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30대의 성인 남성인 피고인은 2014. 7. 중순경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알게 된 14세의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인 남학생이라고 속이고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사귀기로 한 후,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을 떼어내려면 피해자가 나의 선배와 성관계를 해야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지는 것이 두려워 피고인의 제안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은 마치 자신이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혐의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간음)이 문제된 사안이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위계등간음)].

[소송경과]
원심은, 피해자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조건에 관하여 피고인에게 속았던 것뿐이고 성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간음행위는 형법 등에서 처벌대상으로 규정하는 위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무죄 판결을 하였다. 검사는 원심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2020. 8. 27.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해설]
원심의 판단은 위계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법리에 따른 것이었다. 즉, 기존 대법원의 ‘형법 제302조의 위계에 의한 미성년자간음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는 상대방의 그러한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오인, 착각, 부지란 간음행위 자체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조건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라는 입장을 그대로 받아 들여, 피해자가 간음행위 및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있는 조건에 오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기존 법리를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에 관하여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입법경위 및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다.

구체적으로 ①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입법경위를 살피면서 오늘날 위계에 의한 간음죄를 아동·청소년,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피보호자·피감독자, 장애인 등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강간죄 등과 비견되는 독립적인 가벌성을 지닌 범죄로 규정하여, 행위자를 강력하게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하였고, ② 아동·청소년이 외관상 성적 결정 또는 동의로 보이는 언동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기망이나 왜곡된 신뢰관계의 이용에 의한 것이라면, 이를 아동·청소년의 온전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위와 같은 종합적 고려 하에, 대법원은 행위자의 위계적 언동의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포함되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간음이 성립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과의 연인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선배로 가장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오인케 하였고, 피해자가 오인한 상황은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으며, 이를 자발적이고 진지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판단과 배치되는 종전 판결은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보충의견에서 알 수 있듯이, 해당 판결은 16세 미만자가 성행위에 동의한 외관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쉽게 진정한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며, 성폭력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중대한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시대적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판결은 위계에 의한 간음죄에서 오인, 착각, 부지의 대상을 간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대상으로 확장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각 사건마다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대상 및 범위 등은 개별・구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철 변호사 이력>

[학력]
▲서울 성보 고등학교 졸업 (1988)
▲서울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4)
▲사법연수원 수료(제31기)(1999)

[주요경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2002)
▲광주지방검찰청 검사(2004)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사(2005)
▲인천지방검찰청 검사(2006)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2008)
▲식품의약품 안전청 검사(201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2013.8)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법무법인 올흔 대표 변호사(2016)
▲법무법인 (유한) 중부로 대표변호사(2016)
▲현)법무법인 동광 대표 변호사

[주요자문이력]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2018)
▲식품의약안전처 행정처분 사전심의위원회 위원(2018)
▲경찰수사연구원 발전자문위원회 전문위원(2018)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위원회 전문위원(2018)
▲인천해양경찰서 시민인권보호단 성폭력전담위원(2020)
▲블루환경교육센터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2.01~2023.01.31)
▲경기도 태권도협회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4.01~2022.03.31)
▲서울 강동경찰서 성폭력가정폭력 자문변호사(2020.05.07~2021.05.06)

[상훈]
▲검찰총장 표창 2회(2006)
▲대구고검장 표창(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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