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함바 식당 브로커 ‘유상봉’ 씨가 뿌린 돈뭉치 사진 [뉴시스]
과거 함바 식당 브로커 ‘유상봉’ 씨가 뿌린 돈뭉치 사진 [뉴시스]

[일요서울] ‘함바(건설 현장 간이식당) 브로커’ 유상봉(74) 씨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앞두고 잠적했다. 유 씨는 지난 4·15 총선 선거에 불법 개입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유 씨와 그의 아들 그리고 윤상현 의원 4급 보좌관 A(53) 씨에 사전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오후 2시30분께 인천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유 씨의 아들(52)과 윤 의원의 보좌관 A씨에 그쳤다. 

현장에서 “윤 의원이 유 씨에게 직접 부탁했느냐, 혼자 범행을 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A씨는 침묵한 채 청사로 들어갔다. 이어 법정에 나타난 유 씨의 아들도 “아버지인 유 씨와 연락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없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묵묵히 청사 안으로 향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유 씨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유 씨가 전날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 도주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 씨의 소재지를 추적해 강제 구인에 나설 방침을 세우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구인장의 유효기간은 이달 14일까지다. 이때까지 유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을 통해 유 씨의 불출석 사유를 판단하고 심문 없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검찰에서 피의자가 잠적해 구인장 집행이 어렵다고 소명할 경우 법원은 심문을 취소하고 바로 유 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유 씨에게 적법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구인영장 만료일인 14일 이전에 재심문을 진행할 수 있다. 

앞서 유 씨 부자와 A 씨는 지난 4·15 총선에서 인천 동구 미주홀 지역구 선거에 출마한 윤상현(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사실상 경쟁 후보였던 안상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 사실로 검찰에 고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는 고발장에서 “안 전 의원이 2009년 인천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건설 현장에서 함바 수주 등을 도와주겠다며 내연녀 등을 통해 수십억 원을 받아 챙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씨는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 인천 동구·미추홀을 지역구에서 당시 윤상현(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안상수 전 미래통합당 의원을 허위 사실로 검찰에 고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유 씨의 아들과 공모해 수사기관에 안 전 의원을 허위 고소한 혐의를 받는다. 

이어 인천지법 영장전담재판부(부장판사 김병국)는 지난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씨의 아들과 A 씨에 대해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유 씨의 아들과 A 씨의 구속이 진행됐다. 

한편, 윤상현 의원은 검찰 수사 지휘를 받아 ‘불입건’으로 처분됐다. 언뜻 윤 의원이 이번 사건과 무관하게 보이겠지만, 검경 안팎에서는 “검경의 판단만으로 윤 의원이 ‘함바 브로커’ 사건과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검경의 이런 판단은 오는 10월 14일, 21대 총선 관련 선거법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에 유 씨 부자와 보좌관을 기소함에 따라 공소시효의 정지로 윤 의원에 대한 조사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4선 중진의원으로 친 박근혜계 핵심 인사로 분류된다. 이른바 ‘불사조’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인천 지역구지만 무소속으로 연속 2번이나 당선돼 ‘불사조’란 별칭이 붙게 됐다. 

일각에선 검찰이 어떤 형식으로든 윤 의원을 조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 씨의 아들과 보좌관이 구속된 상황이고, 경찰은 추가 조사 없이 이들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3인방뿐만 아니라 윤 의원도 기소해야 한다며 피의자로 입건하자는 뜻을 검찰에 전했다. 하지만 인천지검에서는 윤 의원에 대해 ‘불입건 지휘’를 내려 논란이 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은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내세웠다.

작년 8월경 윤 의원과 유 씨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만남을 주선한 미래통합당 관계자 김모씨에게 대화 내용을 녹음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실제 두 사람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지목됐다. 

하지만 윤 의원 측은 녹음 파일을 소지했다는 뉘앙스로 “정무적으로 판단해 필요하면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결백을 주장하면서도 해당 녹음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황상 검찰이 경찰에 ‘불입건 지휘’를 내렸을 때와는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3인방이 구속될 수순이니만큼, 검찰은 마지막 쟁점인 윤 의원의 개입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윤 의원 측은 “유상봉의 민원을 해결해 준 차원일 뿐, 선거 공작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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