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2008년 7월에 당대 최고의 배우로 평가받는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가 출연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정우성), 나쁜 놈(이병헌), 이상한 놈(송강호)’이 개봉됐다. 이 영화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 시절 만주 총잡이 3인이 보물지도를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당시 660만명이라는 적잖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영화가 12년이 지난 지금 소환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대권 구도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이병헌, 정우성, 송강호 그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3인의 캐릭터처럼 민주당 대권 주자 역시 개성이 강하다. 

잘생기고 똑똑한 역을 맡은 정우성은 친문 후보가 연상된다. 한때 친문 주류가 밀었거나 밀고 있는 후보 면면을 보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해 김경수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떠오른다. 반면 비문으로 주류에서 다소 먼 대권 인사들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표적이고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있었다. 이병헌 역과 유사하다. 반면 이낙연 전 총리는 친문과 비문 사이에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중립형 대권 주자로 송강호 역에 가깝다. 

먼저 영화의 결말은 보면 이렇다. 우여곡절 끝에 현금 사냥꾼인 정우성, 최고를 자처하는 총잡이 이병헌, 그리고 칼잡이인 송강호가 보물지도를 놓고 3자 대결을 벌인다. 맞대결 결과, 3인 모두 총을맞아 쓰러진다. 하지만 ‘좋은 놈’은 여배우의 도움으로 돈과 함께 살고 ‘이상한 놈’은 운 좋게 품안에 숨겨둔 철갑옷에 총알이 박혀서 살아 보석과 함께 사라진다. ‘나쁜 놈’ 역을 맡은 이병헌만 죽는다.

현재 친문 후보군은 사실상 차기 대권 무대의 주인공이지만 위태로운 형국이다. 그래서 친문도 비문이라고 하기도 애매모호한 이 전 총리가 ‘대세론’을 형성했다. 하지만 비문 진영에서 개성이 강하고 소신이 뚜렷한 ‘나쁜 후보’가 나타났다. 바로 이재명 지사다. 이 지사는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60일 동안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오차범위내지만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전 총리가 이상한 것은 친문 주류가 밀고 있고 마땅히 큰 적도 없는데 1등 자리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 8.29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 후보자들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1등을 했음에도 말이다. 신임 당대표로서 ‘컨벤션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비주류에 친문 주류 진영에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이 지사는 이 전 총리를 이긴 후 1등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러다간 대권이라는 보물지도가 이 지사에게 넘어갈 판이다. 

영화에서는 ‘좋은 놈’은 여주인공의 도움을 받아 극적으로 살아나고 ‘이상한 놈’ 역시 운 좋게 살아났다. ‘나쁜 역’을 맡은 이병헌만 죽었다. 여기까지 민주당이 경선 전까진 맞아떨어질 공산이 높다. 벌써 여권 일각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대법원에서 무죄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민주당 경선까지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이상한 놈’이 다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처럼 그 누구도 보물지도에 호감을 갖지 못했다. 최근에는 제3의 후보가 막판에 혜성처럼 출연할 것으로 보는 여의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친문 주류 입장에서는 상처입은 친문 후보, 신뢰할 수 없는 비문·중립 후보를 대신해 친문 주류가 물러난 이후 안전판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제3후보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정세균 총리라는 관측도 있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름도 거론된다. 민주당발 대권 개봉작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뛰어넘는 ‘진짜 센 놈’이 출현할 것이란 얘기다. 필자도 과연 누가 최종 보물지도를 가져갈지 영화만큼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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