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박 시장 꿈 흔들림 없이 계승”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서정협 “박 시장 꿈 흔들림 없이 계승”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7월13일 박 전 시장의 장례식에서 “박 시장님의 꿈을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안팎에선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서 권한대행이 천명한 ‘박원순 계승’이 쉽지 않을 거란 평가다. 그리고 일각에선 서울시가 내년에 추진할 신규 사업에 대해 예산을 축소 편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앞으로 서울시장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 서울시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이를 추적했다. 

 

서울시청[뉴시스]
서울시청[뉴시스]

 

-김대진 대표 “공무원, 정치적 부담갖고 신규 정책 추진 어려워” 

일요서울은 서울시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를 알아보기에 앞서 그의 생전 시정 행보, 특히 그의 시장직 당선 직후부터 알아봤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됐다. 이후 박 시장이 재임한 9년 간 서울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표적으로 박 시장은 자신의 철학을 담은 서울혁신기획관,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청년청, 광화문광장추진단, 남북협력추진단 등의 조직을 신설하고 운영했다. 당시 서울시 사정으로는 상당히 과감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서울혁신기획관은 초선이던 박 시장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한 도시혁신,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시정 전반에 시민 참여율을 보다 높이고 시민민주주의 활성화를 위해 만든 것으로 ‘박원순 시장의 숙원사업’이라 불릴 만큼 박 시장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청은 청년들이 청년정책 기획부터 예산편성, 집행까지 직접 참여시키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청년청에는 연간 500억 규모의 예산안 편성권이 배정됐다. 광화문광장추진단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구상하고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금 광화문광장의 양측 도로를 보행광장으로 만들어 광화문 앞 월대(月臺)를 복원해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 풍경을 크게 바꾸려는 계획이었다. 남북협력추진단은 서울-평양 교류협력사업의 총괄과 조정 역할을 전담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박 시장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와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사업 등을 추진해 왔다. 
박 시장은 신설한 조직과 함께 많은 정책도 쏟아냈다.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청년수당, 제로페이, 그린뉴딜, 반값등록금 등이 있다. 
청년수당 정책은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을 위해 최소수준의 활동 보조비용을 서울시가 지급하는 것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박 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그린뉴딜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해 2050년까지 서울을 ‘탄소배출 제로’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이 이사장을 겸임하는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도 관철시켰다. 
박 시장은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해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사회운동의 중심에 섰다.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새로운 시민단체도 창립해 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도 개척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박 시장은 자신의 소신을 서울시 행정에 관철시켜 온 것이다. 제19대 대통령선거와 제7회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박원순표 정책들’은 궤도를 유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 [뉴시스]
박원순 서울시장 영정 [뉴시스]

 

서울 신 사업, ‘어공’ 떠난 후 ‘위축’

 탄탄대로를 걷고 있던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여비서 성추행 의혹 폭로 후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가 별정직으로 기용한 공무원들인 ‘어공(어쩌다공무원)’은 대거 물러나게 됐다. 지난 7월10일 서울시에 따르면 고한석 비서실장, 장훈 소통전략실장,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조경민 기획보좌관, 최택용 정무수석, 강병욱 정무보좌관, 박도은 대외협력보좌관, 황종섭 정책비서관 등 지방별정직 공무원 27명이 퇴직 처리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별정직 등 정책 결정 보좌를 위한 전문임기제 공무원의 근무 기간은 임용권자 임기만료일을 넘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임용권자인 박 시장이 사망해 임기가 끝난 상황이라 이들도 더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머무를 수 없게 됐다. 앞서 이들은 시장실이 있던 시청 신청사 6층에 근무하며 ‘어공’이라 불렸다. 
박 시장의 뜻을 받든 어공들은 공무원 조직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정치적 책임이 필요한 신규 정책들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서울시가 권한대행 체제로 가면서 이들의 역할도 끝났다. 이로써 정치적 책임을 지고 신규 사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상실된 것이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는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서정협 권한대행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켜 온 정치적 스탠스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공무원 출신인 서 권한대행이 내년 보궐 선거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갖고 신규 정책을 추진하거나 정부의 의견에 반하는 입장은 고수하기 어려울 것 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하던 박 시장의 정책과 그 일환으로 진행될 신규 사업에 대해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일요서울 취재 결과 김 대표의 의견이 실제로 반영된 양상이다. 
지난 17일 서울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그는 신규 사업 예산안 축소 우려에 “예산편성 과정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정확한 사안은 예산안이 시의회에 제출되는 시점인 11월쯤에 알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의회 [뉴시스]
서울시의회 [뉴시스]

 

박 시장 ‘부재’...서울시의회가 나서야?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의 부재로 인한 업무 공백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나서 좀 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선 나온다.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에 대한 적절한 비판과 견제를 통해 정책이나 예산에 있어 민생에 필요한 부분은 좀 더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올해 서울시에서 추진되는 사업은 작년에 예산이 편성되었기 때문에 박 시장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진행되는 데 크게 무리가 없다”며 그러나 “내년 신규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결정해야 할 올해 11월엔 서울시 의회가 심의·의결을 어느 때보다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지난 16일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지기 어려운 서울시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며 “박 시장의 부재로 인해 책임져야 할 정책이나 업무에 대해 서울시가 지지부진한 경향이 있지만 의회가 나서 좀 더 비판과 견제의 기능을 잘 해준다면 내년 보궐까지 서울 시정은 크게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박 시장의 부재로 그동안 그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내년 사업을 위한 서울시의 예산 편성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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