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포털사이트) 들어오라 하세요’ 메시지와 관련해 “윤 의원이 (해당) 문자를 보낸 직원은 윤 의원과 함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있었던 보좌관으로 알려졌다”며 “청와대에서 해 오던 포털 통제를 그대로 장소만 옮겨 국회에서도 하는 것 아닌가 의심케 한다”고 했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주 원내대표 연설은 바로 (포털) 메인에 반영되네요’라는 보좌관의 메시지를 받자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낸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의원은 논란이 되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 이낙연 대표의 연설을 보면서 카카오의 메인페이지를 모니터링했는데 뜨지 않았다. 그런데 주 원내대표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메인에 기사가 떴다”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느끼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내 의견을 (포털에) 전달할 자유가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의 문자 파문이 우려되는 것은 그가 과기정통위원으로서 네이버·다음 등 포털을 감독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피감기관으로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마음먹고 포털을 괴롭히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들어오라하세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을까. 게다가 윤 의원은 대한민국 포털 1위인 네이버 부사장 출신이다. 다음은 경쟁사다. 자신이 몸 담았던 네이버에 대한 보은성 발언처럼 느껴질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윤 의원의 진영 논리다. 그는 다음이 이낙연 대표 연설 때에는 포털 메인에 반영이 안 됐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반영됐다고 다음 카카오 관계자를 소환하라고 지시했다. 다음은 사기업이자 민간기업이다. 다음에서 어떤 이슈를 메인으로 할지는 다음에서 결정한다. 만약 윤 의원의 배치 형평성이 문제라면 보수 성향의 조선·중앙·동아를 비롯해 진보 성향의 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 종이신문과 홈페이지 메인기사 배치도 문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윤 의원은 그럴 생각이 없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종이신문은 망해 가고 있고 온라인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또한 독자가 언론사 홈페이지를 통해 기사를 읽는 시대도 아니다. 국민들의 다수가 네이버, 다음 포털을 통해 기사를 접하고 있다. 굳이 ‘말 많고’, ‘벌떼같은’  언론사를 건들기보다 우회적으로 포털을 장악해 언론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시대임을 윤 의원은 잘 알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때에는 네이버가 보수, 다음은 진보 세력의 놀이터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진보 정권이 들어서자 네이버는 진보, 다음은 보수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러길 바라는 정권의 기대감이 윤 의원의 문자로 반영된 것일까. 

윤 의원의 속내는 들통났다. 그런데 이게 한 여당 의원의 개인적인 사고이길 바란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현 정권 주류의 마인드가 아닌가 싶다. 초선인 윤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낙연 대표의 직속 후배다. 네이버 부사장과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거쳐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정권 주류 인식이 보수 진보 언론사에 이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까지 보수, 진보 진영논리를 적용해 적과 아군으로 구분한다면 군사독재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포털을 통해 언론사를 통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