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친문 지지층과 여론 사이에서 좌표를 잃고 헤매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성공적인 커리어를 발판으로 정치무대에 복귀해 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를 견인했다. 이후 물론 지난 8월말 거대 여당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이제 남은 것은 탄탄대로였다. 전당대회 이후 컨벤션 효과를 바탕으로 차기 대권으로의 쾌속질주가 예상됐지만 주위 환경은 첩첩산중이다. 대권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가운데 메가톤급 악재가 이 대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특혜복무 의혹과 윤미향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사건 논란이다. 이 대표의 히든카드였던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안도 크고작은 논란만 불거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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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대표 취임 이후 컨벤션효과 없이 삐걱삐걱
추미애 난타전 정국서 친문 vs 민심 갈림길서 좌고우면

추석연휴 정국에서 대세론 확산을 노리는 이낙연 당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난감하다. 총선 이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차기주자였지만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상승세가 신경쓰일 정도다. 게다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은 제2의 조국사태로 불리는 메가톤급 사안이다. 여야, 진보·보수, 세대, 지역간 갈등이 명확하게 갈리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보다 분명한 태도가 요구된다. 다만 친문 지지층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절제된 언행과 특유의 신중함이 이 대표의 강점이었지만 최근 정국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문재인정부의 강력 지지기반인 열성 친문 지지층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야당의 정치공세 역시 보다 강화하고 있다. 갈림길에 선 이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향후 정국의 변수다. 대권으로 갈 길 바쁜 이 대표의 정치적 고민을 짚어봤다.

엄중신중이낙연, 추미애 논란 좌고우면지지층 반발

이낙연 대표는 직전 대표였던 이해찬 대표와는 정치적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 이해찬 전 대표가 특유의 직선적인 스타일로 야당과의 정치적 마찰을 회피하지 않았다. 보수 지지층으로부터는 비판여론이 쇄도했지만 현 정권의 주력부대인 친문 지지층을 만족시켰다.

반면 이 대표는 엄중 신중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로 주요 사안마다 돌다리도 두들기고 건넌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크고 작은 설화없이 안정적인 정국운영이 강점이지만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화끈한 지지는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국이 안정돼 있을 때는 이 대표의 정치적 스타일이 플러스 요인이지만 크고작은 이슈로 여야가 전면적 충돌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보다 과감한 결단과 행동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전대를 통해 여의도 정치무대 전면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친문 지지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이 대표의 활동반경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여야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대형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이 대표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친문 지지층을 의식하면 국민 여론이 부담스럽다. 반대로 여론에 보다 무게를 둘 경우 친문 지지세가 약화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아들 의혹 관련 논란이다. 친문 지지층은 검찰개혁을 좌절시키기 위한 야권의 무분별한 정치공세이자 발목잡기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야권은 황제복무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급기야는 제2의 조국사태로까지 불리며 추미애 장관의 아들 관련 의혹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21대 첫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내내 여야 공방이 거셌다.
 

그러나 이 대표의 입장은 지나치게 모범답안이다. 정치권의 정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정치권은 정쟁을 자제하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야당이 정치공세를 계속한다면 우리는 사실로 대응하고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은 정쟁 중단과 검찰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예정된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어 18야당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부풀리기 같은 정치 공세는 국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 분명해졌다면서도 사실관계를 분명히 가리되 과잉 대응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이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안중근 의사까지 예로 들면서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을 옹호하다가 역풍을 부른 점을 경계한 것이다. 야권에는 이와 관련해 윤미향 의원을 유관순 열사에 빗댈 판이라고 개탄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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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추미애 악재 소극적통신비 논란도 자충수

이뿐만이 아니다. 당 내부에서도 대형 악재가 적지 않다. 윤미향, 이상직, 김홍걸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다. 윤 의원은 총선 이후부터 정의연 회계부정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다 검찰에 기소됐다. 이상직 의원의 경우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의 경우 재산 축소 신고 논란 등으로 야당의 사퇴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에 저의 사건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도 오늘 발표가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의 30년 역사와 대의를 무너뜨릴 수 없다. 재판에서 저의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하며 정면돌파를 시사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또 김홍걸 의원의 부동산 투기 논란에는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터지고 있다. 국민의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김홍걸 의원이 처한 사정에 대해 변호하고 옹호할 수 없는 상황이 한탄스럽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을 정도다. 민주당은 윤 의원의 검찰 기소와 관련해 당직과 당원권 정지를 결정했다.

또 이상직 의원은 당 윤리감찰단에서 조사하기로 했다. 다만 김홍걸 의원 의혹은 여론이 날이 갈수록 악화돼 제명처리 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특유의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가 오히려 당의 정치적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손절이 분명한 사안인데 지지층을 의식하다가 여론이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거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면교사도 있다.

앞서 지난 4월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은 차명진 후보의 이른바 세월호 막말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가 참패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민주당의 미온적 대응은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총선정국에서 양정숙 의원을 즉각적으로 제명한 사례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대표는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도 점수를 잃었다. 전국민 통신비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싼 4차 추경정국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지원 입장을 고수했다. 보편적 지급을 강조해온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결이 다른 모습이다.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의 승리였다. 정부여당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실업자 등 코로나 확산에 타격을 입은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입장을 정리하기 때문이었다. 보편복지를 강조해온 진보진영 입장에도 재정건정성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대표가 꺼내든 회심의 카드는 만13세 이상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카드였다. 선별적 복지의 원칙 속에서 보편적 복지의 성격을 가미한 것이었다. 특히 이러한 제안은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당청간담회에서 이 대표가 제안하면서 문 대통령이 같은 생각이라고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다만 여론은 이 대표의 생각과 달랐다. 통신비 2만원 지원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졌다. 이 대표에게 정치적 생채기만 남긴 셈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은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 방침에 대해 잘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이 강력 반발한 것은 물론 민주당의 우군이란 평을 받았던 정당에서조차 반발 목소리가 나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되지 못한 채 국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국민은 이를 선심성 낭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역시 보편적 지원이라는 측면에서도 실질적 효과가 의심스럽고, 국민의 돈으로 정부가 선심을 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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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상승세 1위 자리 흔들흔들홀로서기 가능할까?

크고작은 악재에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가장 큰 힘은 문재인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이다. 비문 출신이지만 전당대회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친문 주력부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만 당 외곽에서 사이다 발언과 좌고우면하지 않는 행보로 정치적 언행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지사의 움직임은 변수다. 실제 최근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1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40%대 초반의 지지율로 차기 레이스를 독주했던 때와 비교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홀로서기를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친문 지지층과의 전략적 동거를 이어가겠지만 내년 상반기 이후 대선정국이 보다 본격화하면 이 대표 역시 본인의 확실한 정치적 색깔을 강조하면서 언제 어떤 식으로든 홀로서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성상 현직 대통령 임기 말에는 미래권력인 차기주자의 파워가 더 커질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와신상담 기조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신문기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뒤 4선 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를 거친 이 대표의 내공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권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전대 이후 순항을 기대했던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 스탠스는 최근 여러 악재로 난국에 처한 상황이라면서 지난해 조국사태에 이어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논란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보다 분명한 태도가 요구됐지만 지나친 좌고우면으로 친문 지치층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확실한 점수를 따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여권 차기 레이스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특유의 치고 빠지기식 이슈파이팅을 주도하면서 지지율 상승도 한계에 봉착했다이 대표로서는 향후 정치적 활로모색과 차기 대권을 위해 고민이 보다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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