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회피 막기 위한 개정안...“과세 폭탄, 줄도산 위기” 아우성  

[뉴시스]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부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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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정부가 발표한 ‘유보소득과세’ 도입 추진을 둘러싼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세무업계 안팎에서도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적잖은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비롯한 건설업계에서는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비판이 지속되자 기재부는 업계와 유관기관 및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적용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시행령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며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 80% 이상 법인...‘개인 유사법인’ 정의
- "사업 재투자 어려워져"...자금성 변동 큰 주택건설업계 반발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적용될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 배당 간주(이하 유보소득세)’를 신설했다. 소득세 부담 회피를 막기 위해 법인을 설립하거나 전환한 ‘개인 유사법인’이 대상인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을 개인사업자로 보고 세법상 ‘개인 유사법인’으로 정의한 것이다.

유보소득 과세는 이들에 대해 ‘초과 유보소득’을 주주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주주에게 배당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개인 유사법인이 적정 유보소득 이상을 쌓아둔 데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조세 회피 목적을 막고 개인사업자와의 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시스]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부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부 [기획재정부]

‘뜨거운 감자’ 이유는?
재투자 여력↓ 혼란↑


조세 회피 목적을 막고 세 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겠다는 정부의 뜻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 발표 이후 산업계 안팎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고 있다. 법인은 주주로부터 자본금을 조달해 사업에 운용한다. 창출한 수익의 일부는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혹은 사업에 재투자해 미래를 준비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유보소득세 신설을 통해 법인이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에 운용하기 위해 쌓아둔 유보금에 대한 세금이 부과되는 만큼 일부 기업들은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비상장 중소기업 중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논란은 확대되고 있다. 핵심은 법인의 유보금 대부분이 현금이 아닌 투자자산과 재고자산 등인데, 이를 유보금 기준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또한 배당을 받은 것으로 간주해 미리 세금을 납부해야 하니 추후 손실로 배당받을 현금이 없어도 세금만 납부한 상황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됐다.

세무업계 안팎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복잡한 제도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개정안에는 ‘중복 과세를 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향후 간주배당금을 주주에게 실제 배당하는 경우 배당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는 곧 주주가 실제 배당금을 간주배당으로 받은 것이 아닌지 명확히 출처를 관리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간주배당금에 따라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할 수 있도록 주주별, 연도별 배당금 이월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인이 폐업, 청산하기 전까지 주주별로 간주배당금 잔액에 대해 매년 관리해야만 실제 배당금에 대한 과세 재원여부 분류가 정확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하자 기재부는 과세 대상에 대해 “배당가능한 소득의 50% 또는 자기자본(=자산-부채)의 10%를 초과하는 유보소득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와 함께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정상적‧합리적 경영활동을 영위하는 법인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으로 “업계와 유관기관 및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경제적 실질이 개인사업자와 유사하고, 소득세 부담 회피가 큰 법인에 한정해 적용할 계획”을 전했다.

주택건설業 ‘철회’ 건의
“일률적 과세 부당해”


이런 가운데 주택건설업계의 반발은 유독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국내 중소‧중견 건설사 대다수가 개인 유사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택건설 업계에 따르면 중소‧중견 주택건설사업자의 경우 창업 또는 경영과정에서 지분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건설사업은 각 분양사업 마다 대규모 사업자금이 교차 투입돼 부채비율이 수시로 급등하는 등 자금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지분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성으로 전국 대부분의 주택사업자는 가족기업(가족이 주주)으로 경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대한주택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 등은 정부와 국회 등을 통해 공식적인 건의에 나서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측은 “소득세 회피 등 탈세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대다수 주택건설사업자를 ‘가족기업=잠재적 탈세자’로 전제하고 일률적으로 유보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주택건설사업은 택지매입에서 사업계획승인 등 행정절차를 거쳐 분양까지 3~5년이 소요되는 장기사업으로 투자금액 회수기간이 길고 차기사업용 택지 매입시 지가 상승을 감안하면 토지매입비용 충당을 위한 유보금 규모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사업특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건설협회 또한 국회와 기재부에 도입을 반대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한편 기재부는 주택건설업계의 우려와 관련해 “이번 제도는 경제적 실질이 개인사업자와 유사하고, 소득세 부담 회피가 큰 법인에 한해 적용하려는 제도로서 향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 규모 등에 관계없이 생산적‧합리적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은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라고 언급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그간 누적된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으며, 2021년 사업연도 이후 발생하는 유보소득부터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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