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 소비자에게 ‘약’일까 ‘독’일까

중고차 매매사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결정 여부를 둘러싸고 자동차매매협회 등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좁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질 경우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기정사실화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KAMA]
중고차 매매사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결정 여부를 둘러싸고 자동차매매협회 등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좁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내려질 경우 대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기정사실화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오히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부정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신뢰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KAMA]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중고차 시장이 뜨겁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논란 속에 있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의 진입을 우려하며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등록을 주장하고 있다. 해마다 나오는 이야기지만 유독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완성차 업체들까지 중고차 시장 진입을 고민하는 가운데 2017년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을 매각했던 SK도 재진입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소비자들은 은근히 대기업이 들어오길 바라는 분위기다. 정책이 강화되어도 여전히 사기성 짙은 중고차를 구매해 피해보는 소비자들이 여전한 데 따른 이유다. 기존의 중고차 시장의 터줏대감들이 소비자들의 피해가 지속되는 한 여론의 지원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비자 반응, “기존 중고차 시장 신뢰회복 우선돼야”
중고차 매매업자, “투명성 위해 등록 차량 매매 필수”

중고차 시장이 규모면에서 신차 시장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230만 대, 30조 원에 달하는 유통 수준을 보이고 있다. KB중고차, 엔카 등의 플랫폼 중심 중고차 사업자와 AJ, 롯데 등 렌탈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들이 운영하는 중고차 매매사업자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결정 여부를 두고 업계에서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기존의 시장을 구성해 온 자동차매매사업조합 등의 중고차 연합회가 대기업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국내 최대 완성차 그룹인 현대자동차가 중고차에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관계부처를 찾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와대까지 찾아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등록 반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중고차 매매업의 특성 상 생계형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8년 12월부터 시행해 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은 소상공인 중심의 업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다. 하지만 중고차 매매 사업자들 가운데는 이미 매출과 이익이 중견기업을 수준을 넘어서는 곳도 있고 거래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됐다는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결정 ‘아직’

당시 동반위는 중고차 매매업의 대기업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산업 경쟁력 및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이 기준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해는 넘어왔지만 올해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지정을 결론 내리지 못했다. 지난 7월 중기부의 주관으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첫 간담회를 진행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서로의 이견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 

국내 완성차를 대표할 수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며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밝혔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최종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날 경우, 국내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기정사실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 진입에 관심이 크다. [이창환 기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 진입에 관심이 크다. [이창환 기자]

중고차 매매시장 스스로 신뢰회복 힘써야

경기도 부천에서 10여 년째 중고차 매매업을 이어 온 A씨는 “중고차는 매입할 때와 판매할 때 가격의 차익만으로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그사이에 매매업자들이 지출되는 비용도 많다는 것을 알아줘야 한다”며 “일부 차량 성능이나 상태에 맞지 않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매매업자들은 정해진 룰에 맞게 매매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사례가 늘고 나서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매각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다른 곳 5곳의 가격을 물어보고 오시면 최고가에 조금 더 얹어드리겠다고 말한다”며 “반대로 판매할 때는 소비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매입가격을 공개하고 기본 수익률을 맞춰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의 경우는 매우 양호한 사례다. 몇 곳의 중고차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동일한 차량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가까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다른 매매업자의 매물로 등록된 차량을 다시 자신의 매물로 등록 하면서 차익을 얻기 위해서 매각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경우다. 

A씨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 중고차 시장의 구조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중고차 매매 시장에도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들어오는 이들이 많은데 정확하게 판매자 또는 소속 회사가 보유한 차량만 거래한다면 조금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엔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SK가 쏘카의 지분을 통해 중고차시장 재진입을 꾀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SK엔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SK가 쏘카의 지분을 통해 중고차시장 재진입을 꾀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온라인 중고차 판매 서비스 브랜드명을 정하고 상표등록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중고차 플랫폼 엔카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쏘카의 주주인 SK와의 협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부분이다. 

SK는 2000년부터 투명성을 앞세워 국내 최대 중고차 플랫폼으로 키웠다. 이후 2017년 호주 중고차업체 카세일즈홀딩스에 2000억 원에 매각했다. 또 오프라인 부문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면서 케이카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입에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차협회도 의견을 달리한다. 각각의 이해관계도 맞물린다. 모두가 자신들의 뜻을 앞세우며 소비자의 부담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론도 반으로 나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A씨의 말처럼 소비자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중고차를 구매하러 오는 한 신뢰를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기업 진출을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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