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강철서신’, “혁명의 주인은 대중···혁명 추진의 주된 힘, 대중에”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강철서신’은 처음부터 책으로 만들려고 썼던 것은 아니다. ‘강철 시리즈’라고 불리던 팸플릿을 모아 나중에 엮은 것이다···‘강철서신’은 오롯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쓴 팸플릿이 아니었다. 당시에 나는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노동자들에게 주체사상을 아주 쉽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팸플릿을 만들었다···첫 ‘강철서신’ 팸플릿은 고작 7부가 발행됐다···약학대학 83학번 후배가 타이핑했고, 그것을 출력해 한 부만 복사했다. 그것을 다시 7부로···” 바로 ‘강철서신’ 저자 김영환의 회고록 일부다. 일요서울은 ‘강철서신’을 입수, 그의 메시지를 따라가 봤다.
 

일요서울은 최근 'NL주사 대부'로 불리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지난 1986년4월 작성한 '강철서신' 팸플릿이 담긴 '강철서신'을 입수했다(왼쪽). 오른쪽은 그가 쓴 '다시 강철로 살아(시대정신)'이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NL주사 대부'로 불리는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지난 1986년4월 작성한 '강철서신' 팸플릿이 담긴 '강철서신'을 입수했다(왼쪽). 오른쪽은 그가 쓴 '다시 강철로 살아(시대정신)'이다. [조주형 기자]

 

-“같은 조직·실천 공간 속 다른 입장,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

80년대 운동권은 ‘강철서신’ 이전과 ‘강철서신’ 이후로 나뉜다. 그만큼 ‘강철서신’이 운동권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이었던 김영환은 ‘강철서신’을 만들었는데,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은 당시 대학 운동권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수십 장의 문건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 유행이었다”며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시대”라고 회고했다. 그가 만든 문건은 민족해방(National Liberalism·NL)과 민중민주주의혁명(People Democracy Revolution·PDR) 파로 분파되던 중 ‘NL주사파’가 급격히 자생되는 데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강철 김영환’에 따르면 ‘NL 이론’은 “한국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은 미국의 완전한 식민지이며, 지배세력은 미제와 하수인 군사파쇼정권이고, 한국 사회의 기본 모순은 제국주의와 식민지 민중 사이의 모순”이라는 데서 시작한다고 밝힌다. 그는 “‘강철서신’으로 불리게 된 잇따른 팸플릿에서 나는 운동권 내부 종파주의·권위주의 극복, 대중적이고 유연한 전략전술의 필요성···등을 강조했다”라고 밝힌다. 비록 30년 전 일이지만, 현재 사분오열 찢어진 보수진영이 되돌아볼 대목이기도 하다.

‘강철 김영환’은 현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1980년대 학생 운동권에 ‘NL’의 씨앗을 뿌린 그는 이제 국민의힘에서 ‘운동권’에 대한 강의를 하기에 이른다. 그는 지난 9일 오전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 공부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유튜브 국회대학교)인 ‘초선 의원이 알아야 할 북한과 종북(從北)의 실체’에서 강사로 나섰다. 그는 이날 “현재 여당(더불어민주당)·청와대 주변의 사람들 중 과거 젊을 때 추구하던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방향의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눈치를 보고, 여당·대통령 지지자들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조국 前 법무부 장관도 거론됐다. 김 위원은 “친구들에게 ‘조국이 운동권이냐’라고 물었을 때 절반은 운동권, 절반은 ‘조국이 무슨 운동권이냐’라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운동권 ‘육두품’에도 안 들어간다”면서 “좌파적 이념이란 항상 치열한 논쟁의 대상이고, 논쟁이 이뤄져야 하는데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그랬지만 이후 지난 20년간은 이념 논쟁이 거의 없다. 확실히 이야기하기도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그가 현재 보수 진영에 보내는 메시지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일요서울은 34년 전 그가 작성했던 ‘강철서신’ 전문 일부를 최근 입수했다. 과거 ‘강철서신’을 통해 현재 보수 재건 운동의 요건이 무엇이 있을지 알아봤다.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1 [뉴시스]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1 [뉴시스]

 

“운동의 진정한 힘, 대중의 조직적 단결과 투쟁에”

