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17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 출판간담회에서 “편가르기”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는 “가짜 보수 가짜 안보세력이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악한 편가르기를 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가장 큰 실패는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국민을 편을 나눠서 생각이 다른 쪽을 적(敵)처럼 대하고 억압한 것”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위원장과 장제원 대변인은 문재인이 “여러 세력을 함께 아우르는 통솔력과 화합 의지가 부족하며 집권했을 때 “반대 세력이 얼마나 핍박당할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이 두 사람의 우려는 문 집권 후 불행하게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더니 자신이 “사악”하다고 혹평했던 “편가르기”에 나섰다. 심지어 그는 코로나19로 의사와 간호사 간의 협업이 절실한 시점에서도 두 집단 간에 갈라치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9월2일 페이스북 글에서 간호사들이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간호사들은 의사들의 “진료 거부로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면서 비난과 폭언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한다”고 했다.

그러나 목숨까지 잃어가며 코로나 방역에 헌신한 의사들의 고충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의사 홀대 비판이 일자 며칠 후 의사들의 “헌신”도 뒤늦게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그의 페이스북 간호사 편들기는 의사 파업으로 애먼 간호사들만 고통 받는다며 간호사들에게 의사파업에 대한 불만을 자극한 걸로 보인다. 3년 반 전 문 대통령의 말대로 “사악한 편가르기”이며 “국민을 편을 나눠서 생각이 다른 쪽을 적처럼” 갈등 대결케 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의 편가르기는 집권하면서 전 정권 사람들을 “적폐”로 몰아세우면서 시작되었다. 문 정권은 “촛불 혁명”세력과 박근혜의 “적폐 청산” 대상자, 둘로 갈라 치며 박 전 대통령 요직 인사들을 줄줄이 경기도 의왕시의 서울구치소로 수감했다. 박근혜의 청와대가 통째로 의왕시 구치소로 옮긴 듯했다.

문 대통령의 편가르기는 남북관계 요직 임명에서도 두드러졌다. 그는 보수 쪽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친북 성향의 김연철 씨와 이인영 씨를 연이어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에도 보수의 격렬한 거부 대상인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들여앉혔는가 하면, 사무처장에는 1974년 민청련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운동권 출신 황인성 전 노무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보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었던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을 임명했다. 첨예한 갈등 유발 인물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보임 강행은 내 편이면 네 편이 결사 반대하건 말건 편가르기를 주저치 않는다는 걸 엿보게 한다.

문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해방 된 지 7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반일”대 “친일” 구도로 갈라치기 한다. 4.3 제주사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세월호 참사 등에서도 되풀이해서 진상 재조사를 요구, 과거 아픈 상처를 다시 열며 피해자와 반대편의 편가르기를 한다.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도 간호사와 의사 간에도 갈라치기 했다.

문 대통령의 편가르기는 그의 언급대로 “정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사악한 편가르기”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실패”는 “국민을 편을 나눠서 생각이 다른 쪽을 적처럼 대하고 억압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문 대통령은 편가르기로 “가장 큰 실패”의 길로 가고 있음을 성찰해주기 바란다.

■ 본면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