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문재인, 철학이 다르다”
“이낙연은 ‘문재인 시즌2’”

안철수-진중권, 유튜브 통해 대담[뉴시스]
안철수-진중권, 유튜브 통해 대담[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유튜브로 뭉쳤다. 진 전 교수는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독설을 날리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이런 그가 안 대표와 함께 유튜브 방송에 나섰다. 안 대표는 존재감을 잃어 가는 국민의당 대표를 맡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때 유력 대권주자로 불렸으나 현재는 정치권 변방에 서 있다. 두 사람은 유튜브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졌을까.

 

“시민단체들이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에 많이 망가졌다”

“정부 부동산 정책은 23타수 무안타, 타율 0할0푼0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대담, 이른바 ‘안철수·진중권 철권토크’는 안 대표 공식 유튜브를 통해 지난달 17일, 23일, 30일 총 3편이 공개됐다. 4일 기준 조회수는 각각 약 68만회, 75만회, 55만회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철권토크 2회 영상의 제목은 ‘막장 문재인정권 죽음까지 써먹나?’로 안희전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문제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을 다룬 영상이 가장 큰 인기를 얻었다.

당초 국민의당은 지난달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철권토크에 대해 “부동산 정책 등 즉흥적인 땜질식 처방과 오락가락 정책 혼선의 무능함, 직보다 집을 선택하는 참모들의 부도덕함, 사람보다 내 사람을 먼저 챙기는 불공정, 조국 사태에서 윤미향 비리 의혹, 성추행, 검찰 무력화, 권언유착 등의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야권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진중권 교수, 두 사람이 만나서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독선으로 야기된 폭정의 문제점과 원인을 진단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여권 저격수’라 불리는 진 전 교수는 국민의당의 창당발기인 대회, 당이 진행하는 ‘온(ON) 국민 공부방’ 1차 강연 등에서 연사로 나선 바 있다. 앞서 안 대표는 진 전 교수에 대해 “실수나 잘못을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용기와 솔직함 앞에서 저는 그가 ‘진짜 민주주의자’라고 생각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철수, “정부 여당, 조폭문화적으로 행동”

 

지난달 17일 공개된 철권토크 1편에서 안 대표는 “대통령이 강조한 게 협치 아닌가. 협치란 말과 실제 벌어지는 행동이 너무 다르다”며 “정치 지도자가 말과 행동이 다르면 국민 분열을 초래한다. 어떻게 보면 (국민을) 정신분열증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 대해 “우리 편, 상대 편으로 모든 걸 판단한다. 정부여당이 이념과 가치보다 조폭문화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닌가”라며 “문재인 정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 시즌 2가 아니다”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아직 대통령의 40%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 그 지지율 상당 부분이 (문 대통령을) 노 전 대통령의 친구라 생각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철학 자체가 다르다”라고 단언했다.

정부여당에서 추진하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내로남불”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 대표는 “(정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처음에는 충견, 애완견으로 생각했다가 맹견으로 판단되니 가혹하게 대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당부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대니 팽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비난했다.

진 전 교수는 “저는 검찰개혁을 찬성했는데 내로남불이다. 검찰이 독립성을 가지지 못하는 게 개혁 목표가 됐다”며 “어떤 정권이 들어가도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수처장은 누가 오겠나.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람 중에 올 것”이라며 “그 사람이 어떻게 할지 뻔히 안다. 이게 개혁인가 잘 모르겠다”고 했다.

두 사람은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에 ‘끝까지 버텨 달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안 대표는 “(윤 총장이) 이제는 손발 다 잘리고 목만 달려있는 처지”라며 “보기 안타깝지만 용기를 내시고 진정한 검찰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랑하는 그런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많은 검사분이 검사로서 할 일을 하리라 믿고, 끝까지 검찰의 독립성을 지키는 일을 마지막까지 다해 달라”고 전했다.

진중권 전 교수[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뉴시스]

 

진중권, “중요한 순간 대통령은 행방불명”

 

철권토크 2편인 지난달 23일 방송에서는 정부여당의 성폭력 사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먼저 안 대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가지 않은 데 대해 “정말 가고 싶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정치적 계산 하에 죽음까지도 이용하려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안 대표는 대담에서 “대통령도 대선 때 페미니스트라고 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나 박원순 전 시장 모두 ‘젠더 마인드’를 갖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했던 분들”이라며 “모든 게 선거에서 표를 얻고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것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여권 인사들의 젠더 감수성은 그냥 자기 출세를 위한 상징 자본이 아니었나”라면서 “박원순 시장 사건과 관련한 대응은 이제까지 벌어졌던 그 모든 자기 배반들의 결정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서에서 정작 하셔야 할 말씀은 없더라. 미안하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한테 하고 정작 피해자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은 없었다”라고 했다.

