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지진 견딜수 있을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서울시 지하철 일부 노선에서 내진 보강 공사가 엉망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8년 1차 지적 이후 또다시 진행된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내진 보강 공사가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요서울은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지하철 내진보강공사 추진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 그 내용을 공개한다.

 서울시 지하철 1~4호선 내진보강 관련 감사 후폭풍..책임소재 '분분'
 “업체가 필요 없는 보강" vs "설계기준‧법령 따라…문제없어”


내진 보강 사업은 터널이나 정거장이 지진에 견딜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을 계기로 내진 설계가 반영되지 않은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하철은 지진발생에 가장 취약한 시설로 내진 설계 및 내진 보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이 지진에 잘 견디도록 내진 보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하철 1~4호선 내진보강 사업은 총 사업비 3221억원, 총 사업구간 53.2km(지상 20.2km, 지하 33.0km)을 대상으로 국비(40%)·시비(30%)·서울교통공사(30%) 매칭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지하철 내진보강공사 추진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능 미달 자재 의혹'…검증 안 된 공법도

특정감사 감사 결과 '총평'에 따르면 설계자 등이 내진성능이 확보된 터널 내 중앙 기둥을 내진보강대상 물량으로 임의 반영하는 등 설계를 부적합 하게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시공자 등은 불연 또는 내진 성능미달 자재를 선정해 임의 시공 및 불법 하도급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지적사항으로는 설계자 등은 터널내 중앙 기둥의 구조해석을 통해 257개만 내진성능 부적합 판정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물량을 확대해 실시설계에 반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불연성능이 요구되는 불연구간 내에 부적합한 난연성능의 자재를 실시설계에 반영하고 불연구간에 적합한 자재(공법)는 임의 배제 시킨것으로 알려진다.

시공자 등은 내진성능 기준에 미달되는 자재(품질시험결과 불연성능 미달, 구조계산서 보다 낮은 성능의 자재, 품질시험 불합격 자재, 품질시험보고서 부정 제출 등)를 반영해 기둥 및 벽체 보강 시공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SBS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안 철근콘크리트 기둥 상단과 하단에 각각 내진 보강재가 둘러쳐져 있다고 보도했다.
  
규모 6.3 지진의 충격에도 기둥이 주저앉지 않게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건데 애초 설계안에는 깎아 만든 쇠인 '강재'를 쓰게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시공에서는 주물 형태로 제작되고 성분도 다른 '특수주철'이 사용된 사실이 서울시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특수주철이 강재보다 내진 시공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쇠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 즉 '연신율'이 설계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 자재는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선릉역과 삼성역 내진 보강 공사에 사용됐다.
  
기둥뿐 아니라 터널 구간에서도 연신율 미달 자재가 시공됐는데 지하철 2호선에서만 167개소에 쓰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이밖에 서울시는 발주청(교통공사)이 설계용역 및 공사의 감독업무를 소홀히 했으며 이해당사자를 입찰 제안서 평가위원으로 선정해 평가에 참여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공정성과 신뢰도의 훼손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관련자의 문책을 요구하고 향후 동일/유사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관계자 교육 실시 및 지적사례 전파를 요구했다.

‘내진보강’ 기준 논란… 서울시 vs 업계 ‘충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부적절한 자재 사용 등 심각한 위반 사항과 관련해 시공 업체에 재시공 등을 요구하고 나섰으나 업체들은 무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감사실과 서울교통공사 측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까지도 지적사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달라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측은 "(일부 공사 구간에서) 171억 중 설계변경을 통해 64억원 감안조치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사안에 대해서는 소송을 준비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계사와 엔지니어들은 설계기준과 법령을 따라 설계해 기술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설계자는 내진설계 시 설계기준에 지진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단부구역’ 연성보강 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소기준인 구조세목(횡철근방향)을 준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설계사와 엔지니어들이 독단적으로 과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뿐더러 발주처의 기준과 협의 및 자문회의 등을 거쳤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서울시건설기술심의위원회 등 수많은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이번 서울시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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