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엉뚱한 사람을 범죄자로···논란 커지자 ‘돌연 잠적’→‘2기 등장’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시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화면 캡처.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성범죄자나 강력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민간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에 게시된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디지털교도소 측에서는 해당 학생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연이어 엉뚱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면서 비난을 받다가 지난 8일 오후 돌연 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경찰은 디지털교도소 운영진을 특정한 뒤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했는데, 11일 2기의 등장으로 사태가 새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지난 8일부터 사이트 폐쇄’, 수사 차질 없나···경찰 이미 자료 확보했다

경찰, 인터폴 공조 요청···2기 운영자 “1기 운영진, 인터폴 적색수배 된 상황

최근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정보가 올라왔던 고려대학교 재학생 A(21)씨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7월 디지털교도소는 A씨가 ‘피치XXXX’라는 닉네임으로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캡처와 함께 사진, 학과, 이름, 전화번호 등 신상이 게시됐다. 지인능욕은 지인의 사진과 신상정보 등을 올리고 음란한 문구를 덧붙이거나 합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시물을 접한 A씨는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글을 올리고 “사이트에 올라온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7월8일 오후 11시경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 URL(인터넷주소)을 누른 적이 있다”며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사실도 있는데 아마 휴대전화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 측은 “지인능욕을 요청한 날짜는 7월6일, 사과문 음성파일을 보낸 날은 7월8일로 A씨가 누군가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줬다고 주장한 하루 동안 벌어진 사건이 아니다”라며 “또 음성 파일을 피해자와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니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업체에서 텔레그램 설치내역과 삭제내역, 인증문자내역 등을 확인해 달라”며 “거짓주장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일반인→성폭행범

지목한 전력 있어

지난 7일 운영자는 사이트 공지를 통해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누명이라고만 주장하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뿐”이라며 “A씨 유족들과 경찰 관계자분들께 부탁드린다. 고인이 정말로 누명을 썼다고 생각한다면 스마트폰 디지털포렌식 음성파일 성문 대조를 통해 진실을 밝혀 달라”고 했다.

이러한 주장 때문에 오히려 사이트 운영자가 A씨 사건에 대해 허위사실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유무죄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자가 A씨는 유죄라며 확정적으로 글을 올렸기 때문. 운영자가 법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이미 한 차례 범죄자의 동명이인인 일반인을 성폭행범으로 지목한 전력도 있다. 운영자는 지난 7월30일 격투기 선수 출신 B(30)씨를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공범이라며 신상정보 등을 공개했다. 그러다가 동명이인이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죄송하다”고 밝힌 뒤 B씨의 신상을 내린 바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디지털교도소에 정보가 게시됐던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알고 보니 죄 없이 억울하게 모함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교도소가 채 교수를 “성착취물 동영상 구매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사이트에 정보를 공개했으나, 채 교수가 경찰에 명예훼손으로 디지털교도소 측을 고소했고 경찰의 포렌식 조사 끝에 채 교수가 결백하다는 점이 밝혀진 것.

디지털교도소는 엉뚱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연이어 공개해 더욱 논란이 확산된 상태에서 돌연 지난 8일 오후부터 접속을 차단했다. 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치에 따른 바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먹통이 되면서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경찰 측은 수사 진행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미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지방경찰청

운영진 ‘특정’

연이어 디지털교도소가 논란이 되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일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디지털교도소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같이 답하며 “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가 명예훼손이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보승희 의원은 “지난 7월에도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데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면 젊은 학생이 사망하는 극단적인 문제는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책임을 느끼느냐”고 묻자, 한 위원장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또 “인력이나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에 조치를 하는 게 현실적인 상황”이라며 “좀 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이런 문제의 사이트를 빨리 찾아 접속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교도소 수사에 나선 대구지방경찰청은 운영진을 특정한 상태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7월부터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및 조력자 검거를 위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는 운영진 검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또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운영자 수사와 관련한 국제 공조를 요청, 현지 인터폴에 전달했다.

그러던 중 11일 디지털교도소 재운영 추진 소식이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사태가 새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이날 사이트 접속 화면에는 운영이 재개될 예정이라는 취지의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2기 운영자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현재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들은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되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지털교도소의 운영은 극히 어렵다고 생각해 1기 운영진들은 운영을 포기하고 잠적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1기 운영자는 8월부터 이런 사태에 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1기 운영자는) 여러 조력자에게 서버 접속 계정과 도메인 관리 계정을 제공해 사이트 운영을 재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고심 끝에 내가 사이트 운영을 맡게 됐다”면서 “현재 여론으로부터 사적 제재 논란으로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고,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교도소는 이대로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웹사이트”라고 적었다.

그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이어지는 반면, 성범죄자들은 그 죄질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의 징역을 살고나면 면죄부가 주어진다”며 “이대로 디지털교도소가 사라진다면 수십 명의 범죄자는 잊히고 사회에 녹아들어 정상적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교도소는 앞으로 법원 판결, 언론 보도자료, 누가 보기에도 확실한 증거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신상공개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면서 “완벽한 증거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업로드 된 게시글 중 조금이라도 증거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차 없이 삭제했고, 일부 게시글은 증거 보완 후 재업로드 예정”이라며 “허위 제보를 충분한 검증 없이 업로드한 1기 운영진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되면 신속히 심의에 상정한다는 입장을 지난 10일 밝힌 바 있다. 디지털교도소 재운영 추진 소식이 들리면서 경찰과 방심위 등이 어떤 대처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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