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포스코, 부지 매각 뒤 ‘숨은’ 위약금 조항의 ‘비밀’
[탐사보도] 포스코, 부지 매각 뒤 ‘숨은’ 위약금 조항의 ‘비밀’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0-09-11 18:19
  • 승인 2020.09.16 10:34
  • 호수 1376
  • 3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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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매각 당시 2021년까지 재매각 금지 조항 삽입
포스코가 광양 국가산업단지 내 소유하고 있던 부지 매각을 두고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재매각을 두고 위약금 관련 소송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포스코가 매각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하면서 의도적인 가격 다운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광양 국가산업단지 내 소유하고 있던 부지 매각을 두고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재매각을 두고 위약금 관련 소송이 진행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포스코가 매각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하면서 의도적인 가격 다운에 나선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소유하고 있던 전라남도 광양시 금호동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 지원시설 부지를 2014년 매입한 에스티에스(STS)개발이 3년이 지난 후 제 3자에게 토지의 절반을 매각하면서 포스코에게 위약금을 변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주변 시세 대비 저가 매각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포스코 나름의 방어막으로 계약서에 위약금 조항을 삽입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정 기간 용도변경이나 매각을 금지하고 헐값 매각 의혹이 가라앉을 때쯤 활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는 의미다. 반면 급하게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섰는데 스스로 제약 사항을 삽입해 가격을 낮춘 것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 구조조정 및 유동성 확보차원 ‘가격 낮추는 매각 조건 의문’
매각 후 7년간 재매각 금지 조항따라 STS개발 위약금 ‘변제’

2014년 11월 포스코는 STS개발에 광양 국가산업단지(국가산단) 내 금당쇼핑센터가 있던 부지 2만7040m²(약 8200평)를 70억 원에 매각했다. 당시 헐값 또는 저가 매각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양측의 매매가 체결된 지 3년이 채 되기도 전에 STS개발은 매입했던 토지의 절반을 떼어 주식회사 엠지엘에 150억 원에 매각했다. 주변에서는 “35억 짜리를 150억 원에 매각했다”며 ‘로또’라는 말까지 나왔다. 

해당 지역을 탐사하면서 당시 상황을 잘 아는 A씨를 만났다. A씨는 “광양 국가산단 내에는 쇼핑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몇 곳 없다. 금당쇼핑센터와 백운쇼핑센터 두 곳이 유일했다”며 “그런데 1만 평에 가까운 땅을 70억 원에 매각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위약금 두고 법적 다툼까지

A씨의 주장대로라면 훨씬 더 높은 값을 부를 수도 있었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은 포스코의 매각이 의문이라는 설명을 이었다. 주변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관련 종사자만 1만5000명이 거주한다. 이는 광양시 전체 인구(15만 명) 비중의 10%에 이르는 수치로 그 가족들과 협력사 등 관련 업종에 속한 이들까지 따지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포스코가 저가 매각을 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근거로, 쇼핑센터에서 만난 해당 지역 거주자들은 “광양제철소가 있는 국가산단 내 지원시설로는 아파트 등 주택도 밀집해 있어서 단 두 곳 쇼핑센터가 과점 상가건물인 셈”이라고 설명해줬다. 특히 이곳 쇼핑센터나 주변에는 유해시설이 전혀 없어 완벽한 클린 상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권 다툼도 없다. 

이런 가운데 STS개발이 토지 매각 과정에서 포스코와 다툼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취재 중 만난 제보자 B씨는 “포스코가 해당 부지를 매각하고 나서 STS개발이 절반의 토지를 다시 매각할 때 위약금 때문에 싸우고 난리가 났다”며 “결국은 포스코가 수십억 원을 위약금으로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포스코 측은 당시 STS개발과 거래하면서 계약서에 용도변경이나 즉시 매각 등이 불가능하도록 위약금 조항을 삽입했다. 용도변경 제한, 건축물 층고 제한, 재매각 시한 제한 등의 조항이 명기됐다. 