안 대표와 진 전 교수는 박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시민단체의 태도에 실망을 드러냈다.

안 대표는 “시민 여성단체들이 이번 사건에 진영 논리로 접근했다”면서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친정부 기구”라고 했고, 진 전 교수는 “시민단체들이 조국사태, 윤미향 사태에 이어 많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23타수 무안타, 타율 0할0푼0리”라면서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인사가 있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대통령 비서실장 영전설이 끊임없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국토부 장관이 주문해서는 안 된다. 경제부총리 수준에서 다른 부처들과 종합해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은 당이 잘못 결정했을 때 올바른 윤리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아주 중요한 순간마다 대통령은 행방불명이다. 그래서 대통령을 찾는다”라고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안 한다. 행사 때만 잠깐잠깐 얼굴을 비춘다. 대통령이 질문을 다 받고 반박하고 또 이해시키고 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또 국론 분열 요인으로 잘못된 통계를 지목했다.

안 대표는 “대통령이 직접 인용하는 통계 자체가 현실과 너무 다르니 결국 실망하게 되고 이제는 더이상 통계 자체를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숫자로 진실을, 현상을 속일 수 있겠는가. 이제 더이상 숫자로 장난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을 엄정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이 갑자기 집값 떨어졌다고 했는데 부동산 3법 통과된 지 얼마됐다고 벌써 결과를 이야기하는 거냐”면서 “늘 대통령 ‘말씀’이 문제다. 코로나도 대통령이 좋아졌다 그러면 또 터지고 이런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09.[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진 “민주당, 친문 일색”

안 “국운, 여기까지인가?”

 

철권토크 3편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진 전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친문 일색이 됐다”며 “친박 일색으로 통합당이 망했다. 똑같은 일을 저들이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친문,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 대한 비하 표현)이 권리당원이 되면서 공천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되면 의원들 같은 경우 ‘운동권 지도부’의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올바른 말을 못한다”며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하면 극성스러운 지지자들에게 얻어맞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주자가 이때쯤 나오면 (대통령에게) 선을 그어야 하는데 다들 앉아서 대통령 눈도장만 받으려고 한다”며 “전체주의 정당처럼 일색화된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거수기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이) 이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친문일색이라 혁신할 세력 자체가 없다”며 “밑에 의원들은 시키는대로만 하는 관료조직 공무원과 같다”고 깎아내렸다.

그는 “이재명 씨 정도가 그 정도 강단이 있을 텐데, 이분은 이것(비판이나 소신) 자체가 자기한테 굉장히 치명적이라는 것을 안다”며 “이낙연 씨 같은 경우 얹혀 갈 것이다. ‘문재인 시즌2’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안철수 대표는 “어떤 국회의원 후보자(김두관 의원 지칭)가 자기가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했다. 이게 말이 되냐”며 “행정부를 견제하는 게 입법부 역할인데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하면 국회의원 자격도 없고, 초등학교 졸업장도 의심스럽다”고 힐난했다.

안 대표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들 의사를 반영하고 이익을 지키는 게 입법부 역할”이라며 “이런 것들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게 21대 국회의 처참한 모습”이라고 했다.

또 안 대표는 “총선이 끝나자마자 정부·여당이 맨 먼저 내세운 게 KAL기 폭파사건을 재조사하자는 것이다. 과거를 파지 않았냐”며 “한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중요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고,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개척하기보다 아는 게 없으니까 과거만 파다 보니까 우리나라 국운이 여기까진가 싶은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며 “국가 운명을 바꾸려면 결국은 생각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통합당의 개혁과 야권 연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나갔다.

진 전 교수는 통합당에 대해서 “그 당에 가서 제일 먼저 한 말이 ‘뇌가 없다’였다”면서 “김종인 위원장이 왔고, 최근에 뇌는 이식한 거 같다”고 운을 뗐다.

다만 진 전 교수는 “당의 DNA를 바꾸자고 했을 때 굉장히 반발이 나올 것”이라며 “통합당이 개혁에서 성공할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저들도 강성 지지자들한테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그쪽(극우)은 현찰이라 하고, 합리적인 보수는 어음이라 한다”며 “현찰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자꾸 당의 메시지가 이상해지고 그게 자꾸 보수당을 국민들로 하여금 혐오·기피 정당으로 인식시킨다. 당이 분화해야 된다”고 했다.

안 대표도 “통합당을 열렬히 지지하시는 분들이 잘 모르는 것이 지금 현재 다수 국민들, 특히 젊은층에서 혐오감이 크다는 것”이라며 “통합당에서 여러 가지 메시지를 내지만, 메시지 이전에 이미지 쇄신이 먼저다. 다시 어떻게 신뢰를 찾고 저변을 넓힐까 그 노력이 먼저라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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