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서 초안 내가 만들었다"
"북한 비핵화 조항 합의문에 명시...북한이 강하게 반발"
“공직에서 일하려면 영혼 깨끗해야. 그 영혼은 애국심, 정의감, 역사의식에서 나와야”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모처에서 26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유성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직접 만나 저녁까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과거 국정원 재직 시절 유 前 원장은 남북회담 실무요원으로 북한 핵 협상을 수차례 이끌어 왔던 인물로,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으로 대공(對共)전선에서 밤낮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지난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그가 바로 ‘살아있는 역사’라는 점을 다시금 느끼기에 독자 여러분들께 그와의 인터뷰 전문(全文) 일부를 두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번 ①편에서는 유 前 원장의 공직 생활 동안 겪었던 이야기를 실었고, ②편(‘관련기사’ 항목 참조)에서는 ‘남북 통일’을 향한 그의 여정을 소개합니다. 

- “‘이불 속 만세’ 격 비분강개(悲憤慷慨)보다 실질적 대안 마련이 절실합니다”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모처에서 26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유성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직접 만나 저녁까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020.09.22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모처에서 26년간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한 유성옥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직접 만나 저녁까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2020.09.22 [조주형 기자]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새로운 사무실이 공교롭게도 615호인데, 소감이 어떠십니까?
▲통일 문제에 대해 좀 더 깊게 해보려고 이곳으로 와서 연구에 전념을 해볼까 합니다. 창문이 없는 골방이다 보니 반대편으로 창문이 나올 줄 알고 벽을 뚫었는데, 다른 분 사무실이 나오더라고요(허허). 다시 메웠어요. 게다가 공교롭게도 615호라서...좋든 싫은 남북관계의 한 역사니까 저와 인연이 또 있나 봅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추진했던 故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그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 615호거든요. 
▲아 그런가요? 6.15의 원래 취지는 북한을 변화시키자는 것인데, 지금은 북한이 핵무장까지 했으니, 그 좋은 취지가 많이 훼손되었지요. 6.15를 구현하자면 북한의 변화와 비핵화부터 먼저 이루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남북관계 말이 나와서 그러는데, 최근 9.19 합의 2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게다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경찰로 넘기겠다는 법안을 내놨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그분의 후견인으로 있다 보니 안할 수가 없었을 거예요. 대공수사권(對共搜査權)을 경찰로 넘기겠다는 법안 이름이 벌써 국가정보원법 전면 개정안이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혁을 위한 내용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공약의 이행을 위한 일종의 ‘충성심’을 보이려는 측면이 강하다는 느낌입니다. 지난 60년간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북한과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안보활동이란 본질을 고려했다기보다는 정치적 후견인의 대선 공약이니까 안할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사정도 짐작이 됩니다. 그러나 냉철하게 국가안보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제 아무리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고는 하지만 그걸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입니까?
▲북한은 그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종국적으로는 전 한반도의 공산화)로 가기 위한 통일전선 책략 차원에서 우리 공안기관의 무력화를 추구하고 있지요. 그걸 하려면 국정원이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토대인 대공수사권을 무력화 해야겠죠? 여당은 그걸 지금 ‘국정원 개혁’이라고 내세우는 것이고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보면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 게 참 많아요.

-이걸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가요? 아니면 한 명이 말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는 건가요?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에 어떤 조직이든지 말할 수 있습니다. 설사 그게 대통령 지시라도 안 된다고 반대할 수 있어야 됩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대통령을 상대로 안 된다고 공무원이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종종 있지요. 특히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에서도 말입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관장 최재희)은 오는 12일부터 대통령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역대 남북정상회담 기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주요 문서, 사진, 동영상, 행정박물 15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10.4.) 모습. 2018.12.11. (사진=대통령기록관 제공)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관장 최재희)은 오는 12일부터 대통령기록관 기획전시실에서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역대 남북정상회담 기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주요 문서, 사진, 동영상, 행정박물 150여 점을 선별하여 전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2007.10.4.) 모습. 2018.12.11. (사진=대통령기록관 제공)

