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과거 좌파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한 정책추진 집단을 가리켰지만 지금은 정부 개입과 분배적 관점을 더 중시하는 정치집단을 의미한다. 반면 우파는 자유경쟁과 시장경제를 기반한 정책을 강조하는 정치집단이다. 반면 진보와 보수는 정책 경향 또는 속도의 차이로 구분된다. 보수는 기존체제 유지 또는 점진적 개혁추진을 추구한다면 진보는 속도감 있게 현재의 사회적 모순을 타파하고 새로운 체제 수립을 추구한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모두 그 본질은 다르지 않지만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공산주의-사회주의 노선은 정치와 경제의 평등을 주장했으나 정치권력은 전체주의적 일인일당 독재로 흘렀고 인민은 지배당할 권리와 무권리의 평등만을, 경제는 빈곤의 평등만을 남기고 실패로 끝났다. 

독일의 사회학자 하버마스는 "합의 내용의 아니라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규정함으로써 정통성 있는 법이나 윤리규범이 얻어진다"고 했다. 즉 개인에게 경쟁의 기회를 평등하게 주어지는 원리를 사회정의의 기반으로, 경제적 소외계층의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생활이 보장되는, 배려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즉 공정이다.

이런 비슷한 얘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지만 공허한 소리가 된 지 오래다. 인민의 평등을 주장했던 공산주의 좌파세력이 결국 혁명을 통해 권력을 쟁취한 뒤 그들 역시 상위 포식자로서 전체주의 독재로 종말을 고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사회는 국민 대다수가 희망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정치이념이고 미래사회다. 

지금 세계는 다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와 로봇, 빅데이터 시대에는 그에 따른 당연한 새로운 정치 이념과 정책이 따라야 한다. 무한경쟁의 정글자본주의만 강조해서는 국민들의 새로운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갈수록 국민신뢰를 상실하는 이유도 다름 아닌 '우리 편만의 공정, 국민들의 불평등'을 정의라고 억지를 쓰는 것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18광주묘역에 가서 무릎 꿇고 사과했다. 극우파인 전광훈 목사 등 소위 태극기파와 선을 긋고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 국민주거안정 등을 당의 기본정책으로 내걸었다. '약자와의 동행’선언 등을 통해 당의 외연을 중도로 넓히려는 긍정적인 노력이다.

그러나 그 실현방법은 구체적인 것이 없어 모호하다. 중도 진영 유권자를 잡기 위해 이슈 차원의 정치적 좌클릭이거나 실제 대안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지향하는 바가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좌파 이동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좌파진영의 전향적인 우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특히 김 위원장은 국민과 함께 만드는 정치개혁을 말하고 권위주의 철폐를 강조한다. 또 국민에 의한 권력기관 개혁과 지방분권을 주장한다.  그러나 정착 중요한 정당개혁은 없다. 자기 혁신만 빼놓은 것이다. 21세기 AI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정당이 나와야 한다. 지금의 정당은 권위주의-아날로그-개발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정당개혁의 핵심은 권위주의 독점권력체제를 해체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만 분산하고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당 지도부의 권한 또한 분산하고 견제되어야 한다. 정당 개혁의 핵심은 선출직 후보자의 공천권 해체다. 시대적 가치와 미래지향적 정치이념은 자유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한 공정한 사회 구축이다. 즉 공정우파가 새로운 시대의 정치이념이다. 공정과 우파(경쟁과 시장) 개념 속에는 '독점'은 없다.

공정우파 사회를 지향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국민과 당원의 자유로운 선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의 정치가이자 사회학자인 로베르트 미헬스는 "선거를 자주 시행하는 것만이 과두제의 독가스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밸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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