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내 B씨와 사이에 자녀 C씨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A씨는 D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둘 사이에 또 다른 자식 E가 있었는데 D씨가 몰래 혼자서 키워 왔고, A씨는 E의 존재조차 몰랐다. D씨는 불치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20세에 이른 E씨에게 A씨가 친부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E씨는 A씨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한 후 재산상속권은 물론 그 동안 부양료도 소급해서 청구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요즘에는 DNA 분석 등 유전자감식을 통한 친자감별 기법이 발달하면서 혼외자에 의한 상속소송도 늘고 있다.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출생하게 된 혼외자는 실제로 혼인관계에서 출생을 한 자녀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 우리나라 민법 제864조에는 '부모가 이미 사망했더라도 부모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해 자녀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민법은 인지(認知)라고 해서 혼인 외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 친아버지나 친어머니가 자기 자식임을 확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만약 아버지가 혼외자를 자녀로 인정하면 부자 혹은 부녀관계가 성립하는데 이를 ‘임의인지’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아버지가 자기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혼외자는 재판으로 인지를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이루어진 인지를 ‘강제인지’ 또는 ‘재판상 인지’라고 한다.

이러한 ‘인지청구의 소’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생존하는 동안은 제한 없이 할 수 있으나, 사망한 때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제기해야만 한다(민법 864조). 이 경우 부모의 사망으로 친자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경우에는 법원에서 당사자나 관계인에게 혈액형의 검사 등을 그 형제자매 등 친족을 상대로 명할 수 있다.

인지청구의 소에서 혼외자가 승소한 경우, 판결문을 가지고 가족관계등록 절차에 따라 신고하면 혼외자는 자신이 태어난 날로부터 소급해서 아버지와 부자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정된다(민법 860조 본문). 따라서 다른 자식들과 동등하게 상속권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년에 이르기까지의 기간에 대한 부양료도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다. 이렇게 아버지 사망 전에 인지되면 1순위 상속인이 되어 아버지 사망 후 배다른 형제자매들과 같은 상속분의 재산을 받게 된다.

그런데 사망 후에 인지되어 이미 다른 형제들이 상속재산을 다 나눠가진 경우는 어떻게 될까? 피상속인의 사망 후 친자관계가 명확해졌는데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의 분할 기타 처분을 한 경우, 인지된 혼외자는 상속인들의 분할이나 처분행위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고, 다만 다른 공동상속인에게 혼외자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만 있다(민법 1014조). 이러한 ‘가액지급청구’ 역시 ‘상속회복청구권’의 일종이므로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안에 하면 되는데, 이 두 기간 중 하나라도 종료되면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없다. 침해를 알게 된 날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대법원은 혼외자에 대한 ‘법원의 인지 판결이 확정된 날’이라고 보고 있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E씨는 A씨를 상대로 인지청구를 할 수 있으며, 성년에 이르기 까지 부양료도 소급해서 청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E씨는 부양료청구권도 친모인 D씨로부터 상속받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은 소멸시효 10년 이내의 것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속에 관하여는 C씨와 동등하다. 다만 E씨는 B씨와는 아무런 혈연관계나 양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B씨 재산에 관하여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고, 친부인 A씨의 재산에 관하여만 상속권이 인정될 뿐이다.

<강민구 변호사 이력>

[학력]

▲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 (LL.M.) 졸업
▲ 제3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21기)
▲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경력]

▲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 법무부장관 최우수검사상 수상 (2001년)
▲ 형사소송, 부동산소송 전문변호사 등록
▲ 부동산태인 경매전문 칼럼 변호사
▲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
▲ SBS 생활경제 부동산법률상담
▲ 現)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

[저서]

▲ 부동산, 형사소송 변호사의 생활법률 Q&A (2018년, 박영사) 
▲ 형사전문변호사가 말하는 성범죄, 성매매, 성희롱 (2016년, 박영사)
▲ 부동산전문변호사가 말하는 법률필살기 핵심 부동산분쟁 (2015년 박영사)
▲ 뽕나무와 돼지똥 (아가동산 사건 수사실화 소설, 2003년 해우 출판사)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