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행위 ‘공소유지’ vs ‘부당함’ 반격 예고...법정 다툼 장기화 조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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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검찰이 1년 9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2018년 말부터 수사와 재판을 이어왔고, 삼성그룹 불법 경영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결정했다. 이 같은 검찰의 결정에 이 부회장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기소의 부당함을 표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처음부터 그룹과 이 부회장을 기소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 두 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특히 삼성과 검찰의 대립이 25년여 가까이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들의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한 정‧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25년여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 중심...전쟁 신호탄 ‘에버랜드CB’ 사건 
- 검찰 “불공정거래행위 조직적 자행” vs 삼성 “경영상 필요에 의한 활동”



올해 창립 82주년을 맞은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검찰 불구속 기소로 분주한 모습이다. 검찰은 수사팀 대부분을 공소유지에 참여시켜 혐의 입증에 나설 계획인데, 이 부회장 측은 ‘기소의 부당함에 하나하나 밝히겠다’며 반격을 예고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사건 수사 기록만 총 437권(21만4000여 쪽) 분량인 만큼 양측의 치열한 법정싸움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다가 이 부 회장의 변호인단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측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선임했던 전직 검찰 ‘특수통’을 중심으로 선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외에도 국정농단 변호 과정에서 선임한 판사 출신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7년 3월 구속돼 1년여 후 석방된 바 있다. 현재까지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은 두 건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이번 검찰의 기소 결정은 ‘경영권 불법 승계’가 골자다. 반면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 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경영활동”이라며, ‘합병’과 ‘승계’와의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론의 시각도 양분된 상황이다. 일부는 한국기업을 대표하는 그룹인 삼성의 성장은 지지하더라도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선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잘못한 일에 대해 묻는 것은 타당하나, 구실을 만들어 기업인을 괴롭히는 등 정치적 악용을 한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기도 한다.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은 기업이나 특정 인물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지배력을 얻는 과정에서 그룹의 계열사와 주주, 나아가 국민들이 손실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세조종‧부정거래‧회계사기 등의 위법 소지도 있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25년여 가까이 ‘경영권 불법 승계’ 논란의 중심에 오르는 등 일각의 비판 대상이 됐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삼성과 검찰이 25년째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 상황이다.

25년여 전력 재조명

이들의 ‘전쟁’ 신호탄은 1996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아들 이재용 부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넘긴 일이다. 이후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지분 31.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랐지만, 이내 ‘에버랜드CB’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올랐다. 2000년 6월 법학교수 43인은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고발 했는데, 당시 이 회장은 1‧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이후 이 회장이 병상에 눕자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고, 삼성SDS와 제일모직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이 부회장은 각종 무성한 의혹 끝에 삼성물산을 합병했고, 이내 삼성물산 지분의 17.23%를 보유한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 등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핵심 관계자들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대표, 임원 등 11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도 결정한 상태다.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배임, 외부감사법위반, 위증 등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은 “이 부회장과 미전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했으며 주주 매수, 불법로비, 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경영진들은 승계계획안에 따라 합병을 실행해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야기하고, 불공정 논란 회피, 삼바 분식회계까지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국정농단 재판과정에서의 합병 실체에 대한 허위 증언 문제도  지적했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의 불구속 기소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1년 9개월여 간 진행된 검찰의 수사 결과물이 법정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있었던 다수의 불법행위에 관여했다고 판단하는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이른바 ‘스모킹 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재까지 거론되는 핵심증거는 삼성그룹이 2012년 12월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프로젝트 G(거버넌스)’라는 문건과 이 부회장이 삼바 관련 현안을 직접 논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이다.

최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2년 12월 삼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지배구조 개선 방안 검토’ 문건을 공개하며, 상장회사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문건에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예상되는 금산분리 강화, 순환 출자 금지 및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응한 6가지 현안과제를 제시에 따른 기대효과를 검토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우 의원은 “계열사간 합병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대주주와 그룹의 삼성합병사와 모직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됨을 보여주고 있다”며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 모직의 분할 및 합병 그리고 공익목적의 재단을 순환출자 해소에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에 옮겨 검토 문건이 아닌 실행계획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검찰의 오랜 전쟁을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번 갈등이 빠른 시일 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의 기소로 삼성이 오너리스크에 빠질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번이 불법 승계 의혹을 둘러싼 삼성과 검찰의 마지막 전쟁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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