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사의 갈등이 첨예하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 사측이 24일 간의 장기휴업 카드를 꺼내면서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창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임단협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사의 갈등이 첨예하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 사측이 24일 간의 장기휴업 카드를 꺼내면서 민주노총 가입을 시도했던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와 부산공장 노조와의 사이에 임금단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차 사측이 총 24일에 이르는 장기 휴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최근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마저 무산된 상황에 노조가 강한 반발에 나설 예정이다. 

그간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던 닛산 로그 수출 차량이 올해부터 일본의 닛산 규슈 공장에서 생산되기로 결정되면서 부산공장의 물량이 반감됐다. 지난해까지 전체 생산량 약 22만대 가운데 10만 대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터라 로그가 빠진 자리를 빠른 시간에 메우는 것은 쉽지 않아보였다. 

그럼에도 올 상반기의 경우, 신형 SUV XM3를 앞세운 신차효과로 내수 소비가 오르면서 나름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유지됐다. 여기에 QM6 LPe 모델이 LPG 선호도 상승에 따라 국내 LPG 시장 1위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을 지나면서 XM3의 판매량은 감소세로 돌아섰고, 최근 출시된 페이스리프트모델 SM6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공략이 두드러지는데다 경쟁 모델인 기아자동차의 K5가 디자인 혁신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앞서 르노삼성은 지난해 10월부터 라인스피드를 낮추며 생산량 조절에 나선바 있다. 이후 올해 하반기 들어서면서 자구책으로 추석을 포함해 총 24일간의 생산중단을 위한 장기휴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판매 감소에 생산량 조절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이와 관련 부산공장 노조는 “상반기 XM3가 기대를 넘어서는 판매고를 달성하며 인기가도를 달렸고, 최근 SM6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상황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한 신차 효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런 가운데 사측이 1개월여에 이르는 장기휴업을 계획하는 것은 임단협을 앞둔 상황에 노조를 길들이기를 위한 것으로 의심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임단협 결렬과 재개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GM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크루즈 변경 모델과 말리부 등의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 이어지자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생산중단에 들어간 바 있다. 

특히 당시 임단협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 이어진 생산중단 또는 라인스피드 조절 등에 조합원들은 사측이 노조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도 현재 임단협 테이블이 구성 됐지만, 업계에서는 추석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한편 르노삼성의 경우 현재 노조 집행부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임단협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조합원 투표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해 무산되면서 사측과 협상을 위한 카드는 모두 소진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다만 르노삼성 관계자는 “닛산 로그 물량이 빠진 상황에 라인 스피드를 조절할 수밖에 없고 재고가 이미 충분히 준비된 상황에 추가적인 생산으로 재고 관리마저 어렵게 할 수는 없다”며 “다만 24일 간의 장기휴업이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 연휴나 주말을 제외한 근무 일수는 12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가 계획하고 있는 장기휴업은 오는 25일부터 내달 18일까지다. 이번 장기휴업에 대한 사항은 시행 예정일을 하루 앞둔 24일에 결정될 예정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7월까지 8만 여대 판매에 그쳤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예년의 평균 20만대에 이르기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다. 막판 스퍼트를 올리더라도 업계에서는 10만대와 15만대 사이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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