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환자, 무증상 감염 증가…누구나 걸릴 수 있어
코로나19 완치자 후유증에 대한 사후관리 필요

(사진/안애영 기자)
(사진/안애영 기자)

[일요서울ㅣ광주 안애영 기자] “저 때문에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모두 음성이기만을 계속 기도했습니다. 그 생각뿐이었어요.”

지난 2월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 A씨(광주 30대)는 무증상 상태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마스크도 착용했었고 코로나19와 관련해 알려진 증상도 나타난 것이 없었기에 검사 결과를 기다리면서도 확진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양성’이라는 보건소의 연락은 A씨에게 충격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충격을 받아들일 경황도 없이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길, A씨의 머릿속은 ‘무증상으로 모르는 상태에서 돌아다녔던 건데, 혹시...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 되면 어쩌나...’하는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들로 가득했다.

A씨처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확진자들을 더 괴롭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혔다는 죄책감과 확진자라는 낙인이다.

“저 때문에 제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모두 음성이기만 계속 기도했습니다. 그 생각뿐이었어요.”

A씨는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나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의 ‘코로나19 6차 국민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58.1%가 '확진될 경우 그 이유로 비난받을 것이 두렵다'고 답한 응답결과는 확진자가 느끼게 되는 낙인과 죄책감에 대한 무게를 보여준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으로 차별과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 전주의 20년 맛집 사장님의 사연이나, 아이들이 받을 비난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녀의 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사연 등 다양한 사례들도 보도되면서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비난이 감염병 예방이나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감염병의 종식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정세를 잡아가는 듯했던 코로나19가 지난달 14일 이후 한 교회와 수도권 집회가 매개체가 되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코로나19 초기 확진자들의 특정 종교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당시 동성애자라는 식의 낙인 등이 데자뷔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완치자들의 다양한 후유증에 대한 보도들이 이어지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이탈리아 상황을 인용해 코로나19 환자들이 겪는 후유증을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바티칸가톨릭대 부속병원이 코로나19로 입원했던 환자 중 완치돼 퇴원한 143명의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87%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 2015년 메르스 당시 생존자 148명 중 63명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반수(54%)가 완치 후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생존자들이 정신건강 문제를 앓는 원인으로 감염자라는 사회적 낙인, 감염 당시 불안 등이 지목돼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들에 대한 재활과 사후관리의 필요성이 함께 강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판정 이후 호흡기 질환과 신경성 질환, 피로, 후각상실, 심장 질환, 다리·종아리 통증, 두통, 위장장애, 관절·근육통, 탈모 등 광범위하게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A씨 역시 병원에 입원해 별 무리 없이 한 달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요즘 들어 무기력증과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피로감에 코로나19 확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몸 상태를 느끼고 있다.

“코로나 전엔 잠을 좀 못자거나 해도 잠깐 눈을 붙이면 금방 회복이 됐는데, 지금은 2~3시간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아요. 전보다 훨씬 빨리 피로해지고 회복이 더딘 느낌이에요. 그리고 무기력증으로 의욕이 저하되다보니 하루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이에 광주시는 코로나19 완치판정을 받고도 갖가지 후유증을 호소하는 완치자들이 익명으로 상담 할 수 있고, 다양한 후유증 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며 치료방법을 함께 모색할 수 있는 ‘코로나19 후유증 온라인극복센터’를 지자체 최초로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후유증 온라인극복센터’를 담당하는 광주시 건강정책과 송혜자 사무관은 “확진되신 분들도 사실 피해자인데 위축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안타깝다. 코로나19 후유증 온라인 극복센터는 확진되신 분들의 소통창구로서 같은 아픔과 고통을 서로 나누며 치유되는 부분에 목적을 두고 오픈했다”며 “상담하시는 선생님이나 현장의 카운슬러 분들도 여러분 위촉을 해놓은 상태인데 아직 시행초반이라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 확진 후 회복되어 돌아가시는 분께 이 온라인센터를 알리고 홍보하는데 주력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유증으로 이전과 똑같은 일상생활은 아직 힘들지만 A씨는 “당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제 주변엔 그래도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보다 걱정해주고 퇴원을 격려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계셔서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세계일보에 실린 외부칼럼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서로 간 비난과 혐오를 통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며 “질병 앞에서는 평등한 것이기에 각자들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확진자의 경험을 겸허히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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