‘강철서신’의 ‘노동자 조직 건설과 운영의 네 가지 원칙’은 ‘첫째, 사상적 통일 확보’와 ‘둘째, 민주주의 중앙집권의 원칙 확립’, ‘셋째, 조직은 오직 투쟁을 통해 단련할 것’과 ‘넷째, 대중 기반 사업 전개’ 등으로 구분되는데, 일요서울은 이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원칙을 통해 현재 보수 진영의 요구 조건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강철’은 ‘세 번째 원칙’에 대해 “···운동이 여러 종파나 파벌로 나뉘어져 쉽게 통합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들 종파나 파벌 등을 어떻게 하면 통합할 수 있을 것인가에만 정신이 팔려 각 종파나 파벌 지도자들을 설득하러 다니느라 시간과 역량을 소비해 버린다면 이것은 운동의 진정한 힘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운동의 진정한 힘은 대중에, 대중의 조직적 단결에 있으며 이는 오직 투쟁과 투쟁을 통해 획득되고 강화될 수 있는 힘···진정한 결합은 투쟁을 통해 이루어지는 혁명적·전투적 결합으로 투철한,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결집해 철의 규율을 갖고 대중을 획득하고 적을 고립시키는 투쟁을 수행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만 조직은 단련 된다”고 밝힌다.

앞서 보수 진영은 지난 4·15 총선에서 ‘공천’으로 인한 ‘사분오열’의 모습을 드러냈다. 총선을 치르기 직전까지 ‘단일화’에 애를 먹었다. 바로 ‘보수’라는 가치에 대한 공통점보다 자기 이해관계가 앞서는 모습으로 비춰졌고, ‘보수적 가치’에 대해 유권자들로부터 의심받는 형국이 됐다. 이는 ‘강철’이 제시한 ‘첫 번째, 사상적 통일 확보’라는 조건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다. ‘강철’은 “조직의 생명은, 특히 하나의 역사적 사명을 같이 수행해 나가고자 하는···조직의 생명은 그 ‘사상의 통일’, ‘사상의지적 통일’에 있다”면서 “사상의 통일이 없는 조직은 그것이 아무리 크고 그럴 듯하게 보여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한다. 즉, ‘보수적 가치’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1 [뉴시스]
'강철서신'의 저자인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01 [뉴시스]

 

“대중이 있는 곳에서, 대중과 함께 하라”

제21대 국회는 전체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180석가량 차지하면서 국민의힘이 적극적인 원내투쟁 전략을 전개하기에는 어려운 형국이 됐다. 이런 상황 판단을 차치하더라도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중도·보수 유권자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라는 일침이 나온다. 이는 결국 당과 재야 세력이 ‘한뜻’으로 움직이고 있지 못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상황에 대한 ‘강철서신’의 이야기는 없을까.

‘강철’은 ‘네 번째, 대중에 기반하여 대중과 더불어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는 조건에서 “대중에 기반하여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첫마디를 던진다. 이어 “오직 믿을 것은 대중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대중에 뿌리를 내리고 대중으로부터 나오는 전위 핵심을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며, 대중의 이해와 입장, 그리고 구체적 요구에 입각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힌다. 그러면서 “대중의 감정·생각·행동과 유리되지 않고 대중이 있는 곳에서 선동하며 함께 투쟁을 전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한다.

문제점 또한 날카롭게 제시됐다. 우선 ‘강철’은 “대중을 확고히 신뢰하지 못하고,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는 데 주저하거나 이를 방기하는 사람이 많으며,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려 하는 사람 중에도 대중을 진정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라고 일침을 가한다.

그러면서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대중을 선동해 낸다고 하면서도 대중과 호흡을 같이하지 못하고 생경한 용어와 말투, 구체적이지 못한 논리, 친숙하지 않은 행동양식 등으로 대중의 감정과 생각으로부터 유리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중의 구체적 요구에 입각한다면서 마치 그것이 대중추수주의인 양 대중의 자연발생적 요구에 따라다니면서 대중의 기분을 맞춰 주느라 정신없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구체적 요구를 통해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며 구체적 요구로 나타낸다는 말이지, 멍청하게 대중의 뒤꽁무니만 따라 다니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한다. 이글은 ‘강철’이 지난 1986년 4월22일 작성한 내용이다.

한편, 다음 선거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곧장 대통령 선거다. 지난 4·15 총선 이후 흩어진 국민의 힘을 '국민의힘'이 어떻게 모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 당명 발표 공식 사진. 미래통합당 제공.
'국민의힘' 당명 발표 공식 사진. 국민의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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