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복당게임 종료 노림수

지난 10일 오전 18대 첫 본회의에 참석한 칮박연대 서청원 대표가 한나라당의 친박 의원 전원에 대한 무조건 일괄복당 결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여의도 점령’ 극비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이제 박 전 대표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의 일괄복당 결정으로 60여석의 친위대를 거느리게 된 것이다. 180석 안팎으로 늘어날 거대 여당 안에서 수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MB)계에 밀리지만 구심력이 강해 확실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비둘기파 한나라당 지도부는 친박계에 당과 국회 요직을 배려할 것으로 기대된다. 청와대 일부 정무라인도 박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 채워졌다. 4·9총선 직전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울분으로부터 시작된 ‘통첩과 침묵의 긴 행보’는 결국 ‘박근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촛불정국 이후 MB친위그룹의 본격적인 세 모으기와 와신상담에 나선 이재오계의 반격 등 돌발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친박 친위대 결성, 국회를 통한 여권 장악, 여당 내 여당의 견제 역할, MB와의 조건부 협력을 통해 차기 대권으로 나아간다는 ‘그의 큰 꿈’을 위해 여의도에서의 새로운 진검 승부가 기대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의 당외 친박계 일괄 복당 결정과 18대 국회 개원으로 ‘쌍축포’가 울리던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잘 하신 일이라 생각한다”는 소회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불공천 논란이 일던 4·9총선 직전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며 여당 지도부에 최후의 통첩을 보내면서 친박연대와 무소속 출마 친박인사들에 대한 ‘침묵의 지원’에 들어갔다.

4·9총선에서의 ‘친박 돌풍’에도 불구하고 친박연대 공천비리 의혹으로 복당문제가 꼬이기 시작하자 “잘못된 공천이 탈당의 원인이었다”며 일괄복당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캐스팅보트 통해 국회 지배’

박 전 대표는 당내 매파의 거센 반발을 물리치고 결국 4·9 총선 후 3개월 만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친박 인사는 이를 “박근혜식 원칙과 소신 정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은 친박연대(서청원, 양정례, 김노식 의원 유보 경우 10명)와 친박 무소속연대(12명)가 전원 복당 절차를 밟고, 친여 성향의 순수 무소속 의원 5명까지 입당할 경우 현재 153석에서 최대 180석까지 늘어난다.

지난 1990년 3당 통합으로 218석의 거대 여당 ‘민자당’이 탄생한 이후 18년만이다.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탄핵역풍에 힘입어 152석을 얻었지만 선거법 위반 등으로 1년도 못 가 과반이 무너졌다.

그러나 거대 여당의 출현은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부담’도 우려된다. 한나라당이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려 할 경우 야권의 거센 반발로 국회가 극한 대립에 빠질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3당 통합으로 출범한 거대 여당 ‘민자당’이 2년 후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때문에 박 전 대표는 ‘거대 여당의 일부’가 아닌 ‘여당 내 야당’의 견제 기능을 택함으로써 민심을 얻는 전략을 꾸려나갈 전망이다. 여의도 점령을 통한 당 장악이란 ‘오세아니아 구상(MB와 5.10청와대 회동이 결렬된 후 10여일 간의 오세아니아 방문을 통해 준비한 향후 정국 구상)’의 시나리오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박 전 대표는 ‘당에 집착하다가 큰 꿈을 놓칠 수도 있다’는 교훈을 MB와의 국정동반자 관계를 선언했던 <1·23 회군>에서 얻었다. 이후 4·9총선을 통해 와신상담에 나섰던 박 전 대표는 서청원, 양정례, 김노식 의원의 복당이 늦어지거나 이들이 선진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국회에서 60여석의 친박 친위대를 거느리게 됐다.

친박계의 강력한 구심력을 감안하면 명실상부한 최대계파다. 그러나 ‘큰 꿈’을 꾸는 박 전 대표가 굳이 당내 파벌싸움에 말려들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비둘기파 박희태 당 대표는 친박계에 지명직 최고위원과 국회 요직을 제안할 정도로 박 전 대표 측에게 유화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파벌싸움을 벌이긴 보단 국회를 통해 여권을 컨트롤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각 상임위에서 여당 내 야당의 캐스팅 보트 역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촛불정국 MB와 ‘국가정체성’에 동조

친박계가 뭉치고 여기에 선진당이 가세하면 여당은 개헌선까지 가능하다.

반면 친박계가 돌아서면 여당의 과반선은 무너진다. 국회에서의 이러한 입김은 박 전 대표의 향후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10일 MB와 향후 관계 설정을 묻는 질문에 “나라를 위해 옳은 일, 좋은 일 이라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대표는 5·10 청와대 회동직후 호주 방문 중에도 “나라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고, 옳은 일이면 항상 협력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MB와 동반자 관계선언 대신 ‘조건부 협력’을 의미한다.

이같은 ‘조건부 협력’은 촛불정국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MB를 향해 미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던 박 전 대표는 이 문제가 국가정체성 논란으로 번지자 강경한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양비론’으로 돌아섰다.

친박계 한 인사는 “박근혜의 콘텐츠는 국가정체성이다. MB가 촛불에 맞서 ‘국가정체성 수호’를 강조하고 홍준표 원내대표가 촛불 배후로 반미 세력을 언급한 것을 놓고 고심하신 것 같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암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대 변수는 MB 친위그룹이다. 안국포럼과 S라인(서울시 출신) MB직계는 대부분 초선이지만 4,5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MB 친위그룹의 대반격

이들은 정두언 의원 등이 MB를 공격할 때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은 이상득 의원 등 원로그룹이 친박계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어 자칫 ‘제2의 3.23쿠데타’가 우려된다.

민심을 살피고 있는 이재오 계도 눈여겨봐야한다. 박형준 홍보기획비서관은 이재오계 실세의 청와대 입성이란 의미를 지닌다.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도 최근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해외에 나가계신 분에게 안부도 전하고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의견 공유도 하고 이런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며 이재오 전 의원과의 물밑접촉설을 인정한 바 있다.

원외 MB직계의 조직 재정비도 부담이다.

전국적 조직망으로 'MB의 노사모'라 불리면서도 당외 조직에 머물렀던 선진국민연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당내 조직 ‘국민성공실천연합(성실련)’이 공식 출범한다. 성실련은 12일 어린이회관에서 회원 3천5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식 출범식을 갖고 MB정권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돕기로 했다.

성실련 이용수 회장(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은 “MB정권 탄생에 기여했으면서도 그동안 소외됐던 모든 세력들을 규합했다. 앞으로 당이 중심이 돼서 MB정부가 성공적으로 국정운영을 마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가는 것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경우에는 과감하게 비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성실련이 과거 노태우 정권하의 ‘월계수회’처럼 차기 대권주자의 사조직으로 흐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큰 꿈’을 위해 향후 다양한 변수들과 부딪쳐야 할 박근혜 전 대표, 당장 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긴급현안 질의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과 국정조사, 원 구성 협상 등 쟁점에 대해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가 ‘여의도 점령 프로젝트’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