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소)장(인)을 찾아서-②] 종로구 세운상가 미오레코드
[서울 명(소)장(인)을 찾아서-②] 종로구 세운상가 미오레코드
  • 신수정 기자
  • 입력 2020-09-04 18:50
  • 승인 2020.09.04 20:58
  • 호수 1375
  • 5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코드 ‘오랜 친구’ 같은 매력
미오레코드 입구 [사진=신수정 기자]
미오레코드 입구 [사진=신수정 기자]
가게 내부에 진열된 LP 판 [사진=신수정 기자]
가게 내부에 진열된 LP 판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두 번째로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운상가에 위치한 미오레코드를 집중 조명해 본다. 

종로 세운상가 1층, 무채색의 전자기기들이 늘어선 풍경 사이로 90년대를 연상케 하는 힙합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주인공은 레코드숍 ‘미오레코드’. 지나가는 시민들의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었다. 가게로 들어서면서 들려온 주인장의 디제잉은 현실에서 벗어나 음악만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LP 판과 턴테이블, 믹서, 미디 등 레코드 음향 장비, 90년대 힙합 스타일의 티셔츠가 전시된 진열장들은 갤러리의 그림들을 모아놓은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오레코드를 통해 일요서울은 지난 1일 레트로 음악 여행길에 올랐다. 미오레코드는 종로3가역에서 하차해 도보 5분 거리의 세운상가 1층에 자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르, 아티스트, 레이블 셀렉션의 LP 판들을 보유하고 있는 미오레코드. 턴테이블 등의 음향기기도 이미 단종된 상품들이라 레코드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소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미 DJ들도 즐겨 찾는 레코드숍으로 소문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바이닐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시티팝 장르도 접할 수 있어 마니아 층을 이룰 정도다.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LP판이 회전하며 음악을 재생시키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턴테이블 위에 올려진 LP판이 회전하며 음악을 재생시키고 있다. [사진=신수정 기자]

스치듯 지나는 유행일까?
아날로그의 매력, 레코드숍


스트리밍 시대인 2020년대. 대다수는 멜론, 지니, 플로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유료 구독자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총 3억93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올 초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레코드를 찾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10대부터 30대까지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의 LP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을 근거로 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레트로 감성 등 복고 열풍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파악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미오레코드 주인장은 레코드를 소비하는 문화를 두고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시대와 장소를 넘어서 음악을 깊이 좋아하는 사람들이 레코드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할 때 상주하는 국가의 레코드숍을 찾는 사람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주인장은 “한국에서도 여행 온 분들이 가장 먼저 미오레코드를 찾아오곤 합니다”라며, “레코드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수요가 있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오레코드를 찾는 소비 연령층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레코드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코드를 소비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봤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음반이란 느낌과 소유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반면에 LP는 물리적인 소유는 물론, 재킷을 열어 사진집·가사집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감상할 수 있는 여유를 소비할 수 있다”
“장비(턴테이블)를 갖춰 음악을 들으니 LP가 주는 따뜻한 느낌의 묘한 음질과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미오레코드 주인장이 생각하는 레코드의 매력은 ’같이 사는 친구 같은 매력‘이다. 사람마다 다양한 성격과 성향을 지닌 것처럼 레코드도 각기 음색과 음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죽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 오랜 시간 관계를 지속해 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LP는 꽤 번거롭다. 판 표면이 긁히지 않도록 신경 써서 다뤄야 하고, 표면에 묻은 먼지 한 톨마저도 제거해야 한다. 게다가 LP 재생을 위해선 턴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주인장이 LP를 다루는 조심스런 손길에서 LP를 향한 애정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친구 같은. 

세운상가에 자리 잡은 까닭

미오레코드 주인장은 “과거 우연히 들린 세운상가에서 오디오, 스피커 등 음향기기들의 매력에 빠져 세운상가의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 낙원상가도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들이 많아 의미 있는 장소라 생각될 수도 있는데 그보다 음악을 재생하는 장비들에 흥미를 가진 것이다. 그가 세운상가에 자리를 잡게 된 배경이다. 이후 한국에서 레코드숍 운영을 계획한 그는 2017년 6월경 세운상가에 자리를 잡았다. 

“4년간 세운상가에서 레코드숍 운영하면서 저도 옛날부터 음악 하던 사람이라서 서울 시내의 음악활동 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외부에서 만날 기회도 많아졌고요.”

이제 미오레코드는 레코드를 통해 음악가들과 청자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됐다. 

주인이 추천하는 LP 음반 [사진=신수정 기자]
주인이 추천하는 LP 음반 [사진=신수정 기자]
추천 음악을 직접 디제잉하는 주인장 [사진=신수정 기자]
추천 음악을 직접 디제잉하는 주인장 [사진=신수정 기자]

코로나19 시대 
추천할 만한 음악은?


주인장이 추천하는 음악은 Virginia Astley & David Sylvian의 Some Small Hope. 80년대 LP로 프로듀서는 일본 사카모토 류이치다. LP판의 주제는 Hope in a Darkened Heart. 직역하면 ‘어려운 시대, 어두워진 마음에 희망을’이라는 제목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민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겠다.

다음은 Nujabes의 Luv (Sic) Pt.2. 국내에서도 유명한 아티스트의 곡이다. 주인장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곡일 수 있지만, 지금 다시 들으면 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며 두 번째 추천곡으로 제시했다. 

음악은 신나고 친구들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목적으로 듣는 사람들이 많다. ‘음악 그 자체를 즐기는 것도 아주 좋지만 신나지 않고 노랫말이 없는 연주음악이라도 재미있는 음악은 세상에 많다’는 게 주인장의 의견이다. 음악 안에 담긴 메시지, 콘셉트를 이해하며 감상하는 것도 색다르게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악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이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힘들어하는 가운데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 

미오레코드
인스타DM miorecords_korea,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계천로 159, 1층 다 127

신수정 기자 newcrystal@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