 

-정말 그런 사례가 있나요? 그래도 대통령 지시사항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지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당시에 10.4 합의서 초안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시 지휘부의 강력한 지시에도 불구하고 NLL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일부러 관련 조항을 합의문 초한에 명시하였지요. 정상회담 준비하는 과정에서 몇 달 동안 잠 잘 시간도 없이 일했지요. 그렇지만 아니다 하는 일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제 소신을 관철하였습니다. 특히 합의문 초안에 비핵화 조항이 들어가자 정상회담 사전협상 과정에서 북한이 매우 강하게 반발하였지요. 그래도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조 기자님, 더 자세한 말씀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항이라 언급드리기가... 부디 양해 부탁드려요. 아무튼 국정원 재직 26년 동안 “요원은 자랑도, 설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로 일했고, 이러한 정신은 퇴직 이후에도 지켜 가고자 합니다. 역사 의식이라 할까, 사명감, 애국심, 이러한 마음으로 대통령의 지시라고 해도 거부하였지요. 비록 당시 일개 3급 처장 신분이었지만 역사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정의롭게 일하려고 하였지요. 이러한 기개가 없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마음을 먹겠습니까? 세월이 좀 흐른 후에 언젠가 밝혀질 날이 오겠지요.

-‘관료는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열정을 바친 이유가 있습니까?
▲통상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공직에서 일하더라도 깨끗한 영혼이 충만해야 합니다. 그 영혼은 애국심과 정의감, 역사의식에서 나온 것이어야 하지요. 개인의 출세나 명예를 위한 것이라면 이미 ‘더러운 영혼’에 불과합니다. 공직자의 진정한 자세는 퇴직을 하고, 역사가 흐른 후에도 떳떳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치관여’라는 명분으로 이번 정부에서 심하게 고초를 겪었는데요, 이런 것은 어떻게 봐야하는지...
▲ 제가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법원에서는 검찰 기소 내용에 따라 판결했습니다. 조 기자님, 2008년에 있었던 광우병 사태 기억나시죠? ‘미국산 수입 소고기 먹으면 죽는다’는 괴담이 우리 사회를 흔들었잖아요. 그게 다음 포털의 아고라에 등장했습니다. 북한이 우리 사회에 그 같은 유언비어를 조작하여 살포하기도 하는데, 대남 심리전 목적의 ‘흑색선전 공작’의 사례죠. 그런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부서가 통일전선부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1000여 명이 넘는 사이버 대남공작 요원들이 활동 중이었는데, 그렇다면 이미 당시 안보전선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근데 그걸 잘 모르는 상태니 빨리 대응해야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도 국가안보를 최전선에서 지킨다는 국정원이 그걸 가만히 넋 놓고 앉아서 구경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북한이 우리 체제를 흔들기 위해 매우 치밀하고 대대적으로 펼친 대남 심리전 공작에 대응하는 대북심리전, 방어차원의 심리전을 전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국정원 페이스북]
대한민국 국가정보원. [국정원 페이스북]

 

