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급증하는데...혈세 낭비 막을 방안 없나

지난 10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 합동브리핑 현장 [뉴시스]
지난 10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 합동브리핑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 7월까지를 기준으로 98조 원에 달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 지출은 늘고 있다. 정부는 최근 4차 추경안을 편성해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제적 효과 의구심과 함께 빚 부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이다. 나아가 '선심성 복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야는 ‘전 국민 통신비 지원’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론은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 4차 추경, 적자 국채 발행...지출증가율 18.1% ‘또 늘었다’
- “빚 부담 떠안는 선심성 복지”...여야 신경전, 여론 피로감↑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가 집중된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59년 만에 4차 추경을 편성했다. 추경 총 규모 7조8000억 원 중 3000억 원은 중소기업진흥채권에서 충당하고 7조5000억 원은 적자 국채로 발행할 방침이다. 이로써 지난해 본예산 총지출(469조6000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지출증가율은 18.1%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전년보다 9.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결국 예상보다 급증하게 된 셈이다.

국가채무‧재정수지 악화
“위기 대응 결정 불가피”
‘선심성 현금 복지’ 비판


이번 4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지난해 본예산 당시 국가채무(740조8000억 원)보다 106조1000억 원이나 급증하게 된다. 국가채무 증가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3.9%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것. 지난해 본예산(37.1%)과 비교하면 6.8%p가 오르게 되고, 관리재정수지 비율도 -5.8%에서 -6.1%로 -0.3%p 늘어나게 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0일 '제8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브리핑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국가채무의 증가와 재정수지의 악화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이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팬데믹(글로벌 대유행·pandemic)으로 다른 선진국 모두가 비슷한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홍 부총리는 "(다른 나라도)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수지가 악화되고 국가채무가 늘어나는데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국가채무 비중이 올라가는 속도, 국가채무비율, 적자 수지 폭이 (다른 선진국보다) 양호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미래에 상당한 부담을 남겨준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선심성 현금 복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장기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이 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지만,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실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적자국채 발행까지 하면서 쓰는 돈은 ’복지'와도 같아 고정비율처럼 나가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후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고 빚을 남겨주는 꼴이 될 수 있는 만큼 정책 반영 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게 확대 재정을 할 수밖에 없다면 쓸 데 없는 일회성, 선심성 정책은 분명 뒤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급 시급성 여야 공감
쟁점, 통신비vs백신접종
“서민은 밥상 물가 걱정”


이런 가운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8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4차 추경 세부 내용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여야가 오는 2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양측은 ‘전 국민 통신비 지원’과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 중인 상황이지만, 재난지원금 지급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추경은 국민 혈세인 만큼 꼼꼼하게 심사하고, 시급한 만큼 조속히 처리해 최대한 추석 명절 전 집행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원칙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이후 예산안 처리를 둔 여야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추경 예산에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을 전 국민으로 늘리고, 초등학생까지만 지원되는 아동특별돌봄비 20만 원을 중‧고등학생에게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개인택시뿐 만아니라 법인택시 종사자에게도 재난 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필요한 예산은 ‘전국민 통신비 2만 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반면 민주당은 독감 백신 무료 접종과 관련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으로, 다만 통신비와 관련해선 일부 대상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한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급 기준이 형평성 문제와 차별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B씨는 “통신비 2만 원과 미취업 청년 50만 원 지원, 또한 중복 지원은 제한해야 한다”며 이는 중복 시 400만 원 지급이 가능한 만큼 한 푼도 못 받는 이들에게는 지독한 형평성 문제와 차별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금액을 줄이고 실질적 피해 가구와 장애 저소득층 지원에 힘 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업계 한 관계자는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지속되면서 의료계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독감 백신 생산량을 늘려 전 국민에 무료 접종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된 가운데 이들을 바라보는 일부 국민들의 피로감도 날로 상승하는 모양새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 C씨는 “두 거대 정당의 아집으로 국민들이 골병드는 걸 모르니 답답할 뿐”이라며 “나와 같은 서민들은 통신사만 이익을 얻는 통신비 지원, 허울 좋은 독감 백신보다 당장 밥상 물가를 걱정하고 있는 만큼 진정 도움 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달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18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신비 지원 정책을 둘러싼 부정적인 목소리들과 관련한 질문에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임차료와 보육료 그리고 통신비 등 세 가지 비목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봤다”며 “통신비에 대해선 여러 다양한 대안을 논의해 편성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하는 등 취지에 부합하는 지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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