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장사 하려고?' …노사 충돌 '심각'

사진 / 홈플러스 밀실매각 강행하는 MBK 규탄 울산지역 참가자 일동은 지난 6월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은 매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홈플러스 밀실매각 강행하는 MBK 규탄 울산지역 참가자 일동은 지난 6월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은 매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홈플러스의 연이은 점포 매각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알짜 점포만 매각하면서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플러스 노조는 ‘부동산 돈놀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유동화 대상 매물이 시장 관심을 끌 만한 매력적인 매물이어야 했다고 반발한다. 앞서도 노조는 밀실매각을 주장하며 먹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추가 점포 매각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로 점포를 매각하는 규모는 적게는 1~2개 점포부터 많게는 7개 점포로 점쳐진다. 현재 홈플러스의 전국 최초 점포(1997년 개점)라는 상징성을 가진 대구점이 부동산 매물로 나와 있는 상황이다. 결국 양측의 신경전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 

안산점·대전탄방점 이어 세 번째…인근 점포 배치로 전원 고용보장
노조 "대주주 MBK먹튀, 부동산 판매에만 혈안" 주장

우선 홈플러스는 3일  대전둔산점의 자산유동화가 확정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올 들어 세 번째 점포 정리다. 

홈플러스는 이번 대전둔산점 자산유동화로 점포 근무 직원과 몰 입점 점주들이 변화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 동안 영업을 유지할 수 있게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영업종료 이후에도 주변 점포로 이동 배치해 고용은 유지된다. 홈플러스는 해당 직원들의 인근 점포 전환배치를 비롯해 온라인 사업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등 유통 트렌드에 맞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사업부문으로의 이동 등을 고려할 계획이다

수익성ㆍ신용등급 '빨간불'...노사갈등 폭발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전둔산점의 영업이 안타깝게 종료되지만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절대 없다"며 "입점 점주분들께서 변화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최소 1년 이상 영업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도 홈플러스는 지난 7월 안산점 매각을 발표한 데 이어 대전탄방점을 폐점하기로 했다. 2000년 오픈한 안산점(홈플러스 3호점)은 수도권 1호점이란 상징을 갖고 있는 점포임에도 매각을 통해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도  2018년 경기도 부천시 소재 부천중동점, 경남 김해시 소재 동김해점을 매각했다.

홈플러스가 점포를 줄줄이 매각하고 있는 이유는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홈플러스의 2019 회계년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3002억 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도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있다. 
지난달 26일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2-로 한 단계 낮췄다. 뒤 이어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27일 홈플러스의 CP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모두 소비 패턴 변화로 홈플러스의 실적 저하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실적 외의 다른 점에 주목한다. 노조는 안산점 첫 매각 당시부터 홈플러스의 몸집 축소에 대해 대주주의 ‘먹튀 매각’이라고 비난해 왔다.

노조 관계자는 “MBK의 홈플러스 인수 본심은 부동산 돈놀이”라면서 “매장뿐 아니라 칠곡 IC부지와 무의도 연수원, 함안 물류센터 등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모두 매각해 주주들의 이윤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동화 대상이 된 점포들이 소위 잘나가던 대형 매장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안산점의 경우 2018년 매출순위 5위 권에 꼽히는 상위 점포로 200여 명이 넘는 직영직원이 근무한다. 외주 및 협력 업체, 입점점주와 종업권까지 더하면 대략 1000명에 이른다.

탄방점과 둔산점도 대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노른자 지역인 서구 둔산동과 탄방동에 위치한다. 둔산점은 연면적 5만7960㎡로 홈플러스 140개 중 점포 순위로는 19번째다. 탄방점과는 직선거리 1㎞에 불과하다.

또한 홈플러스노조는 안산점, 대구점, 둔산점 등 3개 매장 매각이 홈플러스가 통상적으로 해오던 매각후재임대 방식이 아니라 폐점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폐점 후 매장을 헐고 새로 고층 주상복합건물을 짓는 개발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매각 반대” MBK 규탄  

따라서 노조는 "이로 인해 매장 노동자와 입점업체 점주 등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는 대량실업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안산점은 홈플러스 직영직원이 218명이며 외주와 협력업체 직원, 입점업주와 그 종업원까지 더하면 대략 1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구점과 둔산점 매장 전체 직원 수는 각각 700명 정도로 알려졌다.
노조는 "코로나19 위기 현실에서 고용유지를 위해 적자 매장이라도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흑자매장까지 매각해 폐점하는 것은 고용을 지켜야 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매각 1순위인 안산점은 홈플러스 140개 전체 대형매장 중에서도 탑클래스 매장으로 직영직원수 218명으로 두 번째로 많고 매출 순위도 상위권에 있는 1등 매장"이라면서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투기자본의 이윤추구가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홈플러스 측은 "향후 구조조정은 없을 예정이라고 노조 측에 여러 차례 설명했다"고 말했다. 노조의 배당금 지적과 관련해서는 "MBK파트너스와 공동투자자에게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노조에서 언급한 배당금은 과거 홈플러스가 모회사인 홈플러스스토어즈에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 운영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일순 사장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임 사정의 경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과 노사갈등 상황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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