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이 군에서 ‘황제휴가’를 썼다는 공방이 여의도 정가를 넘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유례없는 장마와 3연속 태풍으로 인해 우리 국토가 갈기갈기 찢겨져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의 분노지수 또한 폭발지경에 있는데, 아직도 우리 정치는 국민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짐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황제휴가’ 논란은 중년에 접어든 대학 동기들에게 활력소가 되었는지 단톡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어떤 친구는 자신이 연대 인사장교 시절 돈을 싸들고 와서 부대배치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 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자랑스러워 하고, 어떤 친구는 ‘우리 친구들 중에는 추미애 잘못했다고 깔 수 있는 친구 없나!’라며 현 상황을 개탄해 마지않는다.

평소 단톡방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필자이지만, 아들 군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추호의 부끄러움도 없는지라 몇 자 적었다.

“나는 아들이 자원입대를 하려고 했지만,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는 자원입대가 불가하다며 입대를 거절당했다. 그래서 아는 국회의원을 동원해서 군대를 가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결국 병무청에 상담하여 아버지가 전방부대에서 근무했으면 그 부대로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을 듣고 2012년 새해 벽두 아들과 둘이 컴퓨터 앞에서 병무청 홈페이지 열리기만을 기다려 결국 군 입대라는 꿈을 이루게 되었다. 나라면 추미애 잘못했다고 깔 수 없겠니?”

참고로 필자는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생활을 했고, 아들도 그 부대에서 통신병으로 근무했다. 나의 글에 친구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많은 친구들이 너라면 자격이 되니 추미애를 잘못했다고 깔 테면 까 보란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아들이 ‘황제휴가’를 다녀왔다는 시기에 여당의 당대표였다. 아들이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병가가 필요했고, 수술을 받고나니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려 부대에 복귀하지 않고 휴가를 연장했다는 것인데, 일반 사병이라면 부대에 복귀를 하는 것이 맞는데 추미애 장관의 아들은 ‘엄마찬스’로 부대에 복귀하지도 않고 병가를 연장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야당은 추미애 장관에게 ‘당신이 여당 당대표로 압력을 넣은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아들의 병가에 대해 부모 중 한 사람이 민원을 넣은 것으로 되어 있고, 그 민원은 받아들여져 병가가 연장되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참 좋은 대한민국 국방부이고 군대 시스템이다. 다만 모든 이들에게 이러한 민원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느냐가 문제의 본질일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필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뭔가를 잘못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잘못이 있다면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여 문제의 싹을 잘라내야 했는데, 쓸데없는 소모전에 국민들을 피곤하고 화나게 한 것일 것이다.

필자는 2년 전 이맘때쯤 이 코너에서 “문민 국방부장관이 시기상조라고요? : 문민 여성국방부장관은 어떠세요?”라는 글을 썼었다. 이 글에서 염두에 뒀던 여성은 다름 아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었다. 당시 필자는 남성 위주의 군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혁하고, 평시 군인들의 인권보장과 안전한 병영생활 보장을 위해 ‘어머니의 자상함’이 군의 리더로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고, 그 적임자가 추미애 의원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황제휴가’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러한 논란을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국방부장관으로 이동시켜 가장 비합리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군대를 ‘국민의 군대’로 탈바꿈시키는 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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