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가도 ‘고속 티켓’ 서울시장을 노려라

이명박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사이 한나라당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경우 차기 대권 가도에 필수 코스인 광역단체장직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 번 더’를 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형상 오 시장이 김 지사에 비해 외로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지사는 김문수계라고 할 수 있는 차명진, 이화수 의원들뿐아니라 이재오 사단과 친분이 깊다. 반면 오세훈 시장의 경우 당내 오세훈 계보로 권영진(노원을) 의원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인사가 드물다. 총선 이후에는 ‘뉴타운 공약’으로 서울에 당선된 의원들과 ‘갈등’을 겪었던 오 시장이다. 이래저래 2년 남은 오 시장의 재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주자는 당연히 박근혜 전 대표다. 그 다음으로는 최근 당심을 누르고 민심에서 1위를 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당내 입지가 취약해 불안한 2위를 달리고 있는 처지다.

박근혜-정몽준은 외부로 노출된 후보들이다. 이밖에도 물밑에서 차기나 차차기를 겨냥한 잠룡들의 보이지 않는 대결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도권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차기 잠룡이 되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다.


차기주자들 물밑작업 분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두고 계파나 인물 간 신경전이 벌써부터 벌어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이미 언론에 서울시장직을 한 번 더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당내 자신을 지지하던 소장파가 분열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인해 한나라당 서울 당선자들과 오 시장과 갈등은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다.

한나라당으로 출마해 당선된 인사들 다수는 서울시장과 얘기가 끝났다며 ‘뉴타운 공약’을 남발했었다. 사실 지역구민들 역시 개발에 대한 기대와 공약을 믿고 한나라당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서울 강북지역 후보들이 집중적으로 뉴타운 공약을 내세웠다.

오 시장은 총선기간에는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한나라당 후보자들의 공약과는 달리 오 시장은 “서울시를 당분간 뉴타운 추가 지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혀 서울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무색케 만들었다.

한나라당과 서울시장의 뉴타운 공약에 대한 갈등은 오 시장의 정치적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에 한나라당 내에서는 ‘오 시장의 차기 당내 경선에서 당선이 요원하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2년 남은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오 시장과 서울 출신의원의 관계를 알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최근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한 의원이 오세훈 시장을 만나러 갔다. 친이 성향의 이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세운 후보도 아니었다.

이 의원은 지역구에서 올라온 ‘서울시 민원’과 함께 지역구 최대 현안인 발전소 이전 문제를 오 시장과 논의를 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오세훈-친이 ‘홀대’ 거리두기?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울시 민원뿐만아니라 지역 현안에 대해서 서울시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오 시장을 만난 해당 지역구 의원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오 시장을 만난 이후 지역구민들에게 “민원 처리도 잘 될 것 같다”, “발전소 이전 긍정적인 모습이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의원은 지역구민과 함께 발전소 이전 관련 세미나를 개최해 여론 몰이에 나섰지만 서울시 관계자들의 반응은 ‘입장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태도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관계자는 “세미나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축사를 서면으로 부탁했는데 그것마저 거절당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오 시장이 인기가 갈수록 떨어지는 한나라당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다음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 중간 심판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고 지방권력을 80% 이상 잡고 있는 한나라당 참패에 대비하는 모습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내 ‘안티 오세훈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 일각에서는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후보들이 ‘사전 정지 작업’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 출마 자체를 못하게 할 수 있다는 흑색선전도 공공연히 돌고 있다.

현재 차기 서울시장직에 도전할 공산이 높은 후보로는 이번에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이 된 공성진 의원(강남을)을 필두로 진영(용산구), 박진(종로구), 권영세(영등포을), 정두언(서대문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대통령 친형 이상득 최고와 각을 세웠던 정 의원의 경우 본인은 ‘생각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물밑에선 작업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가 당내 파다하게 퍼져 있는 상황이다.

재선인 정 의원이 직접 나서지 않을 지라도 이재오계와 더불어 차기 서울시장 만들기에 막후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종로에서 물리친 3선의 박진 의원 역시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0순위’에 꼽히고 있다. 정치 1번지인 종로에서 집권여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를 물리쳤다는 강점과 더불어 친이, 친박 세력을 다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우고 있다. 지난 이명박 당선자 시절에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지낸 경험도 있다.

재선인 공성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4위에 오르면서 가까스로 최고위원에 당선됐지만 차기 서울시장직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친박 인사로 진영 의원과 중립의 권영세 의원 역시 꾸준히 차기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고 있다. 권 의원의 경우 김민석 전 의원이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면서 재차 서울시장 도전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김 최고가 나선다면 지역구가 겹치는 권 의원 역시 출마를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홍준표-이재오-맹형규-원희룡 꽃놀이패?

재선급 의원들이 잠재적인 서울시장 후보감이라면 지난 서울시장경선에 참석했던 인사들 역시 서울시장 재도전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홍준표 원내대표나 이재오 전 의원, 맹형규 정무수석, 이 도전했다. 하지만 ‘혜성’처럼 오세훈 후보가 등장하면서 당심보다 민심에 앞선 오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가 됐고 여당의 강금실 후보를 커다란 격차로 앞서면서 당선됐다.

현재 홍 원내대표는 1년 임기의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당 대표와 마찬가지로 임기가 불안정하지만 무리없이 수행한다면 원내대표 이후 당권 도전도 가능한 상황이다. 정국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당 지도부가 조기에 물러날 경우에 서울시장직보다는 당 대표를 선출하는 조기 전대에 참여할 공산이 높다.

이미 친이 세력을 등에 업은 홍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서울시장직보다는 무게감이 떨어지지만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서 실적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은 2006년 서울시장 경선을 포기하고 당권에 도전했지만 친이, 친박 대결로 흘러 강재섭 후보에게 당권을 넘겨준 바 있다. 친이 그룹의 대표적인 수장으로 지난 총선에서 낙방했지만 언제든지 각료로 입성하거나 서울시장 및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리베로’격으로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점에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당권, 서울시장직 대권 ‘지름길’

맹형규 정무 수석은 서울시장직보다는 당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번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선을 한 이상 집권 여당의 당 대표직을 통해 차기 대권 행보에 한 발짝 다가가겠다는 복안이다.

차기 한나라당 잠룡들에게 서울시장직과 당권은 대권 가도에 반드시 한번쯤은 거쳐야 할 이력으로 삼고 있다. 대선은 4년이나 남았지만 경력을 관리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두 번뿐이 없기 때문이다.

당권이건 차기 서울시장 경선이건 실패한다면 대권은 유보내지는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잠룡들은 정치 행보에 심사숙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잠룡들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존재한다. 바로 대권 함수에 상수로 작용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박 전 대표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당권 재도전설’, ‘총리 추대설’ 등 정치적으로 빅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인사다. 정 최고는 대권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 선 경험이 있다.

한나라당 잠룡들은 ‘경력관리’하랴 대권문턱을 넘어야 하는 이중고에 있는 셈이다. 4년의 시간이 짧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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