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내 교섭단체 ‘15석의 비밀’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의 원내교섭단체 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진당은 현재 18석으로 20석으로 규정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2석이 모자란다. 이미 선진당은 창조한국당과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위해 연대를 약속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한나라당의 원내 교섭단체 하향 조종 움직임에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향후 국회 활동에서 민주당을 ‘왕따’시키기 위한 한나라당의 전략으로 보고 원내교섭단체 하향 조정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은 국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현행 국회의원 20인 이상에서 15인 이상으로 하향조정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의원은 “교섭단체 인정 의원 수가 타당한 이유 없이 높게 책정돼 민주적 의회 운영과 신생 정당, 정책정당의 출현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의원은 “특히 소수자 의견을 국정에 반영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1타 2피 전략 통할까

박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아예 교섭단체 관한 규정이 없고 독일은 총선 득표율 5%, 스페인은 15석, 캐나다는 12석, 기타 서유럽 국가는 대체로 5석 이상 정당에 교섭단체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선진당의 원내교섭 하향조정 노력은 문국현 의원이 대표로 있는 창조한국당과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물 건너 가면서 대안이라는 시각이 높다.

현재 3석인 창조한국당과 선진당이 합칠 경우 21석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가 연대의 조건으로 원내 대표직을 창조한국당 몫으로 요구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선진당 측은 “3석을 가진 창조한국당이 원내 대표직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차라리 교섭단체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국회 등원을 빌미로 선진당의 원내교섭단체 완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당의 입장처럼 ‘15석 이상’이라는 점보다는 상임위 숫자에 연동에 17석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17대 국회와는 정부조직법이 바뀌면서 기존의 17개 상임위 숫자는 16석에서 15석까지 하향조정 될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권 한나라당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원내 대책회의에서 교섭단체 논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당내 다수 의견은 상설상임위 수와 교섭단체 구성조건을 연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당직자 역시 “매번 이 문제가 정치적 딜처럼 보이기 때문에 아예 국회법으로 ‘총선 직전 상임위 수와 교섭단체 구성 조건을 연동’시키는 것도 한 방안”이라고 동조했다.

이와 관련 홍준표 원내대표 역시 교섭단체 구성요건관련 상임위 숫자와 연동시키는 데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는 것과 관련 민주당 측에서는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일단 한나라당이 복당문제와 민주당 포위전략 등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인사는 “친박 연대 13명, 친박계 무소속 의원 12명 한나라당 입당을 희망하는 순수 무소속 의원이 5명이 모두 친한나라당 의원들이다”며 “이들 모두 복당 내지 입당을 허용할 경우 향후 국정운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

현재 김형오 국회의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152석. 여기에 한나라당이 친박계 인사들에 대해 일괄복당을 받아들일 경우 182석이 된다. 한 마디로 거대 공룡 여당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의회 권력은 한나라당이 야당의 도움 없이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의석이다.

18대 국회 상임위 숫자가 현행대로 18개 안팎으로 유지될 경우 한나라당은 대다수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일반법안 통과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한나라당이 야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고도 법안을 의결할 수 있다.

이에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일부는 복당을 허용하되 원내교섭단체를 하향 조정함으로써 일부는 당 밖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한나라당 2중대를 탄생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복당을 다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거대 집권 여당을 만들지 않고 국정운영의 부담을 털면서 외부적으로는 한나라당 2중대를 만들어 책임을 분산키겠다는 복안이 숨겨져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은 선진당의 등원 대가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낮춤으로써 서로 ‘윈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지만 교섭단체 하향 조정에는 이처럼 한나라당의 이해득실이 숨겨져 있다는 해석이다.

법안 통과에 있어 거대 집권 여당의 ‘일방적 독주’하는 모습보다 당 밖 한나라당 2중대 정당과 보수 정당인 이회창 정당을 통해 국정운영을 함께하는 구색을 맞추겠다는 사고다.


일괄 복당은 국정운영 부담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이 보수 진영의 자유선진당(18석)과 연대하면 의석수는 사실상 200석이 된다. 200석이면 단독으로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다. 보수 세력이 사실상 의회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하는 데 강력한 파워를 가지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81석의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의회 권력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의 민주노동당(5석), 창조한국당(3석)과 연대해도 89석에 그친다. 한나라당 복당ㆍ입당 대상이 아닌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한다 해도 98석이다. 개헌 저지선인 100석에도 못 미친다.

가뜩이나 야당으로서 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의회 권력에서 왕따를 당할 경우 민주당은 ‘원오브뎀’(One Of Them)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은 원내 교섭단체 하향 조정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세균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부정적이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과거의 경험을 볼 때 위인설관(어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하여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식으로 어떤 정당을 위해 추진하면 성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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