B씨는 “즉시 매각을 가능하도록 두면 곧장 차익 발생이 눈에 띄고, 저각매각 의혹이 사실로 입증될 수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전제 조건을 달았을 것”이라며 “몇 년 동안 매각하지마라는 내용을 넣고 계약하기 전에 그 기간 동안 포스코가 매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포스코가 기존의 상가를 허물고 STS개발에 매각했던 부지 위에 건축된 복합쇼핑센터 '몰오브광양'. 여기에는 광양시 최초의 대형 영화관 CGV가 들어왔다. 이를 둘러싼 헐값 매각 의혹을 두고 포스코는 감정 평가를 통해 산정된 적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이창환 기자]
포스코가 기존의 상가를 허물고 STS개발에 매각했던 부지 위에 건축된 복합쇼핑센터 '몰오브광양'. 여기에는 광양시 최초의 대형 영화관 CGV가 들어왔다. 이를 둘러싼 헐값 매각 의혹을 두고 포스코는 감정 평가를 통해 산정된 적정한 가격이라는 입장이다. [이창환 기자]

확인 결과, 포스코는 2014년에 매각을 했던 금호동 상가 부지를 2021년까지 7년 동안 재매각할 수 없도록 전제 조건을 명기했다. 만일 매입자가 7년의 기간 안에 재매각을 하는 등 계약 조항을 어기면 20%의 위약금을 변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STS개발은 매입 후 2년8개월 만에 절반을 매각했고, 양 측은 소송까지 가는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STS개발은 일부 위약금 조항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어에 나섰지만 포스코는 계약 사항 위반이 맞다고 주장했다. 2년8개월 만에 4배에 달하는 비용으로 판매된 토지 가격은 결국 STS개발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STS개발은 법적 다툼까지 끌고 갔으나, 재판부는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고 위약금을 변제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을 내렸다.

포스코로부터 70억 원에 토지를 매입한 STS개발은 매각대금의 20%에 달하는 비용을 위약금으로 변제했다. 포스코는 STS개발로부터 70억 원의 20%에 해당하는 14억 원을 받았다. 

포스코, “헐값 매각 아니다” 감정평가 받은 후 산출

해당 부지의 저가매각에 대한 의혹이 나온데 대해 포스코 측은 70억 원의 매각 금액은 헐값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는 감정평가 기관에 의뢰하고 받은 평가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라며, 국가산단의 특수성과 계약서에 포함된 추가적인 용도 제한 등의 조건들을 감안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지역은 학교환경정화위생구역에 포함되고 주택으로도 승인이 날 수 없는 부지라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유흥시설도 안 되고 일반적인 상업시설로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며 “특히 우리가 매각하고 2년~3년이 지난 이후의 상황은 포스코와 상관이 없는 부분”이라고 전해왔다. 

포스코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했던 STS개발은 2017년 4월 절반에 해당하는 4200평의 부지 위에 ‘몰오브광양’이라는 이름으로 복합쇼핑몰을 준공·개장했다. CGV가 들어오면서 광양 최초의 대형 영화관도 생겼다. 상대적으로 상업시설의 가치가 크게 올랐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STS개발이 나머지 절반의 토지를 매각할 때 4배까지 가격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다만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2014년 권오준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이 그룹의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핵심 또는 비수익 자산으로 분류된 광양 금호동 부지를 매각하면서 용도변경이나 층고 제한 등의 조항을 포함한 것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광양시청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포스코가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하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국가산단 내 지원시설이라도 용도변경 제한이나 건축 제한이 있지는 않다(학교환경정화위생구역 등으로 유흥시설은 불가)”며 “오히려 소유자가 용도변경을 신청할 때 타당한 근거가 없으면 반드시 허가해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자금이 필요해서 해당 부지를 매각했던 포스코가 행정 당국에도 없는 조건을 전제하며 감정평가 가격을 떨어뜨린 셈이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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