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강의하는 대학교 후문 옆 먹자골목 칼국수 맛집에 들렀다. 평소 감자가 들어간 해장칼국수로 소문난 맛집이라서 늘 줄을 서곤 했던 가게다. 내 눈을 의심했다. 한참 점심식사 시간인데 손님이 우리 테이블 하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하기야 뭐 돌아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 느낌이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분야에서 보고 듣는 현상이다 보니. 시장 상생협의회 활동을 하던 필자를 알아보고 주인장이 먼저 한숨을 쉬며 말을 건넨다. “뭔놈의 페이, 뭔놈의 수당이라고들 하는데 죄다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는 건지 정작 지역 골목상권에 돌아오는 건 하나도 없네유.”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 한가위 연휴를 앞두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교회, 병원, 요양기관, 공장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데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확진자도 계속 늘면서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감염에 대해 방심하기 쉬운 가족과 친인척이 많이 모이는 추석 연휴를 기점으로 확산세가 더 거세질 수도 있어 방역당국이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연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정은경 본부장은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20%대를 유지한다는 것은 지역사회에서 확인되지 않은 무증상 감염원이 남아 있어 추가적인 전파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하며 최대한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당부에도 휴양지는 이미 모두 예약이 끝났다는 기사와 함께 전국 휴양지 표정을 전하는 뉴스도 넘쳐난다. 그야말로 ‘위드 코로나’ 시대의 도래에 대한 불안감 및 그 이면에 만성화된 일상이 교차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코로나 확산 규모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대 -5.5%까지 추락해 외환위기 이상의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고 감염자가 25% 이상 증가한다면 자본축적 및 생산성 감소 등의 영구적 충격이 커져 단기간의 성장률 감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의 성장경로 자체가 하향하는 ‘성장효과(growth effect)’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5%, 대공황 당시 -12.9%를 기록한 것에 비추어 보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세계 경제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치명적일지 금방 알 수 있다.

“코로나19 경험이 미래 팬데믹 대응전략과 체계의 수립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종플루 이후 2011년 영국과 같은 국가전략의 수립이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비대면 산업의 활성화 등의 산업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을 통해 국내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민초들이 ‘위드 코로나’ 시대를 피부로 느끼는 것은 이런 고급진 분석이나 수치로 느끼는 건 아니다. 이면도로 옆 중고매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PC방 컴퓨터와 집기, 노래방 기기, 식당에서 나온 각종 주방기기들이 늘어나는 모습에서 서민의 눈물이 보인다. 올 들어 서울에서 감소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노래방과 PC방이 포함된 오락업종이라는 통계에서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전문가와 정책 당국의 분석과 대안의 뒤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속히 오리라는 희망은 점점 희미해지고,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어차피 단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고급진 분석에 집착할 게 아니라, 삶의 현장에 나가 서민의 소소한 일상에서 해법을 찾아보길 권한다. 

이마에 질끈 동여맨 수건 사이로 송글송글 맺힌 칼국수집 사장님의 장탄식과 땀방울이 오늘따라 눈물 방울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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