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20223월 치러지는 차기 대선이 1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17년 치러진 19대 대통령 선거 이후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 구도는 다사다난함의 연속이었고 이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일부 대선주자들이 빛을 발하며 주목을 받다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지면서 추락하기도 했고, 평소 대중들의 관심 밖에 있던 인물이 대선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앞으로 남은 15개월여 시간 동안에는 또 어떤 변화가 생기면서 대권 구도가 요동칠까.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는 후보들이 막판까지도 그 흐름을 이어갈지 아니면 제3의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판을 흔들게 될지 예측불허다.

친문조국·김경수 지고, ‘중립형이낙연 부상했으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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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문, ‘비문이재명 강세 지속될 경우 대체재 정세균띄운다?

 

정세균, 뉴시스
정세균 총리, 뉴시스

2017년 대선 이후 여권의 차기 대권 경쟁 구도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활약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급부상했었다. 그러나 2018년 전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를 하면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꼽혔으나 지난 7월 전직 여비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친문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지사가 존재감을 과시했다. 친노·친문의 본산인 PK(부산·울산·경남) 출신인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유력한 친문 적통 주자로 꼽혔다. 그러나 조국 전 장관과 김경수 지사 모두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조국 전 장관은 가족 관련 의혹 등과 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에 흠집을 가한 대표적 인물이 돼버렸다.

드루킹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 지사도 재판 결과에 따라 지사직이 박탈될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서울고법 형사2부 심리로 열린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3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징역 26개월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지사에 대한 항소심 결과는 오는 11월 나온다.

친문 지고, 중립 이낙연 부상, 그러나 비문 이재명 위협

유시민, 뉴시스
유시민, 뉴시스

이 같은 과정을 겪으면서 중립형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급부상했다. 이전에는 대선주자로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며 차기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려면 민주당의 최대 주주인 친문의 낙점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친문 주류와는 다른 정치 행보를 이어온 이 대표는 강성 친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친문 순혈이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319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팬덤이 형성돼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근본적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은 소수파 출신이란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고 당선됐을 때도 대변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최종 정리한 당사자도 저였지만 그 뒤로 당이 나눠졌을 때 합류하지 않았다그렇게 갈라진 채로 선거를 치렀는데 제가 남은 그 정당이 궤멸한 일이 있었고 그 다음 대선 이후로 합쳐졌다. 그런데 들어가서 보니 제가 소수파가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그는 당내 기반이 약함에도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친문의 지지를 받아 60.77%의 득표율로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재 경쟁력 있는 친문 적통 대선주자를 갖고 있지 못한 친문이 이 대표를 검증대에 올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해야 하는 이 대표가 6개월 남짓한 임기 동안 당 대표로서는 물론이고 차기 대선주자로서 능력을 보여줘야만 친문의 낙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는 지난 4·15 총선 이후 대선주자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대법원으로부터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날개를 단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내주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다음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 지사는 전월보다 3%포인트 오른 22%를 얻어 두달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월보다 4%포인트 상승한 21%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의 경우 상승세를 타면서 이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했지만 친문과 정치적 앙금을 갖고 있다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 지사는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친문과 극한 갈등을 겪었다.

적통 주자에 미련 못버린 친문, ‘센놈물색하나

21대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에 출마함과 동시에 PK지역 선거 전반을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두관, 뉴시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계속해서 강세를 이어갈 경우 친문이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안전판을 확보하고 친문의 영향력을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친문 적통 후보를 대선에 내세우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의 이낙연 대표 대체제로 친노·친문 적통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나 친문의 거부감이 약한 정세균 총리, 또는 한때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김두관 민주당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댓글 조작 사건 관련 최종심에서 결국 기사회생하지 못하고 정치 복귀와 대선 출마 가능성을 모두 일축하고 있는 유시민 이사장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정세균 총리가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문 진영이 대선 후 배신 가능성이 낮아 문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범친문 정세균 총리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이와 관련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계속 앞서고 두 사람의 격차가 향후 더 벌어지게 될 경우 친문은 이 지사를 누를 수 있는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정세균 총리, 김두관 의원, 유시민 전 의원 등을 내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정 총리의 경우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대권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권 출마를 염두에 둔 정 총리가 이낙연 대표의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당 대표로 김부겸 전 의원을 밀 것이라는 정세균-김부겸 동맹설이 거론되면서 민주당이 들썩이기도 했다.

당시 정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제 머릿속에는 코로나 방역과 위기 극복에 대한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대권이니 당권이니 아무런 상관도 없고 관심을 가질 겨를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문에서는 아직도 김경수 지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친문 좌장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경수 지사의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과 관련해 일단 재판 결과를 봐야 한다면서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지켜봐야 할 주자는 맞다고 치켜세웠다.

이 전 대표는 “(김 지사가) 동안이라 그렇지 대선 때 55세면 어리지도 않다면서 이재명 지사하고 별 차이도 안 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시민 이사장이 아직 살아있는 대권 카드냐라는 질문에는 본인이 안 하겠다는 것 아닌가.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책 쓰고 이런 쪽을 원래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에 전날 경남 창원 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경수 지사를 만나 격려했다는 내용과 이해찬 대표가 김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언급한 언론 인터뷰 등의 내용이 담긴 기사를 올린 뒤 가관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김 지사처럼 심지어 유죄 판결 받고 법정구속까지 되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제는 대선후보라고 치켜세운다이재명 사건과 달리 공범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11월이면 아마도 민주당의 친문 대선후보는 또 한명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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