-그런데 왜 그게 문제가 됐던 겁니까?
▲우리 국정원은 정보기관의 특성상 세계 여타 정보기관처럼 ‘비노출 간접 활동’이라는 방식을 통해 외부활동을 수행합니다. 비노출 간접 활동은 국정원 교본에도 나와 있듯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핵심 활동원칙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선전 선동을 막기 위해 펼쳐야 할 대북 방어심리전 활동에 친북 인사들의 협조를 받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반(反) 북한 인사들이 수행하게 된 것이고요. 즉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민간인들이 협조자로서 북한의 인해전술(人海戰術)식 댓글 공작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심리전 활동을 수행한 것이지요. 그런데 검찰은 이들이 1년 10개월 동안 총 오천만 건의 댓글 활동을 하였는데, 그중 검찰이 정치관여성 댓글이라고 특정하여 제시한 것이 총 2200건이에요. 이는 전체의 0.0045% 수준입니다. 그마저도 절반은 국정 홍보와 PI(President Identity)인데, 대통령 이미지 제고입니다. 심지어 그건 노무현 대통령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하던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국정원 심리전단이 대통령의 자서전을 제작 배포하였지요. 이런 업무가 당시 심리전단의 업무내규에 명시되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에도 그대로 명시되어 있어 해 오던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런데 그걸 ‘정치관여’라고 갖다 붙였어요. 검찰은 이걸 대통령에 대한 지지라고 보더군요. 게다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했다고 하니까 ‘물타기 하지 말라’라고 해요. ‘옛날 거는 말하지 말고, MB(이명박 대통령)때부터 말해보자’라는 겁니다. 검찰은 대통령도 정치인이므로 대통령이 하는 일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활동도 정치관여라고 공소장에 적시했는데, 법원도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를 ‘정치관여’라고 판결하였습니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인데, 그마저도 ‘정치관여’라고 한다면 대공수사권 이관 문제는...
▲대통령이 국정원 개혁하라고 한 데다 대선 공약이니 그와 같은 해석대로 본다면 대통령과 관련된 국정원의 어떠한 일도 ‘정치관여’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죠. 검찰에 대한 수사 촉구나 개혁 의지 피력 모두 ‘정치관여’가 되는 셈이죠. 특정 국가기관에 대한 사기 진작 발언 또한 ‘정치관여’로 비춰질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애매모호’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어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일명 ‘이현령 비현령’입니다. 게다가 김병기 민주당 의원의 발의안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이 그와 같은 ‘정치관여’를 했을 경우 국정원 직원에 대해 공소시효(현재 10년)를 또 5년을 더 늘리자고 합니다. 어떤 직원도 퇴직 이후 까지도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논리로 귀결되지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의원이던 시절인 지난 2013년 9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봉헌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대표 나승구 신부)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시국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09.23. [페이스북]


-이런 식이면 현직 직원들도 무서워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어렵겠는데요? 나중에 전부 다 ‘정치관여’라고 몰아 부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 대표적인 예시는 국정원장과 여당 싱크탱크 기관장의 사적 만남이지요. 여당 싱크탱크라는 곳이 뭐하는 곳입니까? 특정 정당의 정치활동을 연구 기획하는 곳이잖아요. 정치관여에 해당될 소지가 매우 높지요. 이 정부 들어 국정원 메인 서버를 일부 민간인들이 들여다보았는데 나중에 정권이 교체되어 이 정부의 국정원 메인 서버를 열어 본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겠지요. 놀랄만한 일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자가당착(自家撞着)이에요. 그들 스스로도 잘알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입법, 사법, 행정부가 모든 걸 총동원해서라도 오로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총력을 쏟는 겁니다. 서바이벌 게임 같은 거예요.

