 투자가 이뤄졌다.


성격 다른 사모펀드 금감원, 법리적 부분까지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이를 단지 조사만 하는데도 약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감원 역시 금융 상품 성격이 다른 만큼 적용할 수 있는 법리 해석도 차이가 있어 각각의 사안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금감원이 이를 방관하지 않고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는 “라임사태 경우는 또 다른 사모펀드들과는 달리 일반적이었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 즉 라임만의 특수성이 있었다”며 “금융사들도 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소송까지도 생각하며 나름 자문을 받았겠지만, 가능성이 적어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언론과 학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법리상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옵티머스나 디스커버리 등 나머지 펀드들이 과연 이번 건과 동일하게 볼 수 있을지는 살펴보고 있다”며 “다만 아직 조사 단계여서 언급할 만한 사항은 없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감독당국이 나서면서 옵티머스 펀드를 주도적으로 판매했던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금융사들은 투자자들의 피해금액에 대해 50~70%까지 선(先)지급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만기연장으로 자금 부족에 처한 고객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줄이고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했다”며 “펀드의 자산 회수 및 예상되는 조정·분쟁 등 절차를 진행함에 있어 고객의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NH투자 등 판매사들은 이 사태를 유발시킨 옵티머스자산운용 등을 상대로 고발하고 가압류 등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일부 금액이 아닌 원금을 모두 돌려달라”며 “판매사들이 몰랐나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판매사를 고소하며 이들이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정황 찾기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판매사가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설명서를 제대로 들여다봤는지 의문스럽다”는 목소리와 함께 “판매나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이를 놓칠 수 있다 치더라도, 채권부서 직원들이 옵티머스가 편입한다던 공공기관 매출 채권이 존재하지 않았던 사실은 모를 수가 없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금감원, 결과 반드시 도출할 것

이에 대해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의 경우 스모킹 건으로 볼 수 있는 모 펀드 자체의 부실이 드러나며 이를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정황 증거들이 있었기에 법리적 배상 등의 구성이 가능했으나, 다른 펀드들의 경우 정황이 있다는 주장은 있으나 뚜렷한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시간을 두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나, 이탈리아 헬쓰케어 관련 디스커버리 펀드 등에서도 피해자는 있으나, 라임처럼 불완전판매인지 사기성이 있는지 등 다양한 이유와 정황을 파악해야 한다. 또 그렇게 보인다고 금융사들에게 곧장 제제 조치를 내릴 수도 없다. 분조위는 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근거도 필요하고 금융사도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도록 결과를 반드시 도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당분간 금감원이 칼을 휘두르는 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감독자 및 제어자 역할을 지켜만 볼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금감원과 금융위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금감원이 금융사에 브레이크를 걸 때, 금융위는 금융 산업 활성화에 나선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당장은 금융위가 금감원의 역할에 걸림돌 역할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권에 피해 구제가 지연되고 피해자가 지속 발생하면 금융원 자체에도 손해다. 이에 중재하는 입장에 있는 금감원이 피해자를 서둘러 구제하고 나야 다음 금융위도 역할을 할 기회가 올 것이라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있다.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는 “어떤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법적인 판단만 내려진다면 피해자 구제나 금융사들에 대한 조치가 밀릴 일은 없다”며 “상대(금융사)에게 시간을 벌어줄 필요도 없고 시간이 지연되면서 피해자 손실이 커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의 라임 피해 관련 권고안이 적극 수용과 함께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 판매사들도 피해자 배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스커버리 판매사 가운데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6월 이미 50% 선지급 결정을 내렸고, IBK투자증권도 4일 원금 40% 가지급을 결정했다. 법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사모펀드 판매사들의 선지급 및 가지급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금감원이 조만간 분조위를 풀가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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