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보좌관 사무처직원 1000여명 개인정보 유출!

개인신상 명세 및 주민번호 등이 담겨 있는 국회 복지 포인트 내역서

전·현직 대통령이 국가기밀 유출을 둘러싸고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국회에서 지난 5월경 대량으로 공무원들의 개인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무엇보다 1000여명의 국회의원, 보좌관, 사무처 직원의 개인 신상 정보가 대량 외부로 나갔지만 해당 부처는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 등 안이한 태도를 보여 피해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자들 측에서는 국회 사무처가 개인신상 정보 유출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쉬쉬’ 한 게 아니냐며 금명간 소관 부처에 공개적으로 항의할 뜻을 내비쳤다.

국회사무처에서 국회의원, 보좌관, 사무처 직원 등 1000 여명의 개인신상정보가 유출된 것은 지난 5월경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 국가기밀 유출 건으로 문제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유출된 정보는 공무원들을 위해 정부가 제공한 복지포인트를 쓴 내역서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겨져 있다. 특히 다수가 국회에서 일하는 국회의원, 보좌관, 사무처 직원, 입법조사관 등 고급 인력들의 개인 자료로 인해 외부로 유출될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유명 국회의원으로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강재섭 전 대표, 김무성 의원, 정형근 전 의원, 권철현 주 일본대사, 민주당 천정배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등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박근혜 의원 등 다수 피해

국회의원들은 공인이라는 점에서 주민등록번호 유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자칫 외부로 유출될 경우 악용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고위직 인사들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그대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보이스피싱(전화 협박범) 업체나 쇼핑몰 업체에 넘겨질 경우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관측했다.

이에 국회 보좌관을 비롯해 국회 사무처 공무원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 역력했다. 명단에 자신의 이름과 복지카드 쓴 금액과 주민번호를 발견한 A 보좌관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민주당 후생복지위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공식적으로 국회사무처에 항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국회 사무처 직원의 반응은 더 냉담했다. 국회 문화관관위 소속 B 인사는 “내 주민등록과 복지카드 쓴 내역이 유출된 것은 전혀 몰랐다”며 “나가선 안 되는 자료가 나갔다”고 언짢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 자료를 유출한 해당 부서 측에서는 실무자의 개인 실수일 뿐이라며 문제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회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5월쯤으로 기억된다”며 “국회출입기자들에게 보도 자료를 보내는 테스트과정에서 실무자가 실수로 첨부파일을 엉뚱한 것을 선택하면서 자료가 일부 기자들의 손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메일을 받은 기자들이 무슨 자료냐고 문의를 해와 개인 실무자의 착오로 기자 개인들에게 모두 설명해 넘어간 일”이라며 때 늦게 문제 삼는 것에 탐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복지카드를 담당하는 해당 부처 인사는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 카드를 담당하는 부처 관계자는 “정식으로 보고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자료가 유출됐다는 얘기는 들은 기억이 난다”며 “시스템부서에서 운영하다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
였다.

하지만 이 인사 역시 “자료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회에서 근무하는 특성상 고급정보 유출로밖에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복지카드를 자사 카드와 연계해 발급하고 있는 국회 내 농협 측 역시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농협 측에서는 국회 직원들의 개인 신상 자료가 무더기로 유출됐다는 점에서 우려감을 표출하면서 자료가 복지 카드 내역이 아닌 포인트 관리 내역으로 농협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 카드로 쓴 내역일 경우 농협의 책임이 있지만 복지 포인트일 관리일 경우 국회 총무과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05년 7월 시작된 맞춤형복지제도는 중앙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기관과 일부 지방자치단체(소방직 포함)의 경우 맞춤형복지 예산을 확보해 복지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2008년 현재는 거의 모든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발급되는 복지카드는 복지기금을 재원으로 가족 부양 인원, 연차, 직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있다. 보통 최소 30만원에서 100만원 미만 한도 내에서 연간 사용할 수 있다. 카드 서비스를 보면 자율항목으로 건강관리 건강검진, 건강시설 이용과 자기계발 학원수강, 도서구입, 여가활용 콘도/리조트, 레포츠, 여행, 공연관람, 가정친화 보육시설, 꽃배달 등 생활문화 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지 포인트 카드는 카드 단말기에 1개월을 누르면 자동으로 복지 포인트를 쓰게 되는 시스템이다.


국회 소관부서·농협 “모르는 일”

술값 등 유흥비로 쓸 수는 없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무원들에게 일정 금액을 쓰게 한다는 점에서 공무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물론 자기 계발 항목으로 잡혀 있지만 다수의 공무원들은 식비와 자녀 학원비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초창기에는 비정규직 공무원과 차별로 인해 특혜 논란이 일었었다. 또한 복지카드에 의무적으로 단체 보험 가입을 하게 돼 공무원들만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복지카드 기본 메뉴에는 생명. 상해 보장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만들어 복지 카드를 만들면 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된다. 물론 개인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보험을 들게 만들어 5천만원, 1억원, 2억원 상당의 금액을 상해나 사망 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의료비 보장보험과 주거지원, 대학 학자금 대여 등도 포함돼 공무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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