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 국민의힘이 당 재건에 나섰다. 지난 9월 2일부로 당명을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국가 중심에서 국민 중심으로 정체성 변화를 하겠다는 의미다. 지금 국민의힘은 갈림길에 서 있다. 설움과 핍박받는 야당의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2022년 3·9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할 것인가. 그것은 온전히 당의 강령과 이념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1987년 6.29 선언에 따른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이념과 가치에 집착하기보다는 중도로 기반을 확장하고 경쟁자와 연대한 쪽이 성공했다. 국민의힘은 새 강령을 통해 진영과 이념 갈등을 씻어내고 미래변화를 선도하겠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5.18, 경제민주화, 기본소득 혁신은 외연 확장을 위한 ‘좌클릭’이다.

이러니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정당처럼 비쳐질 수 있다. 정작 당연히 있어야 할 ‘건국정신’이 빠졌으며, 탈원전과 국가주의에 대한 반대 입장과 공공부문의 규모를 줄이겠다는 단호함이 없다. 또한 미래성장과 연금개혁에 대한 해법이 없다.

이제 국민의힘은 ‘좌파 따라 하기’보다는 우파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후 외연확대에 나서야 한다.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은 일부 언론으로부터 극우세력으로 매도되고 있는 태극기 세력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태극기 세력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세력이지 결단코 극우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 강령에 경제민주화라는 말이 다섯 번 나온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는 한세대 김상철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독일에서 경제민주화 논의는 이미 없어진 바이마르 헌법 하에서의 일이고, 지금은 주요정당인 기민당, 녹색당, 사민당 등에서는 더 이상 이를 주장하지 않고 있고 좌파당(Die Linke)에서만 줄곧 주장하고 있는 정도”라고 한다.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은 ‘경제자유화’를 천명하고 있고, ‘경제민주화’는 불가피할 경우 보충적 개념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헌법 119조 1항(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에 경제적 자유가 명시되어 있지만, 이 조항보다 2항(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에 있는 경제 민주 논리가 자유 가치를 억누르고 있다.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원칙과 예외가 뒤바뀐 경제정책을 지난 30년간 우리는 반성 없이 추진해 왔고, 그 결과 저성장과 양극화, 복지 포플리즘은 일반화됐고, 그리스와 베네수엘라 경제를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고 주장한 홍준표 의원의 과거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경제 자유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사회의 주된 가치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를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휘둘러 저성장의 지속이라는 ‘국가실패’(the failure of nation)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고도 경제성장이 멈추었고 33년이 흐른 지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성장에 처해있다. 앞으로도 경제민주화를 지고지선(至高至善)한 가치로 고수한다면 한국은 21세기 국제경쟁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민주화는 엄밀히 말하면 ‘경제의 정치화’로써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정계나 관계는 기업 옥죄기와 가진 자로부터 빼앗기가 경제민주화라고 인식하는 착각에 빠져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수사(修辭) 위에서 정부개입과 규제강화, 큰 정부와 전체주의로 가는 길이 열린다. 경제민주화는 좌파의 정책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세상이 움직인다는 신념 하에 좌파정책 ‘따라 하기’만 해서는 좌파를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 재건은 ‘경제자유화’로 해야 한다.

최근 김종인 위원장이 정부 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공정거래법 개정(감사위원 분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법안은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족쇄를 채우는 ‘반(反)시장법’이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까지 ‘기업 때리기’에 동참한다는 말인가. 비상대책위원장 한 사람의 생각이 당론이 된다면 ‘1인 지배’ 정당이 된다. 국민의힘 당론 추진 과정에서 반시장법 추진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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