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1위 정몽준 왜 무너졌나?

한나라당 7·3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박희태 당 대표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일요서울> 단독추적 결과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드러났다. 대의원 2890여명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이 전당대회 일주일 전부터 특정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국실련은 MB의 사조직을 오랫동안 이끌어온 P 전 의원이 총괄하고 있었다. P 전 의원은 2006년 7·11전당대회 때도 대리전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바 있다.

7·3 전대에서 박희태 당 대표는 총득표율 29.7%(대의원득표 29.5%,여론조사 30.1%)로 2위를 차지한 MJ(정몽준) 25.6%(대의원득표 16.6%, 여론조사 46.7%)를 4.1%p차로 앞섰다.

MJ는 국민여론조사(30% 반영)에서 46.7%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대의원 투표에서 2391표로 박희태(4264표) 대표에게 1873표가 뒤지면서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다.


소속 대의원 2890여명, 국실련이 승부 갈랐다

MJ의 대의원 득표율은 친박계 허태열(2792표)에게도 401표 뒤졌고, 4위 공성진 후보(2306표)와 탈락한 김성조 후보(2245표)와도 별반 큰 차이를 보이질 않았다.

전대 1주일 전 ARS 전화여론조사(대의원 811명 대상) 때만해도 1·2순위표를 합산한 결과 MJ는 박 대표에게 90표 안팎으로 뒤졌지만, 3위권과는 150표
이상의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 뒷심만 발휘됐다면 ‘박희태 대세론’을 꺾고 MJ가 당권을 움켜쥘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대 막판 MJ표가 대거 이탈하고 박희태 대표에겐 쏠림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경선 일주일 전부터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대의원들의 표심이 박 대표측 으로 쏠리기 시작했다”며 ‘보이지 않는 손’을 지목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세력은 국민성공실천연합(국실련). 전국 18개 지부, 252개 지회, 35만여 회원을 가진 막강한 조직이 전대 배후에서 움직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요서울>이 국실련 회원글을 분석한 결과 2890여명이 전당대회 대의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국실련 관계자는 “7·3 전대 대의원 9300여명의 1/3에 육박하는 숫자다. 회원들의 강한 결집력과 전대 출석율 등을 감안하면 당권을 누가 움직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7·3 전대 현장에서 치러진 대의원 투표에서는 1·2순위표 합산 1만4444개의 득표수가 반영됐고, 여론조사에는 6190개의 득표수가 반영돼 총 득표수는 2만634개였다.

국실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대 일주일 전부터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화합형 인사가 적합하지 않느냐는 회장단의 언질이 있었다.

회장단은 그 이전에는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국실련 이용수 회장(한나라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 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특정후보 지원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실련은 모든 당내 경선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박계 관계자는 “국실련이 현 정권의 실세, 특히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원로 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며 “국실련의 배후에는 TK 인맥의 핵심인 P전 의원이 있다”고 폭로했다.

실제 <일요서울> 취재 결과 국실련 이용수 회장은 한나라당 청년분과 위원장을 3번 역임하는 등 당 조직을 10여 년 간 관리해 오면서 대선기간에는 MB유세단 부단장을 역임했는데, 이 회장은 그 때마다 P 전 의원과 함께 한 것으로 밝혀졌다.

P 전 의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강재섭 전 대표가 맞붙은 지난 2006년 7·11 전대 때도 MB-박근혜 대리전의 핵심으로 유정복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의 표적이 된 바 있다.

특히 P 전 의원은 7·3 전대를 앞두고 MB와 청와대에서 직접 대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P전 의원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나는 의원도 당직자도 아닌 자연인인데 내가 독려한다고 대의원이 말을 듣겠느냐"며 "특정 후보를 위해 대의원을 동원하거나 독려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P 전 의원은 특히 “나는 국실련에 어떤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 국실련은 MB정부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돕기 위한 당원들의 자발적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장시간 독대한 것은 사실이지만 촛불정국과 개각 등에 대한 민심을 전달했을 뿐 전당대회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P전 의원은 2006 전대 대리전 의혹에 대해서도 “패색이 짙던 쪽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고 대리전의 핵심으로 나를 지목했고 결국 이 전략이 먹혔다”면서 “이재오 전 의원뿐만 아니라 강재섭 전 대표와도 수 십 년 친분을 쌓아왔는데 누굴 지원했겠느냐”며 의혹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국실련과 P 전 의원의 관계는 지난 12일 있었던 국실련 공식 출범식에서 드러났다.


P전 의원, 2006년 전대서도 대리전 핵심 지목

MB는 3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는데, MB의 축하 메시지를 대독한 사람이 바로 P 전 의원이었다. 박희태 당 대표와 홍준표의 원내 대표도 이날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상득 의원은 직접 행사장을 찾았고, 현직 국회의원 25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내 최대 조직으로 당 대표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듯이 앞으로 당내 모든 경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허수가 많았던 선진국민연대보다 탄탄한 당내 조직을 갖춘 국민성공실천연합이야말로 실세”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