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공익제보자 ‘실명 노출’ 후 “본의 아니다”?···정작 文 “공익제보자 사전보호 철저”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 병역 중 특혜 휴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에 따른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로 ‘서 씨의 군 미복귀 의혹’을 최초 제기한 당직사병 A씨가 14일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신고한데다 법조계에서 A씨에 대한 법률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前身) 후보는 “공익신고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 절차를 마련하고, 피해 회복뿐만 아니라 사전보호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어 이번에도 '이중 잣대(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서울이 이를 추적해 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시스]

 

-‘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 3년 전 출범했지만···한변(韓辯) “법률지원 나설 것”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들 병역 중 특혜 휴가 논란’으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가 채 발표되기도 전에 이번에는 ‘공익제보자’를 상대로 한 여권 발(發) ‘여론재판’을 부추기고 있어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양상이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우선, 문제의 ‘그 날’은 3년 전인 2017년 6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인 서모(27) 씨는 카투사(KATUSA)로 복무하던 중 그해 1차 병가(6월5일부터 14일까지)·2차 병가(6월14일부터 23일까지)를 냈다. 개인휴가는 그 다음날인 6월24일부터 27일까지 사용했는데, 당시 근무하던 당직사병 A씨는 ‘군 관계자가 찾아와 서 일병 휴가를 승인했으니 미(未)복귀라고 하지 말고 휴가자로 올리라고 지시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니나다를까, 여당의 공격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의 황희 의원은 지난 12일 당직사병 A씨와 ‘그 배후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즉각 대응했다. 심지어 황 의원의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직사병 A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이 사건의 최초 트리거(방아쇠)인 현 모씨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단독범(單獨犯)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과정에 개입한 공범 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 세력이 의도하는 목적과 취지가 무엇인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나섰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그의 글은 곧 비판에 직면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23. [뉴시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23. [뉴시스]

 

결국 황 의원은 다음날인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언급이 많이 되는 부분이 ‘실명 공개’ 부분과 ‘단독범’ 표현”이라며 “현 병장 관련 페북에 올린 글로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본의 아니게”라는 말이 설득력이 얼마나 있을까.

황 의원은 검찰 수사가 종료되지도 않았고 시시비비(是是非非)가 가려지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관계자의 실명을 거명했다. 앞서 지난 12일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모든 것을 단정 짓기는 무리”라는 황 의원의 발언을 통해 “본의 아니게”라는 말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일명 ‘여론 재판’에 불을 붙이려다가 비판이 거세지자 ‘태세를 바꾼’ 셈이다.

황 의원은 “단독이 아니라는 것이 포인트다. 정쟁화를 목적으로 의도된 배후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결코 현 병장 개인을 법적 의미의 범죄자 취급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친문(親文) 성향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직사병 A씨에 대한 공격은 일파만파 퍼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이를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권력기관 바로세우기 정책 발표 및 간담회에 참석해 국책연구원의 출장비 횡령 고발로 피해를 입은 이재일(오른쪽) 씨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한 카페에서 열린 권력기관 바로세우기 정책 발표 및 간담회에 참석해 국책연구원의 출장비 횡령 고발로 피해를 입은 이재일(오른쪽) 씨의 손을 잡아주고 있다. [뉴시스]

 

文 “공익제보자 보호 조치”라는데··· 황희 “단독범” 취급?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前身) 후보는 지난 2012년 10월 공익제보자(공익신고자) 보호를 약속한 바 있다. 그는 “공익신고자가 제보로 인해 갖는 부담에 비해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는 미흡한 게 현실”이라며 ‘민간영역에서의 공익신고자 보호제도’ 또한 언급했다. 문 대통령 당시 후보는 “민간영역에서도 공익신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신고자의 신분 노출을 방지하는 등 사전보호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당시 발언은 5년 후인 지난 2017년 4월30일 대선을 앞두고 구체화됐다.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공동위원장 신평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청와대 핫라인 구축 ▲ 국가청렴위원회 설립 ▲ 공익제보 보호제도 강화(보복 처벌강화) 등을 밝혔다.

