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솔루션 콘텐츠’로 승부한다”

‘지금의 세상’ 외부 모습 [사진=신수정 기자]
‘지금의 세상’ 외부 모습 [사진=신수정 기자]
‘지금의 세상’ 책방 내부 모습 [사진=신수정 기자]
‘지금의 세상’ 책방 내부 모습 [사진=신수정 기자]

[일요서울ㅣ신수정 기자] 서울에는 다양한 명소‧장인, 독특한 지역 상권 등이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이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상권을 만들고, 지역 특색을 가꿔 온 가게들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로 하나둘씩 문을 닫는 추세다. 역사적 배경이 있는 공간과 이를 지켜 온 인물들이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지역을 떠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명소‧인물, 그리고 각 지역의 전문가와 독특한 지역 상권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다. 세 번째로 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위치한 책방 ‘지금의 세상’을 집중 조명해 본다.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지던 지난 8일 오후,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지나는 사당역 10번 출구를 나와 인근 동네 길을 걷다 발견한 서점 ‘지금의 세상’. 시장 골목 사이의 고즈넉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건물 1층에 위치한 이곳은, 와인이 담긴 것 같은 버건디색 벽지와 주황색 불빛의 내부 인테리어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오각형의 책장 위에는 주인장이 직접 큐레이션(양질의 정보로 선별된 도서 추천)한 책들이 전시돼있고 한쪽에는 귀여운 그림엽서, 책갈피 등 굿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간판도 없는 이 책방에 발을 내디디면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나만의 동네 아지트를 찾은 것 같은 동네 책방 ‘지금의 세상’. 이곳은 책을 도구로 자신만의 현재를 구상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댓글 문화’가 형성된 고민 게시판 [사진=신수정 기자]
‘댓글 문화’가 형성된 고민 게시판 [사진=신수정 기자]
책방 한켠의 꾸밈 공간 [사진=신수정 기자]
책방 한켠의 꾸밈 공간 [사진=신수정 기자]
코로나19 시대에 추천하는 책, 보경스님의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시대에 추천하는 책, 보경스님의 ‘어느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사진=뉴시스]

삶의 성장을 돕는 책방 
동네 주민들 간 ‘소통 창구’ 역할

“책은 사람들이 방황하는 삶 속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삶의 성장을 도와주는 ‘단 한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저는 서점을 통해 책, 모임 같은 콘텐츠들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거고요” 

주인장은 책방을 ‘책을 매개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 공간’으로 구상했다. 목적을 위해 책방에 적용한 장치는 ‘벽면 거울 한쪽의 게시판’. 사람들은 각자 다른 고민들을 포스트잇에 적어 게시판에 게재했다. 주인장이 고민들을 읽어보고 한주의 고민 주제를 정해 해결이 될 수 있는 책을 추천하는 시스템이다. 

고민 게시판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고민을 공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타인의 고민에 답글을 달아주기 시작하면서다. ‘지금의 세상’은 서점을 이용하는 동네 주민들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해결을 제시하기도 하는 ‘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세상’에서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며 자기 자신과 상황을 돌아보고 주인장의 추천 책을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갈 수 있는 책방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5가지 테마’와 ‘블라인드 북’

‘지금의 세상’에서는 ▲행복에 대한 갈망 ▲지적 호기심 ▲마음의 편안함 ▲사랑에 대한 감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 총 5가지 테마로 분류해 책을 추천한다. 이 5가지 테마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충분히 고민하고 갈망하는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모두가 고민할 법한 5가지 테마는 어떻게 고안됐을까. 주인장은 “혼자 어떻게 책을 읽을까 고민했을 때 크게 5가지 테마로 축약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서점에도 적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책을 통해 자기 자신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인문·사회·철학 위주의 책을 가져다 놓고 있어요. 좀 힘들고 지칠 때,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그림책·에세이 책들도 있고요” 

5가지 테마 중 기본적으로 ‘행복에 대한 갈망’을 추구한다면, 요즘처럼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의 테마를, 휴가철이 되면 ‘마음의 편안함’ 테마를, 사람 관계에 대한 고민이 든다면 ‘사랑에 대한 감정’ 테마를, 정보를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지적 호기심’ 테마를 추천한다.

또 하나 특별한 장치는 바로 ‘블라인드 북’이다. 고객이 서랍을 열면 정성스럽게 쓰인 쪽지와 함께 종이로 감싸둔 책 한 권이 있다. 무슨 책인지 전혀 알 수 없고, 쪽지에 적힌 짧은 소개 글만으로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실제 고객들의 서점 운영 초반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것은 ‘블라인드 북’이었다. 베일에 싸인 보물지도를 발견한 것 같은 설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고객들의 반응이다.

“저한테 선물하는 느낌이에요”
“어떤 내용인지, 어떤 책인지도 모르니 비밀스럽고 호기심이 생겨요. 특히 서랍 안에 들어가 있어 보물찾기하다 발견한 것 같은 기분도 느끼고요”
“제목도 목차도 내용도 모르고 사는 책인데 다 알고 사는 책보다 훨씬 설레요”

5가지 테마, 블라인드 북은 책으로 개인의 성장과 힐링을 추구하는 ‘지금의 세상’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책으로 답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여러 가능성의 길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특별한 서점 ‘지금의 세상’이다. 

지금의 세상
전화 010-7610-7121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동작대로3길 4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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