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 창출에만 1조3000억 예산 투입… ‘10급 공무원?’ 양성 공방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내년 정부가 만들어내는 직접 일자리가 100만 개를 넘어서는 가운데 이 중 노인 일자리만 80만 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재정으로 일자리를 생산하다 보니 질적인 부분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임시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재정으로 찍어내는 일자리… 의존 시 “대처 어려워” 우려 목소리

‘노인일자리사업’ 무상복지?, 일자리 사업?… 헷갈린다는 의견 많아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된 일자리 예산안은 30조6039억 원으로 이 중 직접 일자리 부문은 3조1164억 원에 달했다. 직접 일자리 예산이 3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직접 일자리 규모만 올해 94만5000명에서 102만8000명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노인 일자리는 78만5000개가 만들어지면서 사업 예산은 1조3000억 원이 투입된다. 올해보다 예산 1000억 원을 늘려 일자리 6만 개를 추가로 만들게 되는 것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80만 개를 창출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1년 앞당겨 시행하게 된 것이다. 지난 1일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직접 일자리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내년에도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노인 일자리 중요”
‘근로 의욕’ 우선, 지적

정부는 노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일자리가 많아지면 노인 빈곤이 완화돼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사전에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대외 여건 악화로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부진을 겪고 있어 30대와 40대 일자리가 한 달에 20만 개(7월 기준)씩 사라지고 있다. 이에 상대적으로 1조 원 정도 적은 재정을 들여 노인 문제 해결과 함께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부가적으로 만들어지니 정부의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노인 일자리가 늘면서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지표도 개선됐다. 지난해 7월과 8월 5000명과 3000명에 불과했던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 7월 29만9000명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통해 ‘고용절벽’을 예방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인일자리사업을 두고 무상복지인지 일자리 사업인지 헷갈린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폐지 줍기’ 등 한 달에 27만 원 정도를 받아가는 공익활동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간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해 온 A씨는 정부가 노인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도리어 불필요한 일자리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몇몇 노인들은 나라에서 공짜로 돈을 주는 것으로 여겨 제대로 일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노인일자리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노인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일이 너무 많으면 불만을 토로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노인 일자리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노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근로 의욕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역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지속 생산성이 없는 공공부문, 단기 일자리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노인 일자리는 23만 개나 늘었지만, 산불방지사업, 공공산림 가꾸기, 하천쓰레기 수거사업 등 지속성보다 일회성으로 그칠 일자리가 대부분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기술 변화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으로 찍어내는 직접 일자리에만 의존한다면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국무회의에 보고한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효율화 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직접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민간 부문 취업률은 20.6%에 그쳤다.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직접 일자리 사업은 결국 민간 부문 고용 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인일자리사업 관리 부실
관리감독 강화 필요

노인일자리사업 관리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충남 부여군이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탁 받아 수행하는 부여시니어클럽의 위탁운영기관 선정 및 관리를 부실하게 진행해 논란이 됐다. xx복지원은 부여군으로부터 지난 2004년부터 2018년까지 14년간 부여시니어클럽을 위탁 받아 운영해 왔다. xx복지원의 이사장과 부여시니어클럽 관장은 지난 2011년 임금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돼 처벌을 받기도 했다. 또한 xx복지원은 부여시니어클럽을 처음 위탁 받아 운영할 당시 부여군이 제공한 건물과 토지를 법인 명의로 이전하고 부여시니어클럽이 구입한 차량을 법인 기본 재산으로 등록하는 등의 운영을 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부여시니어클럽 직원들은 노조를 구성하고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 결국 위탁운영자가 재선정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운영은 다시 xx복지원이 맡게 됐다. 해당 지자체가 수탁자 선정 심사 당시 xx복지원이 심사기준 최소 충족 기준에도 미달하는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xx복지원을 재선정했던 것이다. 부여군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고 부여시니어클럽 수탁사 선정을 취소하는 공고를 냈지만, 부여시니어클럽 노조는 정상화를 위해 투쟁한다는 의지다.

올해 4월 경기도에서는 한 지역의 경로당 회장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주민 공모가 아닌 본인을 등록해 수당을 챙기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도와 지자체 등과 노인 공익활동을 위한 경로당 사업을 추진했다. 해당 사업의 주요 내용은 노인 일자리 창출로, 보건복지부와 행정안전부가 50% 경기도와 시가 50% 예산을 분담했다. 총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인회는 298개소 경로당을 사업대상지로 선정했고 각 경로당 회장은 마을 내 노인 도우미를 자체적으로 선발하도록 추진했다. 선정된 도우미는 노인회를 통해 매월 27만 원씩 지급 받았다. 문제는 경기 지역 경로당 B 회장이 자신을 청결도우미로 등록해 10개월간 수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지역의 노인회 관계자는 “이 사업에서 회장이 직접 도우미로서 수당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면서 “노인 50% 정도는 실제 근무를 하지 않고 부정수급을 한 것 같다. 이는 어르신들의 그릇된 의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지자체 일부에서는 일자리 사업 선정 과정 중 주민자치위원장의 추천서를 받기 위해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일자리 창출 사업에 주민자치위원회 입김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정부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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