당시 ‘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기자회견’에는 국방비리 F-X사업 상 외압 의혹을 제기한 조주형 예비역 공군대령, 박헌영 前 K-스포츠재단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공익제보지원위원회에에는 ‘방산 비리 의혹’을 폭로했던 김영수 前 해군 소령 또한 함께 했다. 이지문 공동위원장은 이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익신고자법과 같이 공익제보자 지원 법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공익제보자들이 많다”면서 “공익제보지원위원회는 공익제보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청와대에 공익제보 핫라인을 구축하여 공익제보 사건을 접수 및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0.07.21.[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0.07.21.[뉴시스]

 

3년 전, 대선을 앞두고 이렇게 출범한 ‘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의 취지와 달리 이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휴가 병역 중 휴가 논란’의 핵심 인물인 당직사병 A씨는 도리어 여권으로부터 공격받는 형국이다.

특히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철부지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공범 세력도 철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검찰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이 다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당직사병 A씨에 대해 “단독범”이라고 규정했다. 지난 8일에는 김남국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군대 갔다 왔으면 이런 주장 못 한다”면서 “이번 공격은 국민의힘 당에 군대를 안 다녀오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는 발언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당직사병 A씨의 입장은 어떠할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0.07.27.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2020.07.27. [뉴시스]

 

“단독범” 취급··· A씨, 결국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 A씨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 씨의 ‘병역 중 특혜휴가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당직사병 A씨는 결국 14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실명을 공개한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법조계에서는 그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이날 오후 일요서울에 ‘공익신고자 보호 신청한 전 당직사병 법률지원 나설 것’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공익신고한 전 당직사병 A씨에 대한 법률지원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변’은 이날 “일반 사병들에게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반칙과 특혜로 점철된 추 장관 아들의 휴가를 폭로한 A씨의 제보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송과 인신공격으로 평범한 젊은이인 A씨를 범죄자로 단정하여 겁박하고 있다”면서 “공익신고자보호법 등 현행법에 의하면, 국가는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로 인하여 피해를 받지 않도록 비밀보장, 보호조치, 신변보호조치 등을 통해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 로고.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공익침해행위의 예방과 확산 방지 및 공익신고자등의 보호·지원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제3조 국가 등의 책무). 또한 동법 제13조(신변보호조치)에는 “공익신고자등과 그 친족 또는 동거인은 공익신고등을 이유로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명백한 경우에는 위원회에 신변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경찰관서의 장에게 신변보호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과 함께 “신변보호조치를 요청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즉시 신변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변’은 또한 “문 대통령의 ‘대선 100대 공약 중 내부고발자 보호’를 내세웠으며 민주당 의원들은 21대 국회에서 내부고발자 보호 범위를 넓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 4건을 대표발의했다”면서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본인들에게 불리한 폭로가 이어지자 이중 잣대를 들이대며 소송 협박, 인신공격 등으로 공익신고자 신뢰성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언급한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소지’ 또한 거론됐다. ‘한변’은 “공익신고자의 얼굴과 실명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최민희 전 의원 등의 행태는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며 “이외에도 공익신고자의 신상을 무분별하게 유포하고 근거없는 악성 댓글을 게시하는 일부 극성 여당 지지자들의 행위는 명예훼손, 모욕죄 등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신평 변호사. 사진은 페이스북 캡처.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신평 변호사. 사진은 페이스북 캡처.

 

與 공익제보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역임 신평 변호사 "권력 향한 맹목의···" 

그렇다면 지난 2017년 민주당에서 추진된 ‘공익제보지원위원회’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당시 공동위원장이었던 신평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진보 귀족들의 몰염치한 수취와 금준미주의 잔치판은 잦아질 것이고 권력에 대한 맹목의 아부와 칭송은 거리에 울려 퍼질지 모른다”라는 글을 남겼다. '민주당 공익제보지원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그가 그동안 어떤 심경이었을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제 아들은 그냥 평범하다. 제 아들은 피고인도 탈영자도 아니다. 탈영 용어를 자제해 달라. 탈영이나 황제 굳이 그렇게 이야기해야겠느냐. 너무 야비하지 않느냐. 아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이같이 성토했다. 그렇다면 당직사병 A씨는 검찰수사가 종료되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왜 여당으로부터 “단독범” 취급을 받았을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 뒷문으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0.09.09.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 뒷문으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0.09.09. [뉴시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