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YK 이혼 전문 강상용 변호사
법무법인 YK 이혼 전문 강상용 변호사

 

[일요서울] 오늘도 한 부부가 상담실에 들어와 마른 목을 축이며 나를 기다렸다. 이혼 상담이라고 했는데 부부가 왔다는 사실이 의아해 물어보니 아들의 이혼 상담을 받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시작부터 반대했던 결혼이라며 결국엔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열변을 토한다. 어떻게든 이혼시키고 싶다면서 묻지도 않은 일들을 변호사인 내가 말을 하려고 해도 잘라먹으며 미주알고주알 본인들의 말을 할 뿐이다.

이혼 사건의 당사자나 상담을 받고자 하는 친지들과의 면담은 보통 이렇게 시작된다. 정리되지 않은 사실관계, 뒤죽박죽인 섞인 사건들의 선후 관계, 이혼을 하게 되었을 때 받을 사회적 시선, 혹시 불이익을 받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 본인이 겪은 모든 것을 섞어 내뱉으며.

그럴 때 마다 습관처럼 “ OOO 님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불안해 하세요.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는 법이에요.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한다 생각하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해봅시다.” 고 말하며 상담을 시작한다.

이혼소송을 맡을 때마다 의뢰인이 처한 상황을 일단 건조하게 마주하도록 돕고 스스로 끝맺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건을 대하는 편이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까레리라” 의 첫 문장처럼 부부들이 이혼하게 된 사유는 너무도 다양하기에 의뢰인들이 그간 혼인 생활을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단은 본인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게끔 도와드리는 것이 이혼을 맡게 된 변호사의 첫 번째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증거를 수집하고, 소장을 제출하고, 법정에 서서 법대를 향해 주장을 펼치는 건 변호사의 두 번째 역할이다.

변호사에게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법정에선 뭘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이 본인에게 유리한 지 등 내가 생각하는 두 번째 역할만을 궁금해하는 의뢰인들, 이혼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인생 역시 끝나는 건지 불안해하는 의뢰인들, 자신에게 닥친 이혼이란 상황에 몸과 마음이 모두 매몰되어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의뢰인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법정에 서고 법대를 향해서 주장하는 건 변호사가 할 일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동네를 걷다 보면 한 블럭에 한 개씩 있는 편의점처럼 이혼이 흔한 시기라고. 좋은 건 싫어지기도 하지만 싫은 건 계속 싫어질 뿐 결코 좋아질 일이 없으니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면, 그 시작을 정말 잘하고 싶다면, 이번만큼은 나와 함께 최대한 신중하게 잘해보자고. 다시 시작하려면 끝을 맺어야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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