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는 자본잠식인데 ‘차명재산 의혹’ · ‘자녀 재산 허위신고’ 도마에

이상직 의원과 전 부인, 당직자 등이 이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 블로그]
이상직 의원과 전 부인, 당직자 등이 이 의원의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이상직 의원 블로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해하기 힘든 가족 스토리가 연일 항공 업계와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 합병이 무산되면서 이스타 항공의 창업주인 이 의원으로 타깃이 맞춰졌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던 2012년 경영권을 내려놨지만 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여전히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그의 전처가 사실은 재산을 숨기기 위해 위장이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윤리감찰단에서도 조사에 나섰다. 

이낙연, “이 의원은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 취하라”
3000만 원짜리 이스타홀딩스, 1500억 원 이스타항공 지분 68% 인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21대 국회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런데 당시 선거운동을 위해 이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전 부인과 함께 유세에 나섰던 것이 최근 확인됐다. 더욱이 유세만 나섰던 것이 아니라 그간 혼인 관계를 지속 유지해왔다는 의혹도 수 차례 제기됐다. 이를 두고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으나 이 의원은 묵묵부답이다. 

민주당판 공수처 ‘윤리감찰단’ 가동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여론을 의식해 당 차원의 조치에 나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이 의원께서는 창업주이자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국민과 회사 직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란다”며 “당은 이스타항공의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민주당도 여론을 의식해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논란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에 이낙연 대표가 실천을 약속했던 윤리감찰단이 움직이고 있다. 당내 공직자와 당직자의 부정부패와 불법이탈, 젠더 폭력 등 문제를 법적, 도덕적, 윤리적 관점에서 다루고 윤리심판원 등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민주당판 공수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윤리심판원에 넘어가면 최고 제명과 강제 출당까지도 당할 수 있다. 

민주당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당 내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 이상직 의원이 윤리감찰단 조사대상에 오르면서 즉각 조사에 들어갔다”며 “여러가지 이유로 여론을 달래야 할 어려운 상황에 당이 앞서 움직이는 것이다. 특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이상직 의원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타항공 설립, 남다른 탄생 비화
 
이스타항공은 그 시작부터가 특이하다. 이 의원은 2007년 가을,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 한 대 없이 이스타항공을 설립했다. 가족 소유의 중소기업을 운영하고는 있었으나 진에어는 한진그룹, 제주에어는 애경그룹,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대부분의 국내 저가항공사(LCC)들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설립된 것과 현저한 차이가 있다. 

이스타항공 설립 후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국제노선까지 확대해 가던 중 이 의원은 2012년 5월 19대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면서 그의 친형인 이경일 비디인터내셔널 대표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이 의원의 딸과 아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 말 자본금 3000만 원으로 설립됐다. 이 의원의 아들과 딸이 각각 지분 66.7%, 33.3% 등 전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당시 아들은 17세,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겨우 26세였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이스타홀딩스는 두 달 만에 자산 규모 1500억 원의 이스타항공 지분 약 68%(524만 주)를 100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현재 39.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무산되지 않고 그대로 진행됐더라면 얼마나 큰 시세 차익을 누렸을지 모를 일이다.

이스카항공의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는 무산됐다.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고, 더불어민주당은 윤리감찰단을 가동했다. [이창환 기자]
이스카항공의 제주항공으로의 인수는 무산됐다.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은 없고, 더불어민주당은 윤리감찰단을 가동했다. [이창환 기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이상직 검찰 고발

이에 앞서 이 의원은 지난 6월 30일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며 “조종사노조도 회사를 살리는 노력을 함께 해달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부끄러운 줄 알라”며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종사 노조는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실효성도 없는 지분 헌납을 통해 책임을 무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결국 지난달 29일 이 의원을 조세포탈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의원이 자신의 두 자녀가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인 이스타홀딩스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 대여, 선수금 지원 방식 등으로 자금을 지원해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고 봤다.

특히 최근 이스타항공 노조 측은 한 방송을 통해 “이 의원의 이혼이 위장일 가능성이 크다, 노조 측에서 이 의원의 자택에 찾아갔을 때 실제로 (이혼했다는 전 부인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앞서 2015년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대표가 횡령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의 이혼한 전 부인을 회사 임원으로 올리고 4억 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런 이유로 노조는 전 부인 앞으로 재산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의원은 10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이스타항공을 자신의 가족 또는 개인 회사처럼 이용해왔다다. 제주항공으로의 인수 과정에서 밝혀진 수많은 의혹과 의심스러운 정황들에 대해 이 의원이 해명을 제대로 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자체적으로 감사에 착수 했으나, 재선의원이자 공직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이낙연 대표의 권고를 받아들일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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