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심장 달고 달리는 소형 SUV…레니게이드 2.4 리미티드 FWD

지프의 심장을 달고 나온 소형 SUV 레니게이드는 탁월한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이창환 기자]
지프의 심장을 달고 나온 소형 SUV 레니게이드는 탁월한 주행성능을 자랑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작아도 지프의 심장은 달랐다. 레니게이드 가솔린 모델은 지프에서 출시한 가장 작은 차체임에도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3.5㎏/m의 힘을 발휘하는 2.4리터 엔진을 얹었다. 또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고속 주행에서 안정적인 가속 성능을 발휘했다. 2400cc의 가솔린 엔진은 지프하면 떠오르는 디젤 엔진의 거칠고 투박함을 잊게 할 만큼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게 했다. 올 초 출시한 지프 레니게이드는 다운사이징 디젤 1.6 모델의 인기로 지난해 10월 달성했던 지프의 월 판매 최대 실적을 다시 한 번 갱신했다. 지난 6월 기준 1384대를 판매했다. FCA코리아는 지난해 부분 변경 모델을 앞세운 레니게이드의 기여도가 크다고 평가하며, 최근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가솔린 차량 확대 전략이 레니게이드 가솔린 2.4 모델의 인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 소형 SUV 부문 1위 판매 기록 달성한 ‘레니게이드’
온로드 형으로 재탄생한 9단 자동변속기의 탁월한 주행능력

올해 지프 최대 판매 기록에 혁혁한 공을 세운 레니게이드의 다운사이징 디젤 1.6 모델은 올초 국내 출시 후 인기가도를 달리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을 받아 추가적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생산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코리아에 따르면 지프의 레니게이드와 컴패스를 생산해 온 이탈리아 남부의 소도시 ‘멜피’ 소재 공장은 코로나19로 생산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며 신차 모델들이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멜피에서는 2015년부터 레니게이드를 생산해 왔다 

이에 FCA코리아는 한국 시장에서 그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던 레니게이드의 모델 가운데 가솔린 2.4 FWD(전륜구동) 모델에 리미티드 AWD(상시 사륜구동)의 편의기능 일부를 적용한 모델을 지난 7월 국내 출시했다. 

다만 한 가지, 최근 가솔린 엔진을 보유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신차들이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를 개선하는 추세인데 레니게이드 가솔린 2.4 모델은 아직 그 과도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내에 출시된 디젤 1.6 모델이 연비 절감 등으로 인기를 누린 것에 비해 아쉬운 부분이다.

후미 등의 X는 2차 대전 당시 투입된 지프의 연료통에 새겨진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창환 기자]
후미 등의 X는 2차 대전 당시 투입된 지프의 연료통에 새겨진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이창환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 박스카?

시승을 위해 만난 레니게이드는 그간 지프에 대한 고정관념을 떨치게 했다. 시승 차량의 오렌지 색상도 그랬지만, 보닛에 새겨진 지프(JEEP)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일본 출신의 신형 박스카(box car)로도 오해받을 만한 실루엣을 갖추고 있었다. 차 마니아들이라면 국내 정식 수입이 있기 전 연예인 이효리가 타면서 알려졌던 닛산의 ‘큐브’를 연상할 수도 있다. 기아자동차의 ‘쏘울’ BMW의 ‘미니’나 최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이른바 박시한(boxy)차량들이 경쟁상대로 여겨질 수도 있다. 

정면은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귀여움이 엿보였다. 시승하다 만난 가족단위 여행객의 9살 된 자녀가 차량을 유심히 살피더니 “엄마, 이 귀여운 차는 뭐야?”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초등학생이 귀엽다고 평했다는 것은 그 귀여움의 ‘인증’을 받은 것과도 같다.

하지만 차량의 측면에서는 분명 과거 군용으로 보급되던 지프 고유의 실루엣이 나타난다. 후면은 레니게이드만의 독창성을 완벽하게 살려냈다. 독특한 형태의 후미 등을 켜면 ‘X’자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과거 전쟁터에 투입된 지프의 연료통을 형상화 했다고 한다. 또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지는 사다리꼴 모양으로 안정감을 갖췄다. 

지프는 처음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에게 고전하던 미국이 포드와 윌리스를 통해 개발‧생산한 차량을 육군에 보급했다. 이것이 효시였다. 2차 대전 종료 후 일반에 판매가 시작된 지프는 오프로드의 대명사가 됐다. 1990년 전후로 생산됐던 국내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현대자동차의 갤로퍼가 이른바 ‘짚차’ 또는 ‘지프차’ 등으로 불렸던 것을 회상하면 그 존재감을 알 수 있다.

가솔린 2.4 모델의 엔진부. [이창환 기자]
지프 레니게이드 가솔린 2.4 모델의 엔진부. [이창환 기자]

운전자의 피로도 줄인 레니게이드 가솔린 모델

레니게이드는 이런 지프가(家)의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레니게이드는 오프로드를 찾기 힘든 21세기에 맞춰 탄생한 온로드형 지프였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중에도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 엑셀에 힘을 주면 2400cc 가솔린 엔진의 힘이 발끝을 통해 전달됐다. RPM(엔진 회전수)이 3000에 채 이르기도 전에 부드럽게 치고 나갔다. 

사이드미러에 채용된 굴절 거울은 사각지대의 위험성을 줄이고 시야각을 확보해준다. 실제 레니게이드를 탑승하면 전방 주시에서의 시야각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넓은 전방 시야각과 사이드미러까지 사각지대를 줄여 운전자의 스트레스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운전에 집중하면서 그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출발하고서 한 번을 쉬지 않고 100km를 달렸지만 몸은 편안했다. 승차감이 뛰어나다는 의미인데 동급 최초의 9단 자동변속기 채용이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힐 수 있다. 동력 전달이 부드럽고 변속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 주행에서의 낮은 RPM이 피로감도 낮춰줬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반복해서 드나들었지만, 주행 성능은 세단의 그것 못지않았다. 특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올 때 진입하는 회전 구간에서 레니게이드의 안정감은 세단 드라이버로써도 인정하고 싶은 부분이다. 지프 애호가 임에도 오프로드가 아닌 도로 주행이 많은 경우라면 분명 매력에 빠질 수 있는 차량이다.

시승을 마치기 위해 출발지로 되돌아오며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역시 앞서 언급했던 엔진 용량이다. 디젤 모델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1600cc로 생산이 되고 있지만 가솔린은 컴패스나 체로키 등 지프가(家) 형님들과 같은 2400cc. 최근 가솔린 SUV들이 다운사이징과 연비 등을 중심으로 효율성 위주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레니게이드의 숙제가 될 전망이다. 

사이드미러의 바깥 부분에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굴절 거울이 채용 됐다. [이창환 기자]
사이드미러의 바깥 부분에 사각지대를 줄여주는 굴절 거울이 채용 됐다. [이창환 기자]
운전석과 센터페시아의 모습. [이창환 기자]
운전석과 센터페시아의 모습. 핸들 가운데 지프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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