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케어·코로나19 적자에 바닥난 재정… 보험료로 채우나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정부가 2021년 건강보험료율을 2.89% 인상한다고 결정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와 사용자의 어려워진 경제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실업률도 급등하면서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지출도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료 인상이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하 문케어)의 영향이라는 시각도 있다. 문케어로 바닥난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2017년 7077억 원이었으나 문케어가 시작된 2018년에는 177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더니 지난해에는 2조8243억 원의 적자로 확대됐다. 온라인에서도 건강보험료 인상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문케어’ 부정적인 시선도… 결국 부담은 국민 몫

기재부, 국고지원 예산 증액 요구에 거절… “이미 지원 확대로 어려워”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가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2021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 6.67%에서 2.89% 인상한 6.86%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가입자 단체는 2.52% 인상안을 최종적으로 제시했으나 공급자 단체와 공익위원이 2.89%를 제안해 결국 공익위원안이 채택됐다.

이번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직장가입자 월평균 보험료(본인 부담)는 11만9328원에서 12만2727원으로 3399원 증가한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월평균 보험료(가구 부담)는 9만4666원에서 9만7422원으로 2756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문케어 등으로 정부가 국정과제에 비축해 놓았던 예산을 사용하면서 결국 국민이 고스란히 부담을 졌다는 의견이다. 반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1~3차 추경을 하면서 여유 예산이 없기에 세금 인상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보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예산 총괄 담당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 일반회계 전입을 계속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거절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기재부에 내년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으로 올해 대비 1조7000억 원의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기재부는 올해 국고지원 예산을 건강보험 예상수입의 14% 수준(약 9조 원)까지 늘려 지원을 확대해 더 이상 국고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에 따른 부담이 건강보험료율 인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경제 시민단체 반발
정부, 국민부담률 변화 필요

정부의 건강보험료율 인상을 두고 경제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사용자단체와 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는 건강보험료율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경영계가 현재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최악의 경제와 고용위기로 가계 부담능력이 한계상황에 처한 점에서 거듭 정부에 ‘동결’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수혜자와 공급자 입장만을 토대로 또 다시 과도한 보험료율 인상을 이룬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에는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시민모임·녹색소비자연대 등은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악화와 가계의 보건비용 증가 등을 고려해 현시점에서는 건강보험 인상률을 1% 이하 또는 동결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문케어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0년간 건강보험 급여비는 8.2%, 건강보험 법정 본인부담은 7.4% 증가했지만 비급여 본인부담은 연평균 10.7% 증가해 전체 의료비 증가에 비급여가 상당 부분 차지했다. 이 같은 원인을 두고 문케어의 재정이 덜 투입된 동네 의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이 확대되는 속도보다 비급여가 더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기재부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해 재정수지 악화 속도가 빨라 보험료 인상 등의 결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사회연금과 보험부문의 지속 가능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이 부문의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건강보험이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상황은 더욱 심각해 지속적으로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사례처럼 사회적 논의를 통해 그에 맞는 국민부담률 변화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건강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에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을 추진하고 재정누수 방지 등을 통한 지출 효율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료율 인상에 온라인도 ‘시끌’

건강보험료율 인상 소식에 국민들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네티즌 luck***는 “이거 다 문재인케어 때문이다. 박근혜 때까지 흑자 나던 거 문재인케어 한답시고 돈 줄줄 새나감”, 또 다른 네티즌 em_s***는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더니 복지 없는 증세만 주구장창 하는구나. X짓으로 증발시킨 국고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함이란”, 네티즌 yd80***는 “살기 어렵고 현금도 안 돌고 장사는 아예 안 되고 매사가 이렇게 힘들긴 처음이다. 어떻게 살아가나 하고 막막하기도 한데 왜 자꾸 세금만 올리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지금 이 상태도 가장 어려운 시기이니까 이 상태라도 유지하게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한편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인상을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5일부터 3일간 건강보험료 인상 문제를 두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라는 답변이 67%로 집계됐다. 또한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3.2%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도 60.2%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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