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세계사] 저자 루시 존스/ 역자 권예리/ 출판사 눌와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자연재해로부터 전적으로 안전한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매해 홍수와 태풍으로 재난을 입으면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강가다. 그러고 보면 홍수를 일으켰던 강들 대부분은 인류 문명의 요람이었다. 황하의 중국문명이나 나일강의 이집트 문명이 그러했다. 자연재해는 인간과 더불어 동고동락하면서 문명발달을 거듭해 왔다.

언젠가 닥쳐올 재난을 완벽하게 피해갈 수 는 없지만 지혜롭게 대처해 위기의 순간을 대비해 나갈 수 있다. 자연 재해에 대비하는 미국의 정부기관인 미국지질조사국에서 33년 동안 일해온 재해학자 루시 존스가 펴낸 ‘재난의 세계사’에서는 지구상에 존재했던 대표적인 11개의 사건을 조명한다. 자연재해 앞에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던 인간과 사회의 모습을 들추어 보고 미래 재난에 대비하는 방법을 고민해 독자에게 알렸다.

인간에게 불행과도 같은 자연재해는 크게 홍수나 지진, 화산, 태풍 등으로 구분된다. 파괴와 비극을 낳는 끔찍한 재난이지만 책에서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변동과 대기 순환의 일부라고 꼬집어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홍수와 태풍은 대기 순환의 과정에서 일어나고, 지진과 화산은 지각과 맨틀의 움직임으로 발생한다. 태풍을 비롯한 기상 현상은 바다의 물을 지구 곳곳으로 옮기고 지진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는 단층은 산을 이루고 물을 만들어 수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화산 역시 땅 속 깊은 곳의 다양한 물질을 지표면으로 내보내 생태계에 일조하는 과정이다. 자연 재해로 대표되는 지구의 복잡다단한 자연 현상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처럼 온갖 생명으로 가득한 터전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현대도시 사회는 고도로 복잡한 체계를 이루면서 이러한 자연재해를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자부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위험한 발상부터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자연 재해가 일어 날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하고 인간이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미래 자연재해를 효과적으로 대비하고 피해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단언한다.

책에서 독자에게 알려주는 사례들은 지금의 우리가 보기에 비합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처럼 생각되지만 극단적인 사고는 오히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뿐이라고 알린다. 단지 자연재해에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힘에 대한 책임을 물을 희생양이 필요할 뿐이며 스스로 잠재적인 희생자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구실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재난을 극복할 힘은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자연재해가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약점만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들을 조목조목 알린다. 1883년 라키아산이 분화해 아이슬란드 전체 면적의 1/6을 용암으로 뒤덮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섬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욘 스타인그림손 목사는 희망을 잃지 않고 직접 익힌 의술로 타인을 돌보고 덴마크로 가서 구호자금을 받아오기도 한 국민적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갈수록 험난한 자연재해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을 경험한 바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백두산과 한라산의 휴화산은 이미 활화산으로 잠정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기상재해는 나날이 늘고 심각해 진다고 예측한다. 저자는 이미 심각해져 가는   자연 재해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보강 공사를 독려한다. 자연재해를 대비한 구체적인 행동 개시 사례를 제시하고 안전한 터전으로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알린다.

저자 루시 존스는 1984년부터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지진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임하면서 지난 2016년까지 33년 동안 미국지질조사국 소속의 지진학자인 동시에 위험 감소 과학자문위원을 역임했다. 미국 전역의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한 ‘위험 감소를 위한 과학 활용’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미국 최초의 지진 대비 대규모 훈련인 ‘셰이크아웃’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현재 남부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미야자키 마사카츠의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조 지무쇼의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폴 몰런드의 ‘인구의 힘’, 후지하라 다스시의 ‘전쟁과 농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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