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회 활동? ‘대관 업무 없애자’ 목소리도
국민의힘…고발, 윤리위 제소, 국정조사 요구까지
이재웅 “규칙 기반 AI, 설계자 생각 반영될 수밖에”

국민의힘, 윤영찬 민주당 의원 국회 상임위 사임 요구서 제출[뉴시스]
국민의힘, 윤영찬 민주당 의원 국회 상임위 사임 요구서 제출[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지난 8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이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 화면에 뜨자 보좌진에게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라며 “카카오 너무 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실제 보좌진은 카카오 측에 연락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야당 측은 ‘포털 갑질’ ‘포털 압력’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윤영찬 의원의 문자 한 통은 커다란 파장을 몰고 왔다. 윤 의원은 여야 대표 연설 기사의 불공정 배열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지만 그가 누구인가. 윤 의원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네이버 부사장,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위원회에서는 각종 포털사이트 규제 등을 다룬다. 압력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하다.

카카오 측은 인공지능(AI)이 뉴스 배열을 한다는 점과 전날 있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연설도 메인 화면에 배치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포털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경고

“엄중하게 주의 드린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10일 포털 외압 논란과 관련해 의원총회에서 “송구스럽다”며 재차 사과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윤 의원은 이날 화상 의원총회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초선이 당에 기여를 해야지 사과를 첫 발언으로 해서 미안하다”며 “본회의장에서 사고를 치는 당사자가 돼 당혹스럽다. 겸손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실제와 다른 왜곡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낙연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가 몇달 동안 경험한 것처럼 정치가 잘하면 그냥 당연한 것이고 조금만 삐끗하면 그것이 큰 뉴스가 되는 괴로운 상황에 우리가 놓여 있다”며 “그 점을 의원들도 마음 쓰면서 활동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윤 의원의 문자가 공개된 직후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윤 의원도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록 보좌진과의 대화라 해도 엄밀한 자세와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포털 뉴스 편집권 개입?

상임위 사보임 요구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부여당 포털장악 대책 특별위원회’(가칭)을 조직해 대응하기로 했다. 약칭은 ‘드루와 포털 게이트특위’다.

윤두현 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당 국회 과방위 위원들과 모인 자리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의 피해자인 김기현 의원을 위원장으로 결정, 특위를 만들었다”며 “포털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데 부당한 점이 있다면 바로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들은 아직 구성되지 않았으나, 윤두현 의원을 포함해 국회 과방위 소속인 박성중 간사와 박대출 의원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고 국정조사도 요구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윤 의원의 문자가 포털사이트 뉴스의 편집권 개입 및 조작의 정황으로,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등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11일 오전 국회의장실에 윤영찬 의원 사임 요구서를 전달하고 윤 의원의 사보임을 요청했다.

이들은 요구서를 통해 “이는 언론의 자유와 기업경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이며 포털 통제, 여론 공작의 실체가 드러난 명백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제2조(품위유지) 제3조(청렴의무) 제4조(직권남용금지)를 위반해 국회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실추시켰다”며 “국회 과방위원의 권한을 동종 인터넷기업 경쟁사인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하라 보좌진에 지시하는 부분에 사용했다. 이는 특정 기업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갑질 행동으로 과방위 활동을 하기에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방위원으로서 언론과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고 책임져야 할 공정과 청렴의 중차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그 지위를 남용함으로서 과방위원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며 “국회법 제48조에 따라 윤영찬 의원이 상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이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바 동 의원에 대한 조속한 사임을 엄중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윤영찬 의원 의 SNS [뉴시스]
문자 보내는 윤영찬 의원 [뉴시스]

 

포털 공정성

검증하고 감시해야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윤영찬 의원의 포털 뉴스 편집 항의성 메시지 논란에 대해 야당의 지나친 정치 공세로 규정하거나 대관업무 자체를 없애야 한다며 책임 화살을 돌렸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새아침’ 인터뷰에서 “과방위 소속이기 때문에 당연히 포털의 공정성을 검증하고 감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옹호했다.

그는 윤 의원이 보좌진에게 문자를 보낸 것에 대해선 “의문점이 생겼을 때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했으면 오히려 더 오해를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적극적 행동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확인하는 것도 못한다면 앞으로 공정성 검증, 사실 관계 바로잡기 등 모든 활동 자체가 다 막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의 과방위원 사보임 요구에 대해선 “상임위원회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익표 의원은 대관 업무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이 보좌진에게 보낸 메시지의 맥락상 ‘들어오라’는 대상은 카카오에서 국회로 출입하는 대관업무를 맡은 직원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통상 각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들에서 국회 업무를 대비해 파견한 직원이 상주하는데 주로 소속 기관 이익을 대변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홍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전날 이 대표도 강력한 경고를 했고 윤 의원 본인도 사과를 했다.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저희도 인정을 한다”면서도 “다만 차제에 바꿔야 할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다. 정부는 물론이고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소위 ‘대관업무’를 하는 게 있다. 말이 안 되는 건데 사실상 로비하는 것”이라며 “이런 대관업무 자체를 없애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재웅 전 대표

AI 뉴스편집 중립성 의문


윤영찬 의원의 문자 논란과 관련해 포털 다음을 창업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AI 뉴스 편집의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드는 뉴스가 메인에 올라왔다고 바로 포털 담당자를 불러서 강력히 항의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함과 동시에 AI가 뉴스 중립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AI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규칙 기반의 AI는 그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의 생각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AI 시스템이 채용면접을 한다고 해보죠. 규칙 기반의 AI는 그것을 설계한 사람이 학점에 비중 0.1 웃는 외모에 비중 0.2 수능성적에 비중 0.3 동아리 리더십 경력에 비중 0.2를 두겠다고 결정하면 그것에 맞춰서 계산해서 점수를 냅니다. 중립적이고 차별이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AI는 우리가 설계한 대로 혹은 우리의 현상을 반영해서 판단할 가능성이 높지 AI라고 해서 가치 중립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AI 시스템이 차별하지 않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윤 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포털의 ‘AI가 했으니까 우리는 중립적이다’라는 이야기도 윤 의원의 항의만큼이나 무책임한 답변”이라면서 “어떤 가치판단을 가지고 어떻게 뉴스편집을 하도록 설계된 AI인지를 밝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뉴스 편집 AI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AI도 점검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뉴스편집 AI는 물론, 대출심사 AI, 채용면접 AI, 입학심사 AI, 자율주행 AI 등 사람을 평가하거나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그 시스템이 우리 사회의 문화나 윤리를 잘 반영하는가 분석하고 감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아니면 우리도 알지 못하는 편향이나 차별을 기계에 의해서 강요받고도 책임을 묻지 못하는 슬픈 상황이 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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