-지금 3부(입법부, 사법수, 행정부) 모두 한통속이나 다름없는 상황인데요, 과거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개인적 견해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혹독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게 상대방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상생’하는 거 아닌가요? 근데 지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은 공정과 정의를 향해야 되는데, 지금 말 안 듣는다고 검찰에 대해 좌천성 인사 조치를 하잖아요. 조 기자님도 며칠 전에 뉴스 보셨잖아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주변에서 목에 힘을 주는 듯한 모습이 매스컴을 탔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검찰총장도 지금 여당에 밀리니까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정치 관여’라고 이름 붙인 댓글이 2200건, 전체 0.0045%인데요, 형사재판은 증거주의가 기본인데, 확정한 불법 댓글 0.0045%를 총 활동비 12억 원에 곱해보면 불법으로 사용된 금액이 채 10만도 안됩니다. 그런데도 전체 12억을 처음부터 정치관여를 위해 고의적으로 사용하였다면서 12억에 대해 횡령과 국고손실과 정치관여를 적용하였습니다. 정치개입 했다는 이유를 덮어씌운 거나 다름없습니다. 상식이 적용되지 않아요. 그게 지금의 사법부예요. 서슬 파란 과거 군사정권 때에도 적어도 사법부는 살아 있었잖아요. 우리사회 정의의 마지막 보류였던 사법부에 대해 지금 국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지금 국내 사정은 어떤 상태라고 보십니까? 거의 매일 이상한 일들이 나오는데...
▲ 매우 우려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요. 민주주의의 원리는 견제와 균형인데, 지금 정권은 어떠한 실효적인 견제도 없이 치닫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입니다. 과연 우리 내부적으로 민주주의를 회복시킬 수 있는 동력을 키워낼 수 있을 지가 의문스럽습니다. 지금 희망은 국민의 현명한 판단과 비판에 기대하는 것이지만, 우리 국민들은 민생고와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살아가기도 버거운 생활이지요. 국민은 위대하기고 하지만, 선동과 포퓰리즘에 매우 취약한 중우(mob)적 특성도 함께 가지고 있지요. 만약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국내에서의 에너지가 소진되었다면 이제 국제적인 양심과 연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07. [뉴시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19.12.07. [뉴시스]

 

-아무래도 국내 사정인데, 국제사회가 도와 줄 여력이 있을까요?
▲지금 국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고갈됐습니다. 이제 정말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힘이 절실해요. 지금 우리나라의 선관위나 사법부를 보면 전부 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는데, 내부에서 말해봐야 소용이 있겠어요? 그 정도로 힘든 상황인 것 같아요. 오죽하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바라고 있겠습니까. 이참에 국제사회의 양심과 정의, 민주세력과 연대해서라도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안보기관 출신 인사들을 만났는데, 다들 걱정부터 합니다. 그리고 결론은 ‘아무 대책이 없다’로 모아 집니다. 무력감을 호소합니다. 하물며 공직자 출신들이 이러는데, 이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합니다. 야당이 나서서 한다고 하면 지금 국민들은 이걸 정략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요? 일명 보수 언론이 보도했다고 하면, ‘그들은 원래 그런다’라고 하지 않겠어요? 지금 다들 지친 것 같아요. 대한민국이 사는 길은 비판과 자학, 탄식이 아니라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에서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요?

-최근의 일련의 일들을 두고 ‘역사가 퇴보 한다’라고 볼 수 있는 사례인가요?
▲역사라는 것은 진보할 수도 있고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헤겔은 역사는 정반합으로 나아간다고 했지요. 우린 지금까지 ‘한강의 기적’을 기반으로 진보와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말 그대로 ‘성장’한 것이죠. 그런데 지금 안보를 비롯해 자유민주주의와 역사가 모두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제 희망의 불씨를 찾아내야 합니다. 현재 잘못된 것에 대해 비분강개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만, 지금은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지요.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 문제도 그렇습니다. 대안의 시작은 전략 수립에 이어 과제를 도출하고, 그에 따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앞서 국내 에너지가 소진됐다고 하는데,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난 총선만 보더라도 유권자의 40%는 야당을 지지했어요. 많은 국민들이 이 정권에 대해 ‘무도한 정권’이라 판단하고 반대편을 선택했다는 데에서 ‘희망이 있다’라고 봤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편인가 봅니다. 아무튼 현 시점에서는 꺼져가는 희망을 불씨를 살려 나가면서 국제사회를 포함하여 광범위와 연대와 공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이나 양심적인 지식인, 언론의 대외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불 속에서 만세를 부르는’ 진영 내에서 비분강개(悲憤慷慨)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북한인권 문제도 국제적 영향력 있는 수잔 숄티 같은 인사와 협력하여 대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 1편에 이어 2편(관련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국가정보원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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