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회 지도자 16명은 8월27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며 “방역은 신앙의 영역이 아니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이라는 것을 모든 종교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제일교회를 빗대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은 “교회는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의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그는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겐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자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 밖에도 종교의 자유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순 없다”고 밝힌 문 대통령의 3일 전 발언과 관련해서도 김 회장은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반박했다.

교회 목사로서 ‘교회의 본질인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김 회장의 소신 피력을 접하며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의 소신 없고 비굴한 부화뇌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8.15 광복절 광화문 집회로 코로나19 확산 불안감이 고조되어 가자 전 목사를 역도(逆徒)로 몰아댔다.

그는 전 목사의 “공동선에 반하는 무모한 일을 용서할 수 없으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전 목사에게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지 말아 달라”며 보수의 ‘썩은 피’를 운운했다. 제1 야당의 발언이 아니라 집권여당의 대변인처럼 들렸다. 국민의힘이 전 목사와 거리두기 위한 얄팍한 임기응변이었다. 물론 전 목사의 8.15 광화문 집회는 방역에 소흘했고 코로나19 확산을 촉매했다는 지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전 목사의 광화문 집회에는 무더운 장마 속에서도 전국에서 5만 명이 참가, 문 정권을 규탄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시위자들은 부동산 폭등, 경제 실정, 집권세력의 폭주 등에 대한 들끓는 분노로 모여들었다. 정치적 맥락에서 보면, 8.15 광화문 집회는 야당이 해야 할 일을 전광훈 목사가 대신해 준 셈이다.

전국에서 내 돈 들여 귀중한 시간 써 가며 코로나 감염 위험 조차 무릅쓰고 문 정권을 규탄하기 위해 모여든 대규모 애국 시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8.15 광복절 집회로 인한 지지도 감소를 겁낸 나머지 집권세력 비판에 나섰던 전 목사를 방역을 거슬렀다고 해서 아예 역도로 몰아 난도질했다. 야당으로서 집권세력을 상대로 투쟁해야 할 본분을 포기한 기회주의적 작태였다.

뉴트 깅리츠 미국의 전 하원의장 말대로 여당은 정책 생산에 있고 야당의 본분은 투쟁에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김태영 목사는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교회의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소신껏 밝혔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정부 방역에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야당으로서의 본분인 집권세력 폭정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어야 옳다. 주호영은 김태영 목사에게서 배워야 한다.

국민의힘은 일부 광화문 집회 비판 여론에 휘둘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위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다. 야당이기를 포기하고 민주당 2중대로 통합된 감을 금치 못하게 했다. 제1 야당으로서 등뼈도 없고 결기도 없는 비굴한 행태였다. 정치 지도자는 여론에 영합하지 말고 여론을 주도해야 한다.

주호영·하태경은 여론 주도를 포기하고 영합하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정부 방역엔 적극 협조할 것”이지만 야당으로서 자유민주 수호를 위해 집권당 폭주를 견제하고 투쟁하는 것이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야당의 본분을 지켰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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