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정세균 국무총리의 별명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일 것이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세균맨’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별명은 아니다.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국무총리로 임명된 지 9개월째가 되었지만, 코로나 19와의 최전선에서 진두지휘하고 있어서인지 그의 특유의 ‘훈훈한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얼굴’을 본 지는 가물가물하다.

그는 현역 정치인 중에서 가장 화려한 정치 이력을 자랑하는 정치인이다. 두 곳의 지역구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의회주의자이다. 여당의 당대표와 야당의 당대표를 각각 지낸 대한민국 정당정치사에 길이 남을 정치인이기도하다. 야당 당대표 시절에는 가장 적은 의석수로 가장 투쟁적으로 정당을 이끈 투사이기도 하다.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냈고 국무총리를 하고 있으니 국정 경험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런 그가 9월부터 시작된 2020년 정기국회에 행정부를 진두지휘하면서 야당의 날 선 비판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과거 당내에서 자신과 당대표 경선을 했던 적이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지난 14일 대정부 질문에 나선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이쯤에서 장관의 경질을 건의할 생각은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제가 현재까지 느끼는 점은 법무부장관이 경질될 이유를 아직은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완곡하게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감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왜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지 얼굴로 보여 줄 수 없는 상황을 언어로 보여 준 답변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군 특혜 논란이 일어나게 된 점을 ‘민망하다’며, 국민에게 송구함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하면서 사과했다. 단순히 노회한 정치인의 답변이 아니라 국회와 여당과 내각과 국민을 모두 고려한 정수(精髓)와 같은 답변이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뿐 아니라 유은혜 교육부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진영 행전안전부장관, 이인영 통일부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당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한솥밥을 먹은 관계이지만 정세균 국무총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가진 장관들은 아니었다. 이들 중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제외하면 모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국무총리시절 함께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이미 우군으로 확보했다고 한다. 이것이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정세균의 힘이다.

필자는 이 코너에서 다가오는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경선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낙연 당대표의 대체재(代替財) 역할을 할 것이라 수차례 지적했다. 이미 이낙연 당대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조사에서 따라잡힌 상태이며, 레임덕이 시작된 문재인 정권에서 당내 폭발성 있는 이슈들에 대처해야 하는 입장이다. 점수를 딸 수 있는 이슈보다 잃을 수 있는 이슈가 차고도 넘친다. 그렇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20대 대선을 가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다. 그래서 대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럼 누구에게 정세균이라는 대체재가 필요할까?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들의 지지 세력들이다. 그들에게는 정권재창출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지상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세균 국무총리도 곧 2년차를 맞이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 그러면 ‘미스터 스마일’ 정세균